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 제도 존중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2006년 12월 08일 09: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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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강행처리된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라며 "온 몸을 던져서라도 막았어야 할 법안"이라고 했다.

    단 의원은 법안 처리 직후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환노위원장은 우리가 법안소위 농성을 풀지 않으면 정부안을 직권상정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정부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법안 처리를 온몸으로 저지해야 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단 의원은 앞으로의 방향과 관련, "대중조직과 힘을 모아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법개정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현장의 대중들이 법 개정에 대해 실질적이고 대중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한 활동을 당과 민주노총은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 법안에 이어 노사관계로드맵이 강행 처리되되면서 단 의원은 의회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단 의원은 "국회의원 9명의 제한된 숫자로, 의회 내 제도를 존중하면서 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 많은 고민이 있다"며 "당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선진화 아니라 후진화 법안"

    – 오늘 처리된 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8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반대발언을 하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사진=인터넷언론공동취재단)  
     

    = 환노위에서 통과된 법은 선진화 법안이 아니다.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생존권에 상당한 위협 가할 수 있는 이런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온몸을 던져서라도 막았어야 할 법안이다.

    – 법안을 주요 쟁점별로 평가해달라.

    = 대체근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심각한 문제 있기 때문에 법안 자체에 반대했던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가 확대된 것도 그렇다. 현재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에서도 축소시키자는 게 ILO 권고였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 자체를 폐기시키는 게 우리들의 목적이다. 그런 노력을 할 것이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자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속하게 시행돼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 필요하다면 대중조직과 힘을 모아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정리해고 사전통보 기일도 현행 60일에서 50일로 10일 줄어들었다. 정리해고를 당하는 조합원들이 이후 취업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회사측과 다퉈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노동자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정리해고 자체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우선 노동자의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는 충분한 기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몸으로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막았을 것이다"

    – 법안 저지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 있다.

    = 우리 의원단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봉쇄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홍준표 환노위원장이 즉각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우리가 법안소위에서 농성하는 동안 환노위 본회의장 주변에 국회 경위들이 배치됐고, 경위들 보호하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환노위원장은 우리가 농성을 풀지 않으면 정부안을 직권상정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정부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체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때문에 법안 처리를 온몸으로 저지해야 했음에도 막아내지 못했다.

    –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과 법안에 합의했다고 했다.

    = 과도하고 자의적인 판단이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해 조항별로 지적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고,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해고의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는 걸 밝혔다. 그게 민주노동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 현장의 반발이 심할텐데.

    = 현장의 불만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아까 얘기했듯이 우리가 소위원회 장소를 봉쇄하고 막았는데 그 직후 홍준표 환노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보수 양당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우리 의원단이 도저히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회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았다. 우리가 동의해서 수용한 게 아니다. 우리가 몸으로라도 막을 수 있는 조건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막았을 것이다.

    "의회전략? 아….개인적으로 고민이 많다"

    – 앞으로 법안 개정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현장의 동력과는 어떻게 결합되어야 한다고 보나.

    = 국회내에서 이뤄지는 법 제정이건 개정이건 국회의원들의 합리적인 토론과 판단 속에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많은 것이 각 정당과 정치세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논리의 정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9명 의원의 의회 내 활동만으로 법 개정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실제 법개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대중들이 법 개정에 대해 실질적이고 대중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런 부분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앞으로 당과 민주노총은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실제 법개정의 주체가 대중이 되도록 하는 과제가 있다. 당과 민주노총이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 비정규직 법안에 이어 노사관계로드맵도 강행처리됐다. 의석수의 한계 말고 당의 원내 전략과 관련해 평가할 지점은 없다고 보나.

    = 아….저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다. 한 번 논의를 해봐야 한다. 국회의원 9명의 제한된 숫자로, 의회 내 제도를 존중하면서 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 많은 고민이 있다. 당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 앞으로의 구체적인 일정은.

    =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당 노동위원회 등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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