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보다 2008년이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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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05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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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일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난 걱정이 없다. 다만 2008년 총선 역시 사실상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난 걱정이 많다. 또 그래서 나는 영국노동당사를 읽는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선거구제,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일회 투표제는 양당 체제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그걸 ‘두베르제의 법칙’이라고 한다. 아마 두베르제라는 정치학자가 이런 학설을 세웠나 보다. 그러나 우리에겐 지난 20년의 경험이다.

프랑스는 국회가 소선거구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비례대표제와 의원내각제로 한다. 또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제로 한다. 그러면서 결선투표에 가면 결국 좌우로 편먹어 정권을 다투니 트로츠키주의 정당만 두 개나 되는 상황도 이해가 된다.

미국이야말로 소선거구제와 단순 다수대표제의 나라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가 없다. 그러니 양당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미국사회당은 1912년 유진 뎁스라는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 6%를 득표하였다.

당원은 10만 명에 이르고, 각급 지방 정부의 공직에 진출한 당원이 1,000명을 넘어섰다. 요컨대 미국사회당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민주노동당이 21세기 초 한국에서 성장한 만큼은 성장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건 소선거구제 하에서 양당 체제는 잠시 흔들리더라도 곧 다시 안정되고 제3당의 존재는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제3당은 양당 체제의 어느 한 축을 밟고 일어서서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그걸 해낸 진보정당이 있으니 영국노동당이다. 영국노동당은 1900년 2월 27일 창당했다. 그러니 민주노동당보다 정확하게 100년 앞서 창당되었다. 그리고 영국은 소선거구제였고 보수/자유 양당 체제가 이미 정착되어 있었다.

   
 ▲ 영국 하원의회 (사진=영국의회 홈페이지)
 

무엇보다도 영국 노동자들은 사회주의에 관심이 없었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 어찌 그리 비슷하게, 또 혹독하게 어려운 조건에서 진보정당을 창당했는지? 고통스런 실패와 좌절 끝에 그 길을 찾아낸 전사(前史)까지도 비슷하다.

자유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망령에 시달린 것도 비슷하다. 한때 아일랜드 민족당이라는 지역당에 밀려 제4당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노동당은 자유당을 넘어섰다. 이제 소선거구제는 거꾸로 자유당의 몰락을 재촉했다.

창당을 주도한 케어 하디는 신념에 가득 찬 기독교 사회주의자였지만 양보하고 인내했다. 누구에게? 노동조합과 그 지도자들에게. 의결권을 양보하고 그들의 의식 부족을 인내했다. 역사의 진보를 믿고 대중운동의 역동성을 믿었던 것이다.

독일식으로 사회민주당이나 프랑스식으로 사회당이라고 당명을 붙이지 않고 노동당이라고 이름한 것도 케어 하디의 정신과 전략에 기초한 것이다. 이 시점, 영국 노동당의 경험과 케어 하디의 정신을 공부하는 건 심심풀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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