• "이탈 요인 많은데 유입 요인 없어"
        2006년 12월 26일 09:54 오전

    Print Friendly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15 총선을 전후로 한 때 20%까지 치솟았던 당 지지율은 올 하반기 들어 4~9%의 박스권에 눌러붙은 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9% 박스권 내 경향적 하락세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 리서치앤리서치(11월 22일) 8.4% △ 한국일보-한국리서치(12월 10일) 4.5% △ KSOI(12월 12일) 4.2% 등을 나타냈다.

    당 안팎에선 이대로 가다 4.15 총선 이전의 4~5% 지지율에서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올 하반기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박스권 내에서도 경향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KSOI(한국여론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9.4%(6월 13일), 7.8%(27일),  8.5%(7월 11일), 7.4%(25일), 5.8%(9월 26일), 7%(10월 24일), 5%(11월 28일), 4.2%(12월 2일)의 추이를 보였다. 소국면에선 등락을 거듭했지만 큰 흐름에서 하강곡선을 긋는 추세다.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이렇듯 뒷걸음질을 치는 이유는 뭘까. 크게 주체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주체적 요인과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력 부재는 민주노동당이 곧잘 듣는 지적 가운데 하나다. 최근 ‘부동산 정국’에서 당이 보인 무기력이 단적인 예다.

       
      ▲ 지난 12일 공개된 KSOI의 2006년 정당지지도 추이
     

    지지층 이탈 요인은 많은데 유입 요인은 없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지지율이 고착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사회연대전략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지층을 끌어들일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지지층을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악재는 이어졌다. ‘일심회’ 사건이나 대북문제를 둘러싼 당 내부의 반목, 일부 노조의 비리문제 등이 그렇다. 김윤철 실장은 "이런 사건들이 당에 대한 실망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좀 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지지층 이탈 요인을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게 만들었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의 주요 지지층은 화이트칼라였다"며 "이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는데, 점차 자신의 생각과 당의 이념 사이에 괴리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민주노동당이 제도권 진입 후 지지층의 높아진 기대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 주간은 "제도권 진입 전과 후는 상황이 다르다.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상승한다"며 "구체적인 이슈에서 보수정당과 정책경쟁을 펼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이유들로 인해 새로운 지지층은 유입되지 않고 기존 지지층은 떠나면서 "고정 지지층만 남은 것 같다"(김윤철 실장)고 진단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몰락에 따른 ‘풍선효과’? 공짜는 없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을 둘러싼 정치 환경도 녹록치가 않다. 먼저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민주노동당에겐 대권주자 중심의 정치구도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성민 대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원심력이 작용할 것"이라며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진보개혁세력’ 전체에 대한 실망감도 민주노동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진보개혁세력’은 실체적 개념이 아니라 유권자의 인식 공간에 존재하는 가상적 개념이다. 즉 ‘진보’와 ‘개혁’은 다른 것이지만 유권자들은 ‘진보개혁’을 한 묶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철 실장은 "여전히 국민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한통속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논쟁적인 이슈를 떠올릴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몰락이 민주노동당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른바 ‘풍선효과’로 설명한다.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부풀어오르듯 열린우리당 이탈층이 민주노동당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 논리에 대해 홍형식 소장은 "지금은 진보개혁세력 전반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해 있다"며 "풍선 자체에 바람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즉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가 유지될 때 풍선효과는 가능한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설혹 ‘풍선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민주노동당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김윤철 실장은 "현 국면에는 위험과 기회가 병존한다"며 "사회연대전략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정책능력을 입증해나간다면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실장은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의 경쟁자로 부각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열린우리당의 이탈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도 이런 과정의 결과로서 주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성민 대표는 같은 얘기를 좀 더 비관적인 각도에서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이탈층을 흡수하려면 한나라당을 꺾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원들이 충성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결국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데로 논의가 모아진다.

    먼저 장기적인 숙제로는 당내 의사결정 구조의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된다. 현안에 기동력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도체제의 문제, 또 지도부 선출방식과 관련된 문제이면서 당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내 활발한 논의구조가 전제될 때 지도부의 판단은 신속하면서도 당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훈 주간은 "당 전체가 하나의 토론회 구조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는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 주간은 "당원들이 충성할 수 있는 구조, 당원들을 효율적으로 묶어세우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현재 민주노동당이 갖고 있는 자원의 100%만 제대로 가동해도 상당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문제를 둘러싼 당내의 해묵은 반목도 극복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박 주간은 "해방 이후 현대사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병존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공론에 붙여서 어떤 식으로든 풀고 가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급적 빨리 대선체제 들어가야

    단기 처방과 관련해선 당이 가급적 빨리 대선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충고가 많다. 여기에는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도 포함된다.

    박성민 대표는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하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부터 언론 인터뷰까지 다양한 선전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민주노동당 구조에서 후보의 조기 가시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대선정국은 민주노동당의 정책 컬러에 맞는 이슈를 제기하고 선도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기회"라며 "시급히 대선체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홍 소장은 "얼마 전 토론회에서 당을 대선체제로 돌려야 한다고 했더니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하더라. 대선이 목전인데 준비가 안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 기가 막히더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김윤철 실장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회연대전략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한나라당에 맞설만한 정책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 "후보도 5, 6월까지는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열린우리당도 내년 중순께는 체제정비가 끝날 것"이라며 "이들보다 앞서 체제정비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년 대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상황

    민주노동당은 내년 대선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홍형식 소장은 "지금부터라도 잘 준비하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득표(100만표)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박성민 대표는 "지난 대선보다도 득표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윤철 실장의 말대로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시간이 민주노동당의 편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