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 내정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 견제하고 있나?
    [정의로운 경제] 그들은 어떻게 독점횡포 실현하는가
        2021년 03월 16일 09: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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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플랫폼기업의 자유방임이 막을 내리나?

    지난해 말 CEO 자리를 내놓아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던 인물 제프 베조스, 그리고 그가 20여년 동안 일궈 글로벌 거대 전자상거래 거인이 된 기업 ‘아마존’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아마존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온라인에서 책을 파는 기업? 책뿐 아니라 온갖 제품을 파는 소매상? 아니다. 좀 길게 말하자면 이렇다. 소매기업, 마케팅 플랫폼, 배송 네트워크, 지불서비스, 신용대출, 경매하우스, 도서판매, TV 및 영화제작, 패션 디자인, 하드웨어 제조업, 클라우스 서비스 제공자. 이게 대략 요약한 아마존의 사업영역이란다.

    2019년 기준 미국 전자상거래 점유율이 무려 37.30%로 그 다음 순위자들인 쇼피파이(5.9%), 이베이(5.7%), 월마트(4.7%) 등과 거의 비교 불가 수준의 지위에 오른 아마존은, 시가총액에서도 전 세계 1~5위 사이를 오가는 초거대 글로벌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세상에 적수가 없을 것 같은 기술거인기업에게 ‘존재론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준다고 뉴욕타임즈가 표현한 인물이 있다. 1989년생 32세로 콜롬비아대학 법학교수인 리나 칸(Lina Khan)이 바로 그 인물이다.

    리나 칸이 갑자기 언론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5명 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전격 내정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만약에 그가 의회 인준을 통과하게 된다면, 경쟁법 대통령특별보좌관에 임명된 팀 우(Tim Wu)와 함께,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으로 약칭되는 거대기술 기업에 대한 독점적 횡포에 대해 전면적인 규제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나 칸(위키피디아)

    지난 1998년 MS를 반독점에 제소한 이래 실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대 기술거인들은 사실상 거의 규제를 받지 않고 어마어마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그 결과 소수의 거대기술기업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이런 추세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인가? 앞으로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인가? 당분간 리나 칸을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왜 반독점법은 온라인 플랫폼 거인들 규제에 무력했나?

    어쩌다가 리나 칸이라는 인물이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게 존재론적 위협을 주는 인물이 되었을까? 그를 아마존의 적수로 만든 것은 2016년인 27세에 작성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라는 95쪽 짜리 논문 덕분이다. 구글 학술논문 검색을 해보면 이미 700회 이상 인용되었을 만큼 유명해진 이 논문에서, 그는 미국의 반독점 규제가 아마존처럼 인터넷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을 규제하는 데 극히 무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과 대처 방안을 깔끔하면서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아마존 임직원이 읽으면 흠칫할 정도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독점을 규제하기에는 미국 반독점 규제 체제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나? 그건 아니다. 원래 미국의 반독점 전통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경제권력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1890년 입법된 셔먼법으로부터 시작된다. 입법을 발의한 존 셔면 상원의원은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가 정치에서 왕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면 경제에서도 그래야 한다. 우리가 정치에서 제국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면 경제에서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반독점법은 과도한 독점가격 등만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독점 횡포로부터 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독점체들의 부의 집중이 정치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경계하도록 설계되고 입법된 것이란다.

    그런데 이런 반독점 전통이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는 1970년대부터 공격받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 설파에 앞장선 ‘시카고 학파’와 그들의 지지를 받던 법학자 로버트 보크(Robert Bork)에 의해서 반독점 규제 원칙이 심각하게 변형되었단다. 즉, 독점기업들이 과도한 독점가격을 책정해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가격부담을 주지 않는 한(경제학자들이 표현하는 소비자 후생이 줄지 않는 한), 특별히 규제할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득세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초점은 생산자나 노동자 등을 모두 생략하고 오직 소비자 관점으로만 좁혀지고, 그것도 독점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시장가격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거대독점체가 형성되었더라도 소비자에게 싼값에 제품을 제공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이다.

    물론 독점의 비가격적 유해성(품질 저하, 제품 다양성 축소, 서비스 축소, 혁신 부재, 시장 접근가능성 차단)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부터 독점규제 원칙은 “하나 이상의 기업이 경쟁가격 이상의 가격을 지속시켜 이익을 낼 수 있는 힘을 제한”하는 쪽으로 맞춰진다. 이 논리를 법적으로 정연하게 풀었던 보크의 1978년 논문 <반독점의 역설>을 틀어서 리나 칸이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라고 논문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아마존 온라인 플랫폼은 어떻게 독점적 횡포를 자행하나?

    그러면 왜 소비자 가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독점규제 방식이 온라인 플랫폼, 특히 아마존에서는 통하지 않는가? 아마 직관적으로 이해될 것이다.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들이 소비자들에게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 또는 아예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렇다면 비록 시장지배력이 크다고 한들 아무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20여년 동안 제대로 된 반독점 규제가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리나 칸의 생각은 달랐다.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체감되는 소비자 가격만 봐서는,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진정으로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칸은 ‘경쟁과정과 시장구조’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는 전통적으로 독점규제에서 행위규제냐 구조규제냐 하는 논쟁과도 맥락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시장구조란 시장에서 힘이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특정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카고학파는 시장지배력이 커져도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그 자체로 해로운 것으로 보지 않지만, 기업들은 단기적 가격이나 산출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시장지배력을 다양한 방식의 경쟁 왜곡에 이용할 수 있다고 리나 칸은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기업은 특히 상당 기간 손실을 무릅쓰고 저가공세를 통해서 규모를 키움으로써,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가 공세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규모를 키우려는 전략을 사용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수익이나 배당을 한없이 보류하면서 공격적 투자를 지속한다는 것이다. 실제 제프 베조스는 투자자들에게 “규모는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력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을 우선하기로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당장 수익성보다는 규모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소비자 가격을 쳐다봐야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횡포가 보일 리가 없다. 리나 칸이 지목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림1 주요 기술대기업과 아마존의 비교(출처:Investing.com)

    이는 특히 아마존이 두드러진데, 아마존은 시가 총액이나 매출 규모는 애플이나 구글 등 여타 경쟁기업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영업이익이나 영업이익률을 보면 형편없는 수준을 2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영업이익이 200억 달러를 넘긴 것도 최근 일이며, 다른 기업들이 영업이익률이 최소 20%를 넘는 동안에 아마존은 한 번도 영업이익률이 6%에 도달한 적이 없을 정도다(그나마 아마존 수익의 절반 이상은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장구조를 보라

    그럼 정말 무엇을 봐야 독점 횡포가 제대로 보일까? 칸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특히 두 가지 문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e)’과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은 수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저가 공세를 하면서(약탈적 가격) 기꺼이 손실을 유지하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강행해왔으며,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배송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등 연계 사업영역을 통합(수직적 통합)하면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물리적 유통시장과 전자상거래 모두에 걸쳐서 핵심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이 되었다.

    그러면 지배적 구조를 가지고 어떻게 독점횡포를 하는지 보자. 아마존은 베스트셀러 전자책을 파격적으로 낮은 약탈적 가격으로 ‘킨들’과 함께 팔았다. 이런 방식의 판매가 시작되면 소비자에게는 잠김효과가 발생해서 향후 킨들 버전의 전자책만 계속 찾게 되고, 오프라인과 달리 개인구매정보도 아마존에 차곡차곡 싸여서 더 이상 다른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나머지 전자책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을 거의 고사시켰다고 한다.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으로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무슨 문제냐고? 일단 장기적으로 지배적인 지위를 구축하면, 아마존은 저가공세로 감수한 손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로부터 보상받는 길이 열린단다. 개인화된 맞춤형 가격으로 가격변동을 시켜서 소비자가 객관화된 가격을 잘 알 수 없게 만들거나, 다른 오프라인 책의 가격을 올리거나, 출판사들에게 손실비용을 떠넘기는 방식 등 우회적으로 손실보상을 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마존은 수직적 통합을 통해서 소매판매자이면서 동시에 모든 소매판매자들이 입점하는 마켓플레이스 기업이기도 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관리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이기도 하며, 심지어 이들의 물류와 배송서비스까지 해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는 ‘이해의 충돌’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없는 다른 소매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인프라를 가진 아마존에서 상품을 팔면, 아마존은 그 거래내역 데이터를 가지고 상품이 잘 팔리는지를 확인한 후, 잘 팔리는 상품을 아마존이 직접 조달해버리거나 자체 생산해서 마켓플레이스에 올린다. 이런 식으로 독점의 횡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최종 소비자 가격이 문제가 없는지만 보면 아마존을 규제하기 어렵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그러면 온라인 플랫폼을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것인가? 리나 칸은 대담하게도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지 못하게 아예 예방적으로 대처하든지, 아니면 독점화되는 경향을 일단 인정한 다음 규제하든지 말이다. 예를 들어서 마켓플레이스 같은 중개플랫폼을 운영하는 아마존은 이해관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특정 사업을 동시에 겸업해서는 안된다고 못박는다. 아마존이 마켓플레이스를 주업으로 하면, 마켓플레이스에 올라가는 소매업 같은 것은 겸업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리나 칸은 이를 ‘금산분리’ 원칙의 전통에 비추어 정당화한다. 전통적으로 은행이 다른 상업적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가, 겸업을 하게 되면 그 은행이 소유한 기업에게 신용특혜를 줄 수 있고, 그 기업의 경쟁기업에게는 불리하게 신용제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독점기업도 금산분리 원칙과 비슷하게 겸업 금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 등이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이익이 되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자연독점화되는 경향을 막을 수 없다면, 일종의 ‘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통제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도 이런 유형의 ‘사회 인프라 기업들’이 있는데 수도, 전기, 가스회사나 철도 해상, 통신 같은 기업들이 그 사례다. 상당수 인터넷 플랫폼도 기존의 사회 인프라와 유사하게 공공 성격이 있으므로 가격과 서비스에서의 차별금지, 가격상승률 상한 규정, 투자요건 제한 등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칸은 더 나아가서 이들 인프라를 일종의 필수시설(essential facilities)로 규정해서 다른 기업들이 일종의 공유(sharing)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도 덧붙인다. 필수 시설의 사례로는 아마존의 물리적 배송서비스,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클라우드) 웹서비스가 해당될 수 있다고 확인한다.

    우리의 온라인 독점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리나 칸이 의회의 최종승인을 얻어 연방거래위원에 합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내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에서도 거대 기술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점점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차례로 반독점 제소대상에 올라와 있는 것만 봐도 이런 추세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기업을 규제하자고 하면 ‘혁신을 가로막을 거냐’고 펄쩍 뛰는 관성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 기술기업이든 전통기업이든 지배력과 힘이 집중되면 반드시 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공정거래관련 법들도 온라인 비즈니스의 독점적 횡포를 막기 위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19세기 말 시대를 ‘강도귀족(rubber barons)’의 시대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밴더빌트가 철도를, 록펠러가 석유를, 모건이 금융을, 카네기가 철강을 독점하면서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권력 집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최초의 반독점법인 셔먼법이 1890년에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했다. 이때 탐사보도에 탁월한 기량을 보였던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 어떤 식으로 온갖 독점적 횡포를 저지르면서 미국 석유시장의 90%를 장악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했다. 그 영향으로 스탠다드 오일은 1911년 34개 회사로 강제 분할되었다. 그 후 100년도 훨씬 넘긴 오늘, 법학자 리나 칸이 다시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필자소개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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