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일심회 사건 대응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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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14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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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애국’을 외치고 민족을 주장하지만 속내로는 북녘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체화하고 있는 이들에게 뭐라고든 비판의 날을 세울라치면 으레 튀어나오는 몇 가지 단어와 숙어가 있다.

"미제의 스파이"라고 몰아부치는 건 박헌영 이후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며 수많은 희생자를 낸 바 있는 전매특허이고, "이적행위"라고 호통치는 한편으로 "통크게 단결하자" 며 어색한 어깨동무를 강요하는 것 또한 다년간 사용해 온 방법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동지의 등에 칼을 꽂지 마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무죄입증 노력과 함께 사실 조사를 

나는 현재 ‘간첩’ 혐의로 잡혀간 전 중앙위원과 당직자가 국정원의 ‘조작’과 왕년에 많이 써먹었던 ‘가혹행위’로 인한 ‘조직표’의 희생양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더더군다나 아울러 나는 그들의 행적에 한 점 의혹이 없기를, ‘집권’을 꿈꾸는 대한민국 원내 정당의 조직원으로서 당원 정보를 다른 나라의 ‘정보일꾼’에게 넘기는 짓 따위는 애초에 없었기를 더욱 처절하게 희망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들이 그런 일을 했다면 나는 그들의 등 따위가 아니라 그 심장에 칼을 꽂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만난 것이 뭐가 죄가 되느냐?"는 설익은 풋사과같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북한의 노동당 당료가 북경의 국정원 요원을 만나서 노동당 당원 정보를 송두리째 넘겼다면" 그 역시 우리 민족끼리 만남으로 미화할 수 있겠는가?

만약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 계시다면 황장엽에게 경의를 표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국정원이 현재 북한에 침투시킨 정보원들에게도 성금이라도 모아 보탤 것도 아울러 촉구한다.

그 권유에는 오불관언이면서 줄기차게 "우리 민족끼리"를 부르짖는 분들은 결국 민족이라는 아름답지만 허망한 미명 하에 스스로의 당파성을 숨기고 있는 셈이다. 그 당파성은 주지하다시피 민주노동당의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체포된 당원들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노력을 하는 한편으로, ‘사실관계’를 분명히 조사하고 파악해야 한다. 북경에서 만난 북한 사람과 술이나 한 잔 하고 헤어진 것인지,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직자 수백명의 인적 정보가 북한 정보 기관의 손에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 맞는지, 그들과 북한의 인적 커넥션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국정원의 소설가들의 창작인지를 밝혀야 한다.

흥분해야 할 곳은 국정원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그 사실 규명의 노력 없이, 모든 책임을 국정원에 떠넘긴다면 민주노동당이 표를 얻어내야 할 이 나라 유권자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설 것인가?

그들의 무죄를 입증하고, 국정원의 포악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은 즉시 내부적으로 조사를 벌여야 한다. 만약 북한 정권을 따르는 이들이 그 정권의 지시로 당내 정보를 유출시켰다면 가장 흥분해야 할 것은 국정원이 아니지 않은가.

그들에게 살뜰하게 보고한 댓가로 얼뜨기 그지없게도 아무개가 대표로 가장 무난하다는 하회까지 받아 온다면 그들의 해당 행위에 가장 분노해야 할 주체는 검찰 당국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문제이고 그를 지지하는 수만 당원들의 문제라는 것을 왜 굳이 숨기려 하는가.

그들을 옹호하고 비판하기에 앞서서 먼저 사실을 확인하라. 우리 민족끼리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반갑습니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른 것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만약 그 정도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원 접촉과 고무찬양을 뒤집어 씌웠다면, 아무리 그들과 의견을 달리할망정, 그들의 석방을 위한 당의 투쟁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옹호와 비판에 앞서서 문제는 팩트다. 그 팩트조차 확인하기를 거부한 채 "무조건 국정원이 잘못이에요"라고 부르짖는 것은 똑똑한 모르모트에게도 가능한 재주일 것이다. 그리고 그 팩트 확인을 거부한 채 그 팩트 확인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다"고 비판하는 억지는 아이들 뛰노는 유치원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일 것이다.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해야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하라. 지금 감옥에 있는 이들이 당직자 정보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 사실인가. 당내의 잡다한 정보들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달된 것은 사실인가. 만약에 그렇다면 그들은 해당행위자이고 그 등이 아니라 심장에 비판의 칼이 꽂혀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라 하더라도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의 일목요연한 정보를 국정원에 보고하는 작자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처우가 어떠하였겠는가?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다고 비판하기 전에 그 동지가 한 행동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밝혀 주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 책임감을 기대한다. 내가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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