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면 미군 오고, 웃으면 미군 간다"
        2006년 12월 18일 06: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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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대추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 한, 이 땅을 지키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의 싸움은 계속 될 것입니다. 2007년 새로운 투쟁을 힘차게 맞이합시다!"

    1월 전국 트랙터 순례,  2월 주민등록증 반납,  3월 논갈이 투쟁,  4월 농수로 파괴,  5월 행정대집행 대추초 붕괴,  6월 김지태 이장 구속,  7월 평화도보행진 중 구타와 연행,  8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면담 거부,  9월 빈집 강제 철거, 10월 철조망 설치, 11월 신디시핸 방문,  12월 명도소송 패소.

    야만의 시간이었다. 국내외 숱한 언론사가 기록을 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저항을 해도 ‘참여’ 대신 "참어!"를 선택한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참여’ 대신 "참어!"를 선택한 참여정부

    촛불 집회를 연지 ‘838일’ 째 되는 2006년 12월 17일. 그간의 활동 영상을 지켜보던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항상 그랬듯 이내 다시 웃고 말았다. 울면 미군이 오고 웃으면 미군이 간다고 했던가. 송년문화제를 열기 위해 평택 역 앞에 모인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2006년을 정리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이 5년 뒤로 연기된 가운데, ‘미군기지확장반대 범국민대책위’는 평택역 광장에서 시민, 사회단체 회원 등 1천여 명과 함께 송년문화제를 열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반대와 김지태 이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평택주민대책위 김택균 사무국장은 "지난 한 해는 떠나는 이들의 뒷 모습을 보며 쓴 술잔을 들이키고 고립된 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마음이 흔들렸던 아픈 해 였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무릎을 끓지 않았다"면서 "사랑, 생명, 평화를 좋아하는 여러분들을 대추리 도두리의 희망으로 삼아 2007년에도 또 다시 새로운 투쟁을 시작 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17일 오후 평택범대위는 평택 역 광장 앞에서 1천 여 명의 시민과 함께 김지태 이장의 석방과 미군기지확장반대를 촉구하며 송년문화제를 개최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흔들렸지만

    평택범대위 문정현 상임대표는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미군기지확장을 가렸고, 또 2013년으로 연기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까지 집행해야 된다며 대추리에 행정집행을 가하는 등 끊임없이 국민을 속여왔다"면서 "대추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내년 2월에 열릴 5차 평화대행진에 한 마음으로 모여 다시 한번 세상을 바꾸자"라고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평택미군기지이전사업이 5년 뒤로 연기된 것에 대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하지만, "주민들 때문에 연기하기로 됐다"는 정부의 발표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토로했다.

    투쟁 중 사고로 부인과 사별한 이민강(66)씨는 "경찰과 군인에게 그저 맞아 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는 데, 정부가 또 주민을 ‘폭도’로 몰고 있다"라며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데, 정부가 감당 못할 일을 벌여놓고 모든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이 나이에 내가 얼마나 살겠다고, 그냥 돈 받고 나가버리면 나도 편하다. 하지만 싸우면서 우리 평택을 지키는 게 세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단순히 땅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대신 싸우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제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농사를 짓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대추리 주민 김모씨도 "정부가 그동안 워낙 제 정신이 아니어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5년 연기 된 소식을 알면 가장 좋아할 우리 이장님을 제발 좀 석방 시켜줬으면 좋겠다"라며 "지금도 5월에 대추 초등학교가 파괴된 생각을 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석방된 이장과 같이 평생 대추리에서 살다가 죽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워낙 제 정신이 아니어서 생긴 일

    행사가 시작된 지 삼십 분이 지나자 매서운 눈발이 본성을 드러내며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택푸른학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로 시작한 무대가 촛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평택역 광장은 이내 훈기로 메워졌다. 이에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도 온 몸을 감쌌던 담요와 목도리를 던져버리고 시민들을 얼싸안고 함께 춤을 추며 마음을 나눴다.

    이날 행사는 크리스마스 사탕 던지기, 활동 동영상 보기, 다양한 노래와 풍물 등으로 채워졌으며,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대표,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의장, 진경호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이 함께 했다.

    행사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조승호 부위원장은 "청와대 앞에서 고 전용철 농민을 위한 집회를 열었을 때 스티로폼까지 빼앗아 가던 정부의 행태가 생각난다"면서 "350만 농민의 마음을 모아 FTA 를 박살내고 아름다운 들녘 대추리 도두리를 지켜내자"라며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에게 쌀을 전달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팽성은 미국의 팽창을 막아내는 곳, 도두리는 미국의 도발을 막아내는 곳, 대추리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추상같은 의지가 서린 곳"이라며 "이라크와 남미에서 미국이 쫒겨나듯 우리 대추리에서도 미국을 쫒아내는데, 민주노동당이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캠페인

    현재 범대위는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계좌이체: 205021-56-034281 농협, 예금주 문정현)’ 캠페인과 더불어 농사를 짓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위해 ‘겨울나기 기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은 평택의 질 좋은 20kg짜리 쌀 한 포대가 5만원이고, 부안의 문규현 신부가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6년 묵은 된장 1kg은 1만 3천원 등이다.

    앞으로 범대위는 25일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대추리 주민들을 위한 성탄 예배를 열고,  2007년 1월엔 한반도 평화선언,  2월엔 5차 평화대행진을 진행 할 예정이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 예정지를 점유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토지를 국가에 인도하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져 향후 갈등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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