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우리 도시의 안녕을 고민하다
    [책소개]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최성용/ 북트리거)
        2021년 07월 24일 08: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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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쉈다가, 세웠다가, 바꿨다가…도시는 오늘도 공사 중!
    “갈팡질팡 도시,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인구의 90%가 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 대한민국. ‘십중팔구’가 도시민인 우리나라에서 도시는 대다수 사람들이 나고 자란 삶터이다. 도시에 모여 사는 우리의 삶은, 너무 당연하게도, 도시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과연 우리 도시는 모두가 사랑할 만한 공간일까? 도시는 늘 공사 중이다. 무언가를 부수고, 세우고, 바꾸느라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되새길 틈이 없으며, 변화의 방향이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산업화 시대를 장식했던 고가도로가 순식간에 헐리는가 하면, 낡은 단독주택들이 부지불식간에 허물어지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한다. 한때 유행처럼 깔렸던 자전거도로는 언제 생겼냐는 듯 하나둘 자취를 감추는가 하면,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의 공원이 들어서기도 한다. 과연 우리 도시는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50년간의 압축적인 도시화 덕분에 도시 사람들이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생활공간은 겉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민 전체의 삶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지는 않았다. 양적인 팽창만 거듭해 온 도시는 필연적으로 불평등, 지역 불균형, 자원의 낭비, 사회적 갈등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교통, 주거, 환경, 생태, 복지, 노동, 문화 등의 측면에서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되짚어 보며, 우리나라 도시문제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좋은 질문이 좋은 도시를 만든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네 가지 질문

    “편하디편한 도시 생활, 이대로 괜찮은 걸까?”(1장), “우리 도시의 공생 지수, 초록불일까? 빨간불일까?”(2장), “도시 개발,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할까?”(3장), “작은 실험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4장) 이 책에서 던지는 네 가지 굵직한 질문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주제이다.

    각 장에서는 우리나라 도시가 직면한 현안을 폭넓게 살펴본다. 보행권, 장애인 이동권, 대안 교통수단 등 시민의 이동과 교통 체계를 둘러싼 논의를 꼼꼼히 살피는가 하면, 쓰레기 처리, 에너지 생산, 도시 하천 관리 등의 문제에서 환경 및 생태적 가치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밝힌다. 24시간 사회, 다문화 사회, 젠트리피케이션 등 계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 차이가 첨예한 도시문제도 빠짐없이 다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 책은 피폐해진 도시환경을 보다 더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을 꼼꼼히 탐색한다.

    버스 정류장, 고가도로, 아파트 단지, 골목길…
    도시의 뒷모습을 능동적으로 탐사하며 ‘내일의 도시’를 그려 볼까?

    저자 최성용은 평소에 도시를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답사 장소는 소도시, 중도시, 대도시를 가리지 않는다. 관심 있는 지역이나 시설물이 생기면 샅샅이 훑어보는 편이며, 한 장소를 시작점부터 집요하게 따라 가며 도시의 역사를 파헤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도시연대에서 10년간 도시사회운동을 했던 이력, 현재 계간 《걷고싶은도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발자취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도시의 이모저모에 관심이 깊은지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도시환경을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도시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관심이 큰 저자의 생생한 고민이 담겨 있다. 방대한 분량의 논문, 주요 기관 및 행정 당국의 정책 보고서, 통계 등 탄탄한 자료 조사가 뒷받침됐으며, 저자가 직접 도시 곳곳을 누비며 능동적으로 탐구한 결과도 담겨 있다. 이를테면 ‘길이 중요하다’고 무작정 주장하기보다, 서울 3개 마을(북촌, 서촌, 행촌)의 공간 구성을 조사한 끝에 외부 공공 공간에서 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이는 식이다. 버스 정류장, 고가도로, 아파트 단지, 담장, 자전거도로, 주차장, 골목길 등 저자가 도시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부지런히 찍은 사진을 보는 재미도 크다.

    저자는 현재의 도시의 풍경이 ‘어쩌다 보니’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되짚으며, 독자들에게 바람직한 도시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하고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장소이다. 시민들 각자가 도시 공간을 구상하고, 원하는 대로 바꿔 나갈 권리가 있음은 물론이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잘 다니는 도시, 통유리 외벽에 새들이 부딪혀 죽지 않는 도시, 깨끗한 생태 하천이 흐르는 도시, 건물주와 세입자가 상생하는 도시,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고즈넉한 도시….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도시에 관한 구상은 도시에 사는 시민의 수만큼 다양하다. 이 책은 막연히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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