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민 ‘반대’에도
    제2공항 논란은 재점화
    시민단체 "정부 탓"···원희룡 "대통령, 가덕도 100분의 1 관심도 없어"
        2021년 03월 24일 08: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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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제주도민의 ‘반대’ 의견에도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제주도민들과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2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제주도민의 최종 결정은 제2공항 반대”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제2공항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각각 300개 시민환경단체와 제주지역 1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있다.

    제주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도민 여론조사로 일단락된 제주 2공항 논란이 재점화된 데엔 정부의 탓이 크다.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음에도 국토교통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별도의 의견을 요구, 원 지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배척할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 2015년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인근에 제주 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제주도 안팎으로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2019년 당·정은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주특별자치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는 원칙을 밝혔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도민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난 2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찬반 여론조사를 벌였다.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한국갤럽>에선 ‘반대’가 47.0%, ‘찬성’이 44.1%였고, <엠브레인 퍼블릭>에선 ‘반대’ 51.1%, ‘찬성’ 43.8%였다. (각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95% 신뢰수준에서 ±2.19%p)

    이 단체들은 “5년 전 공항계획 발표 직후부터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찬성 여론이 많았지만 환경수용성 문제가 적극 제기되면서 도민들의 의견은 역전됐다. 제주의 미래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도민들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었고 그 숙의 결과는 명백하게 ‘제2공항 사업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 일회성 여론조사가 아니라 제주도와 도의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최종조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도민의견 수렴 결과를 전달받고도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의견을 별도로 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 지사는 지난 10일 “제2공항 건설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도민들과 시민사회계는 여론조사로 결정된 사안에 정부가 다시 논란의 불을 지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제주도정과 도의회에서 구성한 여론조사공정관리위원회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도민의견 수렴 결과’임을 만장일치로 확인하고 여론 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하도록 승인했다”며 “(그럼에도) 국토부는 원희룡 지사가 도민들의 민주적 숙의과정과 합의결과를 짓밟도록 조장 방조했다”며 “중앙정부가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지자체장이 공동체의 결정을 농락하고 훼손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원희룡 지사도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갈등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도 “1년차 절차도 안 거친 가덕도에 대해서는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면서 대통령이 지시해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면서 6년 동안 추진해왔고 대통령도 이미 대선 때 공약했던 제2공항에 대해선 왜 가덕도의 100분의 1의 관심도 안 기울이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정부에 불만을 표했다. 공약으로 발표해놓고도 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 내 갈등이 심화되니 제주도에 정책 결정을 떠넘긴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원 지사와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도민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 의견수렴을 통한 결론에 다시 갈등을 유발한 만큼 문 대통령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 셈이다.

    원 지사는 “4월 3일에 대통령께서 (제주도에) 오실 텐데 그때 정식 건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생방송으로 전 국민 앞에서 뱉은 약속을 지켜라. 국민과의 약속,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것은 국정 운영의 기본”이라며 “정부 여당과 국토부가 ‘제2공항 계획 철회’ 결정을 발표하여 당정 협의 결과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기후위기, 탄소중립,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전국 곳곳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제2공항 철회의 뜻을 천명할 때까지 우리는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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