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북핵 '안보 장사' 장사될까?
        2006년 11월 14일 09: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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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북핵 강경 기조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중단, PSI 참여 확대 등 대북 제재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들은 초기 강경 입장 이후 대북 특사 발언까지 내고 있지만 당은 정부의 PSI 참여 방침에 또다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14일 “노무현 정부가 독단으로 PSI를 거부하고 국제공조를 하지 않아 이제 안보파탄으로 끝없는 위험에 나라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안보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강재섭 대표도 전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이런 어정쩡한 태도가 바로 김정일 정권의 버릇을 나쁘게 하고 오판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PSI 불참을 비난했다.

       
     ▲ 한나라당 긴급통일안보전략특위 회의 중인 김형오 원내대표와 강재섭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경재 통일안보전략특위위원장은 “미국의 요구를 이번에 정면으로 거부한 것은 동맹에 대한 파괴선언이나 다름없는 도전적인 행동”이라며 “북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 밖에 없다고 볼 때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소장·중도파 지분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권영세 최고위원 역시 “국제사회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평화는 ‘구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싸워서 쟁취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선, 공성진 의원의 전쟁불사론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의 북핵 강경 일변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과 보수적인 사회여론 형성을 위해 안보 불안을 확대재생산하려 하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나친 보수 강경 기조는 오히려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여론이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뉴스메이커> 여론조사에서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 등 평화적 해결’이 39.5%로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 강화’ 26.5%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31.9%는 ‘외교적 노력과 제재 강화 병행’을 꼽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대화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응답이 67%로 제제를 강조한 30.5%보다 앞섰다. PSI 참여나 대북 경제 제재 등 현실적인 방법에서는 여론조사에 따라 조금씩 엇갈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찬반이 팽팽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설사 내년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이나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방향을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정당 노선 상 전략적 목표로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듯이 한나라당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며 “국민 여론이 경제 제재에 찬동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국민 여론이 편승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경제 제재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득해가는 작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론에 가장 민감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역시 한나라당의 강경 대응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북한 해법은 당이 제시한 국제공조와 대북제제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북특사 관련 발언 정도가 눈에 띄지만 대선주자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그인 만큼 한나라당 강경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중도 성향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가장 강경한 대북 제재 입장을 밝힌 점이 오히려 주목을 받으며 한나라당 강경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와 관련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나라당은 지금 경선 과정에 있다”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국민보다는 당내 경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당내 보수 세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 역시 “어느 후보도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스탠스에서 벗어나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실제 자신이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경선이 끝나고 본선 선거를 앞두고도 대선 후보들이 지금처럼 대북 강경 입장을 가질 지는 의문”이라며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들의 보수 경쟁과 달리 당의 대북 강경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소장은 “집권 전략 차원에서 보면 후보와 당은 다르다”며 “대선 주자들은 그럴 필요성이 있지만 당은 지나치게 보수화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주자들이 경선을 위해 당 지지층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동안 당은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당이 보수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 역시 “대선 앞두고 중도 선점할 수 있게 당이 스탠스를 높여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취약점으로 현 지도부가 강성 보수 성향으로 구성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대세론이 작동된 게 아닌가 한다”며 “현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 최대의 방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의 대북 강경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2002년과 다른 것은 보수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수 진영으로부터 공격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당내 권력 문제를 주목했다. 그는 “당을 이끌고 있는 사람, 대표나 최고위원이 이미 특정 주자들에 흡수돼 대리인으로 당을 끌어가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대선 승리보다는 당 대표나 차차기 대권에 대한 사심을 갖고 보수 경쟁을 하고 있지 않나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나라당의 지나친 강경 입장이 대선에서 결국 한나라당에 불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는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 문제로 다가왔다”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대처 쪽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이념적인 안보 문제로만 자꾸 간다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북핵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게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전쟁 가능성, 위기가 계속 오면 ‘평화’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비록 한나라당이 지금 지지율에서 앞서 있지만 대선이 임박할수록 크게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도라는 것은 이념적 성향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고, 긴장보다는 평화를 원하는 면이 많다”며 “중도의 비율 또한 높아지는데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이념적 경직성을 보이게 되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대북 전략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선에 불안한 요인이 있다면 안보에서의 유연하지 못한 점이 대중들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며 “현재로선 조금 더 유연한 전략을 갖고 가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보지만 단정적으로 평가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대표는 “북핵 이슈나 아젠다만 놓고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유·불리를 따질 수는 없다”며 “이슈 자체보다 어떤 메시지로 싸울 것이냐가 중요한데 한나라당은 아직 메시지를 내놓은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는 진보진영의 포용정책 밖에 없어 한나라당이 단순 반대만을 하고 있지만 대안을 갖고 중도파들이 지지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북 강경 정책이 반드시 지지도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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