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파업요? 어렵지만 안 할 수 없습니다"
    By tathata
        2006년 11월 16일 12: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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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체결돼 구조조정 되고, 비정규법으로 비정규직 확산되고, 로드맵 ‘9.11 합의’로 정리해고 되도 싸워보지도 못하고 짤리고… (민주노총 4대요구가) 어느 것 하나 노동자에게 적용 안 되는 게 없죠. 이게 통과되면 현재 ‘후퇴된’ 것에서 더 ‘후퇴된’ 것으로 가게 돼요. 파업하기 힘들어도 해야죠. 이번에 물러서면 되돌아 올 수 없어요.” (금속연맹 두원정공노조의 한 조합원)

    “로드맵 합의안을 일단 알게 되면 조합원들은 깜짝 놀라요. 보건의료노조는 근무의 특성상 항상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파업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민주노총 매 집회마다 보건의료노조 지부의 20%는 항상 참여하기로 정했어요.

    오늘 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간부 30여명이 월차를 내고 이렇게 왔는걸요, 로드맵이 통과되면 우리에게 파업권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파업할 경우, 병원에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가 생겨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는 그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몰라요.” (보건의료노조 부평 세림병원지부 이미지 부위원장)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조합원 5천여명이 참가한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 인천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의 총파업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조합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투쟁’의 함성을 높이 외쳤으며, 이번 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합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공장의 라인을 중단시키고, 회사의 업무를 멈춰 노동법 개악과 한미FTA협상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 결의대회가 시작되자,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대상자 58만6,041명 가운데 31만4,900명이 투표에 참가, 53.73%의 참가율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찬성률 62%를 보여 총파업이 성사됐다”고 보고했다.

    조 위원장은 “한국사회는 양극화, 비정규 양산, 실업자, 정리해고, 산업재해의 사회”라며 “민주노총은 1,500만 노동자의 요구를 담아 노무현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를 대책 없이 추진하면서 초국적 자본에 민중의 생존권을 넘기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노동자, 농민, 민중의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요구가 분명하고, 정당하기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요구에 정부가 20일까지 정확한 답을 하지 않을 경우, 22일부터 농민, 노동자가 함께 이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위원장은 거듭 “다시 조직하고 또 조직하여 반드시 승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다. 이어서 참가한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총력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박준 민중가수의 ‘무노동 무임금을 자본가에게’ 라는 노래공연이 펼쳐졌다. 일부 조합원은 흥에 겨운 나머지 무대 앞쪽으로 나와 어깨춤을 덩실덩실 췄으며, 노래가 끝나자 조합원들은 ‘앵콜! 앵콜!’을 외쳤다.

       
     
     

    김금철 건설운송노조 덤프분과 의장이 지난 3박4일간 진행된 서울 상경투쟁에 대한 상황을 보고했다. 김 의장은 “덤프노동자들이 하루를 쉬면 그 누구도 돈 한 푼을 주지 않지만, 우리가 풍찬노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노동자이면서 교섭할 권리, 파업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다하더라도 싸우지 않으면 쟁취할수 없기에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국회 단상을 점거하며 전효숙 인준안 표결처리를 반대하고 있고, 검찰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 법원과 싸우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언론과 싸우고 있다”라며 “그들은 서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노동자가 정권을 향해 싸우는 것은 왜 ‘엄정 처벌’의 대상이 되는가”라며 되물었다.

    전 위원장은 “노동자는 이 건물을 뼈가 부러지고 피와 땀을 흘리며 짓고, 다치면 병원에서 정성껏 보살펴주고, 자동차를 굴러가게 만들고, 열차와 발전을 돌아가게 한다”며 “세상의 이치가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거늘 정부는 노동자는 정부는 노동자는 귀찮은 존재로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파업하기가 쉽지 않지만, 싸울 수밖에 없다. 산별교섭 제도화는 한 글자도 없는 법, 해고를 자유롭게, 파업을 못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기에 임금이 깎이고, 관리자의 눈치가 보인다하더라도 이 고통을 이겨내야 우리의 아들, 딸들이 잘 살 수 있다. 그저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같이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외쳤다.

    오후 4시 30분이 되어, 한미FTA 저지, 노동법 개악저지, 비정규권리입법 쟁취, 산재법 개혁이 적힌 상징물에 대한 화형식이 진행됐다. 이어서 곧바로 참가자들은 영등포에 위치한 열린우리당사까지 1시간여 가량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차는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권리가 보장되는 입법안을 지지해 주십시오.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권을 박탈하고, 정리해고를 쉽게 하는 로드맵, 그리고 IMF 10배의 구조조정 광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한미FTA 저지를 위해 싸우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지해 주십시오”라는 거리 선전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민주노총의 행진과 방송을 매우 유심하고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오후 5시 30분. 참가한 조합원들은 열린우리당사 도착, 마무리 집회 후 자진 해산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성실한 답변’을 촉구했으며, 답변이 없을 경우 ‘거대한 총파업으로 반드시 되갚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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