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아파트 반값'이 골치 아파
        2006년 11월 23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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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 기존 법안 내용을 크게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홍준표 의원이 “서민들에게 맛보기로만 보여주는 정책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생색내기용 정책은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재창)는 23일 국회에서 부동산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부동산값 폭등에 대한 종합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대지임대부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처음 논의하는 자리여서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석준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레디앙>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당론 채택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며 “내일 정책의총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당론 채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지임대부 법안이 후순위 안건인데다 의원들이 법안을 검토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한나라당이 대지임대부 법안 당론 검토는 최근 부동산값 급등과 관련 정부·여당은 물론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조세특위의 ‘1가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법안을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일과도 무관치 않다.

    더구나 여당의 김근태 의장과 이미경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장까지 나서 홍준표 의원의 대지임대부 법안에 대한 관심과 검토 입장을 밝힌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석준 위원장은 하지만 아파트 반값 정책의 “일반화는 곤란하다”며 “중산층 이상 분양 시장과 영세서민 임대주택 사이 제3방법으로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라면서 “지자체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제한적으로 해야 하고, 공공부문 개발에서도 일부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거두절미하고 ‘아파트 반값’이라고만 알려지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중산층 이상에서 왜 우리한테는 비싸게 공급하느냐, 현재 아파트 값을 반값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 있는데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건설교통위 소속 정희수 의원 역시 “원칙적으로 방향과 아이디어는 좋지만 단계적으로, 제한적으로 검토해 봄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지임대부 방식을 확대할 경우, 토지를 수용하고 개발하는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저쪽(열린우리당)처럼 표를 얻으려고 무작정 하는 게 아니”라며 “당론으로 정하면 지켜야 하는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지임대부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될 것인지가 불투명하고, 설령 채택되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당까지 관심을 보이는 마당에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다.

    부동산값 폭등을 방관한다는 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가면서도,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줄여 부동산 기득권층과 보수적인 당 지지층의 비난을 사지 않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동산 사태를 해결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찾겠다는 당초 법안의 취지에서는 상당히 후퇴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당장 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이 “그런 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 의원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공부분에는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제한적으로 한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맛보기로만 보여주는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재창 의원의 생각일 뿐”이라며 “내일 정책의총에서 전면적인 적용 입장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혀 당론 채택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해도 향후 입법 과정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당이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정책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 이미경 위원장은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방식을 같이 검토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를 바로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는 환매조건부가 좀더 (기존 부동산 시장에) 수용되기 좋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토공과 주공 통합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그게 전제 조건이라면 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홍준표 의원 법안이 민간 건설업체를 유인하기 위해 용적률을 400%로 허용하고 있는데 완전 괴물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 해결에 토지임대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거기서 적용을 더 제한 한다는 것은 생색만 내겠다는 것”이라며 “생색내기용 정책은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토지만 공공이 개발하고 민간이 주택을 건설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은 차선책일 뿐”이라며 “토지와 건물 모두 공공 개발해 분양하고 다시 사들이는 환매조건부 분양이 가장 적절하다는 게 오래 전부터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환매조건부 방식을 검토할 자격이 있냐”며 “문제만 생기면 대통령에게만 떠넘길게 아니라 책임 주체로서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과 책임부터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부동산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대지임대부 법안 이외에도 부동산 대책 전반을 검토했다. 특위는 앞으로도 3~4차례 회의를 더 열어 ▲신도시개발, 재건축 재개발 등 주택 공급 정책 ▲분양가 인하, 후분양제, 원가공개 ▲국민임대 다세대 임대 등 서민주거안정, ▲건설산업구조조정, 규제완화 등과 관련 당론을 결집하기 위해 내부 심층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거쳐 이달 말 한나라당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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