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부자 정당 표시 안내려니 땀나네…"
        2006년 11월 21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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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부자 비호 정당’이라는 비난 여론에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세에 대한 한나라당 책임론까지 대두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부동산 정책이 다시 회귀할 수 있다는 투기적 기대 심리에 때문에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정책실패 공범론’이 한나라당에 큰 부담으로 다가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고위원회까지 보고한 내용이라며 당론 채택을 자신했던 한나라당 윤건영 조세특위 위원장은 “당이 용기가 없다”며 당의 ‘번복’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와 강재섭 당대표 (사진=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부동산 세제 관련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열고 당 조세특위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데 다수 의견을 모았다. 또한 종부세 과세 방법도 조세특위의 ‘인별 합산’에서 다시 현행 ‘세대별 합산’을 유지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조세특위안이 당론은 아니었다며 이날 회의 결과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대책회의가 아니라 그냥 의원 간담회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 조세특위,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원내 대표,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가 모두 참석해 간담회 이상의 자리였음은 분명하다. 

    또한 조세특위안은 당시 최고위원회까지 보고 돼 9일 발표하려던 내용을 최고위원회 지적에 따라 수정한 후, 10일 ‘한나라당 조세정책’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인 조세특위,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이미 조세특위안을 만들며 함께 논의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조세특위안을 만든 장본인들이 불과 10여일만에 특위안 당론 채택을 다시 반대한 셈이다. 당론이 아니었다는 한나라당의 설명은 ‘부자 정당’ 비난 여론에 떠밀려 사실상 정책을 철회하게 된 상황을 애써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입장 발표 후, ‘8.31 대책 이전으로 회귀’라며 어쩔 수 없는 ‘가진 자들의 정당’이라는 언론과 다른 정당들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당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부자비호정당’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며 “다주택자와 건설업자를 대변할 것이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헤아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결국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 한나라당 윤건영 조세특위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실제 이날 한나라당 의원간담회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가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윤건영 조세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전 <레디앙>과 통화에서 “당 최고위원회에도 보고했고 당 재경위 소속 의원들과 조세 특위가 2차례에 걸쳐 논의한 것”이라며 “그대로 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윤 위원장은 “누가 한 마디 한다고 당 정책이 그렇게 쉽게 바뀌면 되겠냐”며 조세특위안을 비난한 손 전 지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후 윤 위원장은 “당이 용기가 없나 보다”며 다수 의원들이 ‘정치적 부담’을 들어 당이 중과세 폐지안을 당론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맞는 말이지만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게 어려운 거 아니냐”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격해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이해하겠냐” “정치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등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은 “맞는 말이지만 안 된다는 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냐”며 “정답이 아니라 오답 갖고는 문제를 풀 수 없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입장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비난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게 당의 속내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든지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시각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론이 아니라 개인 의원 안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고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개정안을 일단 보류했다. 더불어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법안을 당론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여론 정치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부동산 대책으로 이어질지,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차원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잡아서 권력을 잡아야 하는’ 한나라당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 당이 결코 ‘부동산을 잡으려 부자를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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