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유족 변호사 “지휘관 몰랐다 하기 어렵다”
    군 성폭력 조직적 은폐, 전속 이후에도 관심병사 분류돼 고통 받아
        2021년 06월 03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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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중사 사건이 지휘관까지 보고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사건 은폐 등 직접적인 2차 가해를 저지른 관계자가 2~3명 정도이며 추가 수사로 그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 근무하던 A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인 B중사의 지시로 저녁 회식 자리에 나갔다가, 회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량 내에서 B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바로 다음날, 부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회유와 협박 등 은폐 시도가 반복되면서 지난달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피해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신고했다. 선임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건 피해를 알렸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군에서 지휘관까지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신고가 들어갔다면 군의 최상부까지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거듭된 질문에 “지휘관까지는 보고가 됐을 것”, “지휘관이 몰랐다고 하기 어렵다”며 “지휘부에서 사건이 밝혀지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폐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3월 2일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회식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B중사는 지인의 개업식 참여를 위해 피해자의 근무 일정까지 바꾸라고 지시하며 회식 참여를 강제했다.

    그는 사건 당시 군이 은폐를 시도한 이유에 대해 “회식 전체 참여 인원이 5명을 넘었던 것으로 안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상황”이라며 “지휘관이 지휘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고가 이뤄지면 부대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발각될 우려 때문에 성추행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뜻이다.

    사건 은폐 등 2차 가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도 있다.

    김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에 대한 조력 이야기가 나오는데 피해자는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한 정황이 있다. 또 (가해자인 B중사와) 분리가 돼서 보호를 받았다고 얘기하지만 그 사이에도 (A중사의) 남자친구까지도 사건 회유를 받았다”며 “(성추행 피해 발생 후) 다음 날 신고가 이뤄진 후 (A중사도) 만 하루 동안 회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군은 A중사와 그의 남자친구에게 ‘이 사건으로 인해서 신고가 이뤄지면 회식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가해자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한번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식의 회유가 있었다. 이 같은 2차 가해에 최소 2~3명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하며 “사실관계에 따라서 2차 가해자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중사는 5월 경 다른 부대로 전속된 이후 관심병사로 분류돼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전속한 부대에서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사건과 관련해 피해사실이 수사기관과 일부 지휘관 외에는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피해자 A중사는) 전속된 부대의 다른 인원들의 행동에서 본인의 피해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미리 알려드리기 어렵지만 (부대의 인원들이)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말들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A중사는 군에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까지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지만, 가해자 B중사는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구속되지 않았다. 사실상 군 내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는 “군 검찰이 가해자를 구속할 때 증거로 쓰인 블랙박스 영상도 피해자가 직접 사건 직후에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다. 검찰이 영장실질심사 당시에 그 증거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인에 대한 강제추행은 엄격하게 처벌하게 돼 있다. 이번에 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혐의로 잡은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죄’는 감경을 하더라도 법정형이 3년 6개월 이상”이라며 “상관들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도 매우 높은 상황이었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김 변호사는 A중사의 성폭력 피해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성추행 사건이 있었고 보고했지만 군의 회유로 은폐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A중사는) 이 사건 피해 이전에도 다른 가해자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받았는데 그때도 회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습적으로 피해자가 성폭력에 노출되었고 회유도 상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이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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