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출사표"
    2006년 12월 18일 0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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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한다. 정치인이 대선 출마하는 거야 뭐가 문제냐만, 대선 출마의 일성으로 세금 폐지를 들고 나온 것에 실망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중산층에 대한 근로소득세와 재산세 폐지, 일정 수준 미만의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이로 인한 세수 부족분은 부유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본인이야 점점 심각해지는 소득양극화를 두고 볼 수 없기에 내놓은 충정이라고 말하고 싶을 게다.

자신이 소속된 한나라당이 남발해온 부자 감세안과는 차원이 다른 방안이라 강조하고 싶을 게다. 실제 원 의원의 구상은 예전 한나라당 감세와 차이가 있기는 하다. 부자 감세가 아닌 다수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감세라는 점과 세금 일부 감면이 아닌 세 부담의 완전한 면제를 추진한다는 것이 그 차이이다.

   
 ▲ 지난 17일 대선 출마기자회견을 하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하지만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이 정책은 더욱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양극화 해소에 대한 원 의원의 의지와 진정성을 존중한다 할지라도 이 정책은 다른 소득자와의 형평성 시비 등 심각한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발언이 대선 출마를 위한 일회적인 선언에 그칠지는 원 의원 자신에게 달렸다. 대선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대중 영합적인 감세 카드를 빼들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중산층 세금 폐지가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원 의원의 책임있는 답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1천5백만원 벌이 영세사업자는 과세, 6천만원 월급쟁이는 면세?

원 의원 구상의 핵심은 중산층과 서민의 근로소득세 폐지로 모아진다. 과세표준 4,000만 원 미만(연봉 6,000만 원 정도)인 소득자에게 근로소득세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이를 고액 연봉자들에 대한 근로소득세 강화나 종합부동산세수를 통해 메운다는 생각이다.

현재 개인소득세는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소득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합산한 소득금액에 인적공제나 특별공제 등 소득공제를 차감한 금액인 과세표준에 8~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산출토록 되어 있다.

현재의 소득세 구조 하에서 중산층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없애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구분하여 다른 소득과는 다른 공제 제도나 과세표준, 세율 체계를 두는 방안을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현재 1,500만 원 정도인 면세점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연봉 6,000만 원 정도의 근로소득자까지 면세자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근로소득자에게 유리한 별도의 과세체계를 두는 경우 다른 소득과의 조세형평성 시비를 야기할 것이 뻔하다. 생각해보라. 근로소득자이기 때문에 연봉 6,000만 원 받는 사람까지도 세금을 면제시켜 주면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면제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특히 사업소득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사업소득자의 상당 부분이 영세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04년 말 기준으로 전체 사업소득자 중 65% 정도는 과세표준 1,000만 원 미만(소득으로는 1,500만원 수준)의 영세사업자들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근로소득에 비해 사업소득의 투명성이 낮아 소득의 축소 신고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과의 과세형평을 맞추기 위하여 현재도 근로소득자에게는 사업소득자에 비해 훨씬 유리한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금영수증 제도와 같이 사업소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도입되면서 사업소득의 투명성도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례적인 조치를 통해 6,000만 원 월급쟁이들의 세금은 면제시켜주면서 1,500만원 벌이 영세상인들에게 정상적으로 세금 내라고 하면, 왠지 억울하게 생각되지 않겠는가?

과세대상자의 2%만이 세금을 내는 이상한 소득세

소득세는 담세력에 근거한 보편적 세금이다. 과세대상자나 납부금액을 보더라도 우리 나라 조세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대표적인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원희룡 의원의 제안대로라면 보편적 세금으로서의 근로소득세는 일부 고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소득세’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05년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04년 말 현재 1,100만 명이 조금 넘는 근로소득세 납세의무자 중 실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과세인원은 6,268천 명(53.9%)이며, 나머지 5,356천 명(46.1%)은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과세대상자의 절반 정도는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5,356천 명의 과세인원 중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1,000만 원의 소득자가 3,777천 명, 그 다음 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1,000만 원~4,000만 원의 소득자는 224만2,000 명이며, 과세표준 4,000만 원 초과의 고소득층은 24만9천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 의원 구상대로 근로소득세 면제대상을 과세표준 4,000만 원까지의 소득자로 확대한다면 전체근로자의 2.1%만이 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과세대상자의 2% 정도만이 납부하는 세금이 가장 보편적인 세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는 헌법 38조는 사문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금폭탄이니 뭐니 해서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가중되는 판에 이번 원 의원의 발표가 세금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더욱 부채질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원 의원은 중산층 소득세 절감으로 인한 세수부족분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종합부동산세로 보완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현행법상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종합부동산세 신설에 따른 지방세 세수부족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에 전액 교부토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법을 바꿔 종합부동산세를 지자체 교부가 아닌 중앙정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한다 할지라도 지자체 세수 부족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또한 원 의원은 재산세에 대해서도 중산층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지방세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재산세 면제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를, 근로소득세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원 의원 구상은 더욱 현실성이 없다.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를 통해 줄어드는 세수를 보완하겠다는 방안도 말처럼 쉽지 않다. 세 부담이 줄어드는 510만 명의 세금을 25만 명에게 전가시키기 위해서는 25만 명의 고소득 근로소득자에게는 지금보다 두 배 정도 이상의 세금을 거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최고세율을 70%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더군다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근로소득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면서 영세한 사업자로부터도 세 부담 완화 요구가 터져 나올 경우 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를 메워내기란 더욱 난망할 수밖에 없다.

세부담 감면 효과, 글쎄?

원 의원이 중산층 근로소득세 폐지라는 고육지책을 내세운 이유도 심각한 양극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원 의원의 방안대로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 절반에 가까운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깎아줄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세금면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소득이 많아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250만 명에 이르는 과세표준 500만 원 미만자의 경우 기껏해야 1년에 76,000 원 정도의 세 부담을 덜게 되지만, 과세표준 4,000만 원에 가까운 근로소득자의 경우 그 혜택은 500만 원 이상이다. 국가로부터 보다 세심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계층들은 이번 조치로부터 소외되거나 아주 미미한 혜택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원 의원은 모든 국민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고자 중산층 소득세 폐지를 들고 나왔다고 한다. 물론 중산층의 세부담은 덜어주는 대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는 것이 소득재분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유세 공약이 그렇듯이 민주노동당도 부유층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과세강화는 다른 세금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열악한 복지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부유층 과세 강화 다른 세금 ‘메우기용’ 아니다

사업소득자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세금면제로 인한 부족한 세수를 상위 2% 소득자에게 큰 어려움 없이 전가시키고, 세수가 줄어드는 지자체도 잘 설득하고, 2%만이 세금을 내는 이상한 소득세 체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해도 구하게 된다면, 원 의원의 구상은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진작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상인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이번 방안이 양극화 해소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세금감면 혜택을 누리게 될 510만 명의 근로소득자들 중 상당수는 수만 원에서 십수만 원의 세금 면제 혜택을 받게 되는데, 과연 이 정도의 혜택으로 자신의 삶에 기회와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처럼 원 의원의 이번 제안은 설사 실현이 된다 할지라도 “돈 없어 복지 못한다”는 현실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대다수 서민들의 고단한 삶도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원 의원의 구상이 잘 해야, 정말이지 잘 해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에 불과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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