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에서 ‘신시대’로, 중국공산당 100년
    [책소개]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이희옥,백승욱/책과함께)
        2021년 07월 10일 07: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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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과 건설, 발전의 시대를 지나 ‘신시대’로
    다양한 관점과 맥락으로 들여다본 중국공산당 100년사

    2021년,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년을 맞이했다. 중국공산당은 당과 홍군이 국가와 군대를 만들고 운영한 특이한 경험을 가지고 탈냉전 속에서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했음에도 살아남아 집권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과 미국 패권의 상대적 하락에 따라 국제질서의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공산당의 성취를 평가하면서 축제와 선전의 열기가 고조되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사회주의 정체성의 정치’를 강조하는 한편 ‘중국특색’이라는 교조를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비단 일국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와 동아시아 지역 그리고 한반도에도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즉,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국가의 의미, 세계 자본주의에 깊게 포섭된 중국의 미래,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원심력과 구심력, 한반도 분단체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 다양한 토론의 주제가 공론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 100년의 역사를 비판적이고 주체적 시각에서 검토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에서 관련 연구 성과를 쌓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온 한국의 중국 연구자들이 참여했고, 여러 차례의 공동논의 속에서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같은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바라보는 국내 연구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견해가 있고, 필자들 사이의 상충되거나 논쟁이 있는 될 수 있는 입장들을 하나의 관점으로 무리하게 통일시키려 하지 않았다. 중국을 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열린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 더 풍부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일정당의 100년 통치,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1921년 7월, 상하이에서 당원 50여 명, 대표 13명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은 현재 9000만 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정당이 되었고, 2021년 창당 100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를 맞았다. 한 정당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은 흔치 않을 뿐 아니라, 단일정당이 혁명당에서 통치당으로, 다시 집정당으로 변모하면서 100년 동안 지배한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공산당에 대한 규범적 평가와는 별개로 내구력의 원천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평가가 있었고, 심지어 기업과 사회조직 관리 차원에서도 탐구의 대상이었다. 또한 경제발전이 중산계급을 만들고 이들이 정치적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근대화 이론, 비교정치의 오랜 명제에도 충격을 주었다. 사실 미국이 중국과 체제경쟁을 본격화한 것도 중국이 ‘성공의 역설’에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이후 혁명 30년, 건설 30년, 그리고 개혁개방을 통한 발전 30년을 지나 ‘신시대’에 이르는 100년의 역정을 거쳤다. 그러나 ‘신시대’는 ‘구시대’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0년의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사회주의에 기초한 재집권과 ‘강제로 열린 근대’를 초극하기 위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열린 100년을 향한 분투’라고 부를 수 있다. 이를 추진할 수 있었던 소명의식과 추진동력은 부상한 중국이 가져다준 노선, 이론, 제도, 문화에 대한 ‘네 가지 자신감’에 근거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시대 기획에 ‘백년대변국’으로 불리는 대전환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과도기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정치공학이 내장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미·중 패권경쟁과 중국의 미래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 모두 ‘중국’을 ‘중국공산당’과 분리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시진핑을 국가주석이 아닌 총서기로 부르는 등 냉전기 체제경쟁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실제로 GDP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3분의 2까지 추격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면서 그 격차를 더욱 좁혔으며, 두 개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따라서 미국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중국의 기세를 ‘지금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자신의 패권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렇게 보면, 중국공산당 100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의 꿈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혁명, 건설, 발전 그리고 신시대로 구분해 접근한 것은 공산당 창당 이후 100년사의 역사적 맥락이 보편과 특수, 혁명과 건설, 지양과 계승의 길항 관계 속에서 역사적 실험을 해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100년 전체에 대해 ‘중국특색’을 강조하고, 국가주의와 성장주의를 결합한 부국강병의 역사로 환원하며, 이를 새로운 100년의 역사적 출발로 삼는 시진핑 신시대의 역사 다시 쓰기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해답의 범용화 시대에 정책 대안과 답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있는 상태와 있어야 할 상태의 차이’를 의미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지금 여기서’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공산당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중국의 미래는 세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가,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에서 중국연구를 어떻게 기획하고 조직할 것인가 등과 같은 새로운 질문이 공론장에서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책의 구성

    프롤로그 〈중국공산당 100년: 이해의 확장을 위해〉

    신시대 두 개의 100년 프로젝트를 과거 100년을 결산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100년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기획으로 보았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혁명, 건설, 발전, 신시대로 구분하여 지속과 변화를 검토했고, 신시대의 사회주의로의 복귀가 지닌 세계사적 함의를 판독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필자들의 글을 간략하게 추려 소개하고 한국에서 비판적 중국연구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제1장 〈중국공산당 100년: 혁명에서 신시대까지〉

    지난 100년의 정치사를 정리하면서 권력의 집권과 분권, 권력 승계제도의 규범화, 당-정관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중요한 변화를 관찰한다.

    제2장 〈이론적 논쟁과 노선 투쟁〉

    주요 시기별로 당내뿐 아니라 당 외부를 포함해 전개된 주요한 이론적 논쟁들과 노선 투쟁의 쟁점을 다룬다. 창당 시기의 논쟁은 ‘문제와 주의’ 논쟁에서 시작해 중국 토착적인 혁명노선 논쟁으로 이어졌으며, 사회주의 건설기에는 소련 사회주의 건설 노선을 둘러싼 노선 논쟁에서 시작해 백가쟁명으로부터 반우파투쟁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과 문화대혁명 시기 제기된 ‘자본주의하에서 사회주의 길을 걷는 세력’이라는 쟁점이 부각되었다. 개혁개방기에는 진리표준 논쟁과 개혁의 성격이 자본주의적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되었으며, 이후 논쟁은 당 외부로 좀 더 확대되었다가 ‘신시대’ 들어 당 외부의 논쟁은 크게 억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제3장 〈사회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지난 100년의 중국 경제의 역사에서 중국공산당의 경제방침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검토한다. 공산주의 이상사회 건설의 계획을 점차 포기하고 시장사회의 요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해가는 과정으로 한 세기를 검토하며, 이 과정에서 확인되는 이념, 제도, 세계 경제 조건들의 불균형이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4장 〈사회동원과 조직화〉

    ‘동원, 개조, 관리’의 관점에서 사회 영역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검토하며, ‘공건, 공치, 공향’의 기준에서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혁명과 내전 시기 동원과 통제에 초점을 맞추었던 사회조직화는 사회주의 건설기에 도시의 단위체제와 농촌의 인민공사체제를 통해서 동원, 개조, 관리를 좀 더 통합했고, 개혁개방 시기에 앞선 체제들이 해체되면서 ‘사구’가 사회조직화의 틀로 중시되었고, ‘격자로 세분화’하는 주민관리와 ‘정부의 서비스 구매’ 같은 방식이 사회 거버넌스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제5장 〈대외인식과 외교정책 노선〉

    시기별 중요한 세계질서 구도와 그에 대한 중국의 외교정책 노선의 대응을 정리해 보여준다. 중국 외교정책의 지속과 변화를 동시에 포착하면서 혁명, 건설, 개혁개방, 세계금융위기마다 어떻게 변용하고 있는가를 밝히고 비서구 사회주의국가의 부상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했다. 그러나 중국은 기존의 고립주의 외교를 버리고 강대국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지속적인 게임체인저를 찾아, 다극화를 목표로 하는 신형 국제질서를 찾고자 할 것이다.

    제6장 〈노동자 조직의 역사와 변화〉

    중국공산당과 노동자계급의 관계가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검토한다. 혁명기 상하이 등지에서 공회를 건립하며 파업을 주도한 운동을 배경으로 등장한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 건설기에 당과 공회 사이의 관계 설정에 대한 긴장의 시기를 거치며 노동자계급이 당국체제의 목표에 종속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문화대혁명 시기나 톈안먼 사건 전후에 기존 공회의 제약을 벗어나는 새로운 노동운동이 분출한 데서 보듯, 노동자계급을 당의 통제하에 가두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고 21세기 들어서도 파업의 고조, 당 통제하의 공회의 변신 시도, 당 외곽의 NGO 조직의 등장 등이 병행하면서 노동문제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제7장 〈문예정책과 근현대문학〉

    지식인과 당의 이념적 통제 사이의 관계를 현대문학 논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42년 〈옌안 문예 연설〉, 1949년 전국 문학예술 공직자 대표대회에서 당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는 문학의 위상을 보여주었으며, 개혁개방은 이런 통제에서 벗어나는 시도로서 ‘사상해방’의 경험을 보여주지만, 톈안먼 사건 이후 다시 통제가 강화된다.

    제8장 〈혁명과 젠더〉

    지난 100년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첫째, 생산‧재생산‧이동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하고, 둘째, 태평천국의 난과 캉유웨이 등 전통에서 변신을 시도한 중국 고유의 여성해방 모델에 대한 함의를 부각시키며, 셋째로, 북한의 경험과 중국의 경험을 대조해보고자 한다. 이를 거치며 중국의 경험이 보여주는 복잡성을 드러내고 서구 여성해방의 관점만으로 중국의 지난 한 세기를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에필로그 〈‘신시대’ 중국의 역사 다시 쓰기〉

    지난 100년간 공산당의 역사를 여러 측면에서 검토한 다음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 다시 쓰기라는 문제를 검토해본다. 혁명사의 정통 견해인 ‘자본주의 맹아론’과 ‘관료자본주의론’에 대한 일국적·경제주의적 재해석의 시도가 이미 20여 년 이상 지속되었음을 살펴보면서, ‘신시대’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지난 한 세기를 ‘중화민족 굴기의 투쟁사’로 재서술하고자 하는 바람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왔음을 보여주고자 했고, 역사에 대한 재해석은 시공간을 가두기보다 확장하는 노력을 동반해야 의미가 있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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