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노총(AFL-CIO) 위원장
    리차드 트럼카 심장마비로 사망
    [외신번역] 임기동안 미국 노동운동을 보다 진보적으로 변화
        2021년 09월 10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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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총 AFL-CIO의 리차드 트럼카 위원장이 지난 8월 5일 임기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국내 언론보도가 거의 없어 사망 소식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저널인 레이버노트(Labor Notes) 9월호에 실린 부고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참고로 위원장 사망 후 사무총장인 리즈 슐러가 바로 직대를 맡았고 8월 20일 정식으로 차기 위원장에 선출되었습니다. 슐러 위원장은 미국 노총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에 이어 최초의 여성 위원장이고 되었습니다. 한국 문재인 정부의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구속에 대해서는 <레이버노트>와 <쟈코뱅>이라는 진보저널에 설갑수 씨의 기사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번역: 노동자가 여는 평등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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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이래로 미국 노총(AFL-CIO)의 위원장이었던 리차드 트럼카(Richard Trumka)가 8월 5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49년 피츠버그 교외에서 석탄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카는 변호사가 되기 전 광산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후 33살에 광산노조(UMWA)의 위원장이 되었다.

    트럼카는 1989년 아홉 달간의 핏츠톤 탄광(Pittston Coal) 파업 당시 광산노조 위원장이었다. 핏츠톤 파업은 레이건-부쉬 시절 노동운동이 승리한 드문 사례에 속한다. 광산노조는 산업차원의 연금과 의료보험 기금을 포기하고 대규모 양보안을 받아들이라는 사측의 공세를 저지했다.

    리차드 트럼카 위원장 모습(사진=Labor Notes)

    레이버노트가 발행한 댄 라 보츠(Dan La Botz)의 책, “싸움꾼을 위한 안내서(A Troublemaker’s Handbook)”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방식으로 훈련된 광부들이 어떻게 투쟁을 준비했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전술에 회사가 법원의 금지명령을 받아낼 때마다 파업 대오는 투지있게 다른 전술로 옮겨갔다. 때로는 게릴라식 파업에서 때로는 대규모 대중집회로 대응했다.

    다섯 달 뒤 파업으로 생산량이 30%로 떨어졌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그 순간 노조는 새로운 전술에 돌입했다. 흥분되는 그러나 세밀한 준비 끝에 모스3 처리공장을 점거했다. 이 공장은 남서 버지니아에서 캐낸 모든 석탄이 분류되고 세척되는 세계 최대 규모 급의 설비이다.

    동트기 직전의 새벽 천여 명의 지지자가 공장 정문에 모여 혼란한 가운데, 위장을 했으나 무장은 하지 않은 98명의 광부와 한 명의 목사가 공장 안에 진입했다. 두 명의 경비는 달아났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밤이 될 무렵 연대를 위해 이웃 주에서 달려온 이들로 공장 밖의 대오는 2천 명으로 불어났다. 며칠 뒤 점거는 판세를 바꿨고 회사가 교섭장에 나오게 만들었다.

    트럼카는 1995년 “새로운 목소리(New Voices)” 그룹의 일원으로 미국 노총의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노총 사상 최초의 경선이었다. 새로운 목소리 그룹은 수백만의 신규 조합원을 조직해야 할 필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하 각 노조의 예산 30%를 조직화 사업에 쓰도록 압박했다.

    트럼카의 임기 동안 노동운동은 모든 사안에 대해 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채택했다. 특히 이주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연결하는 데 힘썼다. 트럼카는 201년에 행한 연설에서 “이주노동자가 여러분의 공장을 해외로 옮깁니까? 이주노동자가 여러분의 연금을 가져가고 의료보험을 파탄냅니까?”라고 외쳤다.

    경찰이 흑인 십대 마이클 브라운을 죽였을 때, 트럼카는 미국의 일상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의 실태에 대해 조합원들이 터놓고 이야기하도록 독려했다. 브라운의 아버지는 식료품점 노동자이자 조합원이었다. 미국 노총은 “인종과 경제 정의 위원회(Commission on Racial and Economic Justice)”를 구성하고 전국을 돌며 토론과 대화를 조직했다.

    트럼카는 내년 6월 미국 노총 대회에서 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계획이었다. 항공승무원노조 위원장 사라 넬슨(Sara Nelson)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사무총장 리즈 슐러(Liz Shuler)에게 도전한다는 풍문이 오래전부터 나온다. 슐러는 현재 노총 위원장 직대를 맡고 있다.

    트럼카의 임기동안 기대했던 노동조합 쇠락의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카가 취임할 때 조직률 14.9%는 이제 10.8%로 줄었다.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두말할 나위 없이 핏츠톤 파업 같은 전투가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

    필자소개
    민주노조 활동가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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