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합의'는 필수공익노조 문 닫으라는 것"
By tathata
    2006년 11월 09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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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필수업무유지제를 도입하는 것은 ‘9.11 합의’의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법제화 될 경우, 철도 지하철 전력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조는 파업권 자체가 원천 봉쇄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경총은 “ILO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직권중재를 폐기함으로써 선진국형 노사관계로 진입했다”며 자평하고 있다. 오는 23일 국회 환노위에 정부의 로드맵 입법안이 상정되면 ‘9.11합의’를 둘러싼 갈등은 국회에서 ‘2라운드’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서 로드맵 법안 처리 전망을 예견할 수 있는 토론회가 지난 8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보건의료노조가 주관하고,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주최한 ‘노사관계 로드맵 정부안의 문제점과 필수공익사업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그것이다.

토론회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5백여명이 참여해 어느 토론회보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좌석이 모자라 맨 바닥에 앉아 토론회를 경청해야 했지만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토론자로 참가한 국회의원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 국회에서 열린 ‘노사관계 로드맵 정부안의 문제점과 필수공익사업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대체근로 허용은 고용위협으로 파업 어렵게"

발제자로 나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대체근로가 허용되면 병원사용자는 파업이 예고되기 한 달 전에 대체근로자 모집 광고를 낼 것이고,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에게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협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불안을 느낀 조합원들은 파업 참여를 꺼려하게 될 것이고, 이는 노조의 파업권 봉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필수업무유지 또한 노조의 자율에 의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수업무’ 지정에 대해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사용자가 필수인력을 선발토록 하는 것도 노조의 활동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긴급조정권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직권중재 폐지로 인한 영향은 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혈액공급, 항공운수, 폐 하수처리 등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대폭 확대시킨 것도 대표적인 개악사례로 꼽았다. 그는 “종합적으로 보면, 정부안대로 법이 통과되었을 시 단지 노조 파업권 봉쇄 차원을 넘어 노사관계발전 후퇴, 병원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 국민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의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권영국 변호사도 대체근로 허용과 필수업무유지제도 도입은 “노조의 파업권을 이중, 삼중으로 제약한다”며 “(포항)건설노조의 사태가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해 촉발된 점을 생각할 때,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인력투입이 몰고 올 혼란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각 당의 의원들은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9.11 합의는 입법화의 준거틀" vs "필공을 공익에 포괄, 대체근로 허용하자"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동법 개정에 대해 노사정이 합의한 적이 있었느냐”며 “그런 점에서 9.11 합의는 (입법방향의) 중요한 준거틀이 될 것”이라고 말해 9.11 합의를 입법화에 대폭 반영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 의원은 비정규직법안의 경험을 예로 들며, “민주노총이 빠졌지만, 노사정합의를 반드시 야합이라고 몰고 갈 수만은 없다”면서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대체근로 허용 등이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말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다”며 회피했다. 동시에 그는 “로드맵은 비정규법안과 경우가 달라 이번 연말까지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연내 입법화를 강조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입법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9.11 합의는 참조사항에 불과하다”며 국회에서 재논의를 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배 의원은 또 “필수공익사업장을 폐지하고, 공익사업장으로 포괄하여 대체근로 허용과 필수유지업무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해 ‘9.11 합의’보다 더 후퇴한 안을 내놓았다. 그는 직권중재를 폐지한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노조의 파업권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배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필수유지의무, 대체근로, 긴급조정을 모두 그대로 두면서 필수공익사업장을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공공부문의 전 사업장에 긴급조정을 동원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자는 것이냐”고 따졌다.

"대체근로 허용되면 노사협상 안 이뤄져"

단 의원은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9.11 합의법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때 사용자가 업무부담을 느끼겠는가”라고 물으며, “사용자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노사협상은 성실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가 스스로 파업에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9.11합의의 핵심”이라며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을 향해 “국회의 합의를 믿지 말고 스스로 요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준비위원장은 “대체근로 허용, 필수공익사업장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익과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필수업무유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병원의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직권중재라는 방어책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패해 있다”며 “대체근로가 허용된다고 하지만 병원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이라는 특성으로 얼마나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직권중재의 폐지를 반대하고, 현행  제도의 유지를 원하고 있었다.

이처럼 ‘9.11 합의’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고, 민주노총와 함께 참여연대 또한 ‘개악’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입법화는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노경총, 노동부를 제외한 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시민단체가 ‘신중’ 또는 ‘반대’ 의사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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