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상머리에서 나눈 노회찬의 삶과 꿈
    [책소개] 『음식천국 노회찬』 (이인우/ 일빛)
        2021년 03월 27일 08:2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쉽게 세상을 떠난 노회찬(1956~2018)은 우리 역사에 ‘진보정치를 대중화시킨 정치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서부터 현 정의당에 이르는 진보정당이 그의 헌신으로 창당되었습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는 개혁가 노회찬이 꿈꾼 세상이었습니다.

    그는 정치가이기 이전에 빼어난 문화인이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식을 사랑했습니다. 정치가가 되지 않았으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작곡가와 요리사를 꼽으면서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노회찬의 옛 동지들과 오랜 벗들이 노회찬이 생전에 즐겨 갔던 식당과 주점에 다시 모여 그가 걸어갔던 삶과 그가 꿈꾸었던 비전을 회고하며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미식가로서 노회찬이 사랑한 맛집 소개도 곁들인, 조금은 특별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회찬이 진보 정치인으로서 꾸었던 개혁의 꿈들을 가능한 무겁지 않은 형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책 속에는 1980년대 혁명조직인 인민노련 비밀조직원에서부터 현재의 진보정당 당원 등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과 27곳의 식당, 주점이 등장합니다.

    각 이야기의 제목, 예를 들어 「생산부장과 지하그룹 투사들 ― 한식 주점 ‘연남동 이파리’에서」, 「노회찬과 이낙연의 ‘인생의 맛’ ― 여의도 남도한정식 ‘고흥맛집’에서」 등과 같이 인물은 인물대로, 맛집은 맛집대로 각자가 경험하고, 알고 있고, 품고 있는 노회찬이라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50년 동안 썩은 불판, 이제는 갈아야 합니다!”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 노회찬의 어록 중에서

    이 책에는 21개 이야기가 4개의 장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1장 ‘진보 맛객 노회찬의 꿈’은 이 책의 서문 격으로, 노회찬의 비전이자 책 출간의 동기를 담은 ‘내가 꿈꾸는 나라’ 편에서부터 노회찬이 국회의원 직을 빼앗긴 계기가 되는 ‘삼성X파일, 공수처법, 그리고 노회찬’ 편에 이르기까지 지하운동가에서 진보정치인이 된 그의 파란 많은 역정을 감동적으로 더듬고 있습니다.

    2장 ‘밤 깊을수록 별 더욱 빛나리라’에서는 노회찬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헌신하는 동안 벌인 일들, 정치적 선택들, 그리고 노회찬을 추억하고 기리는 옛 동지들의 추억, 노회찬재단의 과제 등 노회찬이 떠난 빈 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자들은 1장과 2장만 읽어도 노회찬의 인생 역정 전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 격인 3장과 4장은 정치인으로서 노회찬의 발자취와 그가 정치를 하면서 즐겨 찾은 맛집, 지역 등을 소개합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는 노회찬이 현 민주당 대표 이낙연과 주고받은 인생의 맛을, 그의 마지막 지역구인 창원에서는 생선국 맛을, 그의 ‘마음의 고향’ 통영에서는 다찌집의 추억 등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노회찬은 호주제 폐지에서부터 공수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무수한 개혁 입법의 견인차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개혁 입법이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의인 노회찬’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기억의 소환을 일으키는 많은 단서를 담고 있습니다.

    노회찬의 절친, 동지, 당원 등 생전의 길동무들이 노회찬이 사랑한 맛집을 다시 찾아가 빈자리에 술잔을 채워 놓고 그를 추모하고, 때로는 원망도 하면서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의 잊을 수 없는 사상가이자 문화인이며, 실천적 정치인이었던 노회찬이라는 사람의 삶과 꿈, 그리고 그가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