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 대리점주 극단 선택
    노조 “조합원들의 집단괴롭힘 일부 사실”
    "CJ대한통운의 대리점 포기 압박, 극단 선택에 직간접적 책임 있어"
        2021년 09월 02일 06: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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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주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택배노조는 고인이 유서에서 언급한 조합원들의 집단괴롭힘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대리점 포기 압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고인의 죽음에 회사도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대리점에서 노조가 설립된 5월부터 4개월간 고인이 포함된 대리점의 단톡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부 조합원들이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게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이 유서에 남긴 대로 일부 조합원들의 고인에 대한 괴롭히는 행위가 확인됐고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사회적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고 당사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는 유서에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 불법태업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노조는 고인을 괴롭힌 조합원들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경찰조사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해당 조합원을 노동조합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노조는 “고인의 유서에 조합원들의 ‘집단 괴롭힘’ 등을 언급했고 조사결과 일부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택배노조 산하 지회에서 집회나 지사 항의방문 등의 과정에서 지사장이나 대리점장 등에 대한 욕설 등 과격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일부 확인했다”며 “이번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노동조합 차원의 원칙을 수립하여 욕설과 개인의 비방 등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포기를 압박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러한 상황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A씨 사망의 직·간접적 영향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노조 설립 전인 지난 6년간 두 번을 제외하고 제 날짜에 택배기사들의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리점 소속 기사들에게 4억 원의 채무도 지고 있었고, 여러 이유로 현재 살고 있던 집까지 매각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원이 되는 대리점에 대해 고인이 스스로 포기각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인은 왜 스스로 포기했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고인의 사망 배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요구로 고인이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할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포지사장은 한 택배기사와 통화에 분할한 대리점 중 한 개의 대리점 입찰에 참가한 A씨를 자신이 떨어트렸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 지사장은 “(고인이) 장기대리점 발 못 붙이게 하려고 떨어뜨려 가지고 새로운 점주를 뽑은 거예요”라며 “이OO(고인)이 측근부터 해서 다 입찰 들어온 거 아시죠? 다 떨어뜨렸어요“라고도 했다.

    노조는 “녹취록에 의하면 CJ대한통운이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은 분할되는 한 개의 대리점만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이를 위해 1차로 본인과 부인, 2차로 동생까지 입찰에 참가시켰다”며 “그러나 김포지사장은 결국 일부 대리점을 운영하고자 했던 고인의 마지막 소망을 짓밟았다. 8월 31일이면 대리점에서 완전히 퇴출당하고,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돈을 돌려막을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CJ대한통운 상무였던 박 모 씨가 지난 3월에 집하대리점을 개설하는 등 CJ대한통운 간부였던 자들이 김포터미널의 대리점장으로 오고자 한다는 얘기가 현장에 퍼져 있다”며 “CJ대한통운 퇴직자들을 위해 기존의 대리점장들을 압박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CJ대한통운 본사는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포지사장이 A씨의 사망을 이용해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1일 새로운 대리점장과 한 조합원의 통화를 보면, 신임 대리점장은 “지사장이 얘기한 건데 00(조합원)을 아예 죽이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 OO이(고인)가 이렇게 됐잖아. 이거 엄청 큰 이슈거든. 노조 새끼들하고 얘기하는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고. 완전 심각해가지고 얘기해주는 거니까 그렇게 알고 넌 잘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노조는 “김포지사장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또한 대리점연합회는 고인의 죽음을 악용해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라는 등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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