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민사회 “이스라엘
    가자 폭격, 인종청소·학살”
    이스라엘에 경도된 정부 입장 비판
        2021년 05월 20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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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 정부가 가자지구를 공습한 이스라엘과 FTA 서명식을 가진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를 즉각 파기하고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금수조치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종교·여성·소수자 등 160개의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오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규탄 한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박스 안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장면

    이 단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 또는 분쟁으로 표현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상황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즉각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로 인도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모든 당사자의 즉각적인 긴장완화와 교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논평에선 “가자지구로부터의 무차별적 로켓 공격과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아동을 포함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가자지구 침공이 정당하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FTA 서명식을 가졌다”며 “(특히 외교부 논평에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 책임을 팔레스타인 측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17일(현지시각)까지 팔레스타인인 200여 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60여 명이 아동이었으며, 사상자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10명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은 물론 전기와 수도시설 등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다. 유엔인도주의인권조정국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의 건물 90여 곳이 완전히 파괴됐고 주택단지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학교와 유치원, 보건부 소속 병원,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등도 파괴됐다. 가자지구의 전기 공급은 하루 평균 6~8시간 수준이며 식수와 위생 관리에 필요한 용수 공급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당 하마스가 먼저 로켓을 발사했다며 가자지구 침공을 통한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마스의 로켓 발사의 배경엔 오랜 시간 누적돼온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폭력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에서 불법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군대와 같은 국경 경찰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잔인하게 진압해왔다는 것이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원주민 인종청소의 축소판”이라고 판단했다.

    이 단체들은 “셰이크 자라 주민 강제퇴거와 시위 진압은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공분을 일으켰고, 시위가 확산되자 이스라엘 국경 경찰은 인근 알아크사 사원 안까지 침입해 시위대와 예배 중인 신자들에게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코팅된 총알을 발사했다”며 “시위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도시로 확산됐고,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 군경의 발포로 사상자도 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 군경의 폭력이 극에 달한 뒤에야 팔레스타인인들이 최후의 대응을 할 때 이스라엘은 ‘하마스’만 집어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공격은 무자비한 이슬람 테러 집단의 선제공격에 대한 ‘정당한 방어’라고 프레이밍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법적으로 확립돼있을 만큼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낸 땅 위에서 건국을 선언한 후, 현재는 자국 내 팔레스타인인 시민권자를 공식적으로 차별하는 법률만 6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계는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국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자행하는 일은 ‘한 인종 집단에 의한 다른 인종 집단에 대한 지배를 확립, 유지하고 다른 인종 집단을 조직적으로 억압’한다는 아파르트헤이트의 규정을 충족한다”며 “전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 2명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규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등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규정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멈춰야 한다”며 “하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한 언제든 다시 폭격을 재개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지 전역에서 철수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자체가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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