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속살해’ 혐의 22살 간병 청년
    정치권 등 선처 요구 공개탄원 쏟아져
    배진교 “공동체의 방임과 무관심이 만들어낸 참극, 청년에 책임 지워선 안돼”
        2021년 11월 09일 07: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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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던 중 생활고를 견디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2살 청년 강도영(가명) 씨에 대한 공개 탄원이 쏟아지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은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던 22살 청년이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끝내 방치해 숨지게 한 비극적 사건을 전했다. 강 씨는 지난 8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오는 10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강 씨는 비싼 병원비와 요양원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뇌출혈로 온몸이 마비된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와 혼자 간병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고, 소변줄을 교체해줬다. 경제력이 없던 강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가스와 인터넷, 휴대전화가 끊기고 쌀을 살 돈조차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강 씨는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 매체의 보도로 강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치권 또한 공개 탄원 의사를 밝히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8일 오전 대표단회의에서 “부를 때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라며 자신을 포기할 것을 부탁한 아버지,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했던 청년에게 우리는 과연 유죄라고 말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여 대표는 “이미 한 세상을 잃은 강도영씨에게 삶 모두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구고등법원 재판부에 강도영씨의 선처를 공개적으로 탄원한다”고 밝혔다.

    배진교 원내대표 또한 “과연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죗값을 온전히 물을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A씨에게는 돈만 없었던 것이 아니다. 복지 시스템이 없었고,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정치가 없었고, 손 내밀어 주는 공동체가 없었으며, 자신을 보호할 국가도 없었다. A씨에게는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형을 구형한 무관용의 법만 있었다”고 개탄했다.

    배 원내대표는 “사법부가 A씨에게 존속살해의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라는 조항을 어긴 국가에는 과연 어떤 형벌을 내려야하겠나”라며 “공동체의 방임과 무관심이 만들어낸 참극의 죗값을 오로지 이 청년에게만 지우는 마지막 비극만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도 탄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간 탄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심 후보는 “이 비극 앞에서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의 문제”라며 “우리가 그에게 드리는 답이 ‘살인죄 실형’은 아니어야 한다. 국가와 동료 시민들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온 마음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전날ㄹ인 7일 페이스북에 “정치가 입버릇처럼 민생을 외치지만, 복잡한 경제 수식과 수치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삶, 정치에 관심 가질 여력조차 없는 소리 없는 사람들의 삶이 곧 민생”이라며 “희망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모두의 방임과 무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타살”이라며 “‘그 엄청난 무게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한 청년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한 선생님의 탄원에도 공감하고 저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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