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은 DJ와 노대통령의 통합?
    2006년 11월 08일 06: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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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동교동 회동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논의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와 맞물려 여당 내에선 평화세력 결집론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 노대통령의 ‘명분있는 통합’과 통합론자의 ‘호남 기반 회복’이 평화세력 결집론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물론 여기에는 DJ라는 강력한 매개물이 있다.

DJ, 간접화법에서 직접화법으로 어법을 바꾸다

최근 정계개편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북핵 위기 발발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발언의 횟수와 강도를 계속 높여왔다. 북핵위기라는 특수국면에서 그의 햇볕정책 옹호는 햇볕세력의 결집을 촉구하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이뤄진 ‘DJ-노대통령’ 회동은 현실 정치 문제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화법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데서 나아가 햇볕세력의 결집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천정배 의원은 "두 분이 신당논의를 하지 않았겠지만, 남북 간의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다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햇볕정책 계승할 곳은 결국 열린우리당?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햇볕세력 집권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태도를 대입해보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선호가 어디에 닿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의 완강한 반대파다. 고건 전 총리도 햇볕정책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도 북핵 위기 이후 대북정책에서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 대북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한 곳은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곤 열린우리당밖에 없다. 물론 한가지 걸림돌이 있긴 하다. 대북정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불분명한 태도다. 실제 노대통령은 북 핵실험 이후 대북포용정책의 기조 변화를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노대통령은 얼마간의 조정기를 거쳐 햇볕정책의 품안으로 회귀하는 궤적을 보였다. 6일 시정연설에선 "대북 평화번영정책의 기본원칙은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도 지속하겠다고 했다. 햇볕정책만 놓고 보면 김 전 대통령과 여당, 노대통령이 한 배를 탄 양상이다.

여당에게 DJ는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의 강력한 대체재

호남민심 회복과 전통적 지지세력의 복구를 노리는 여당에게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의 강력한 대체재다. 여당에게 중요한 건 민주당이 아니라 호남민심이다.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준다면 민주당의 불분명한 호남 대표성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고 전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요인을 김 전 대통령의 ‘복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복귀는 정계개편 국면에서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정치적 효용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민주당과 고 전 총리측이 긴장하는 이유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유종필 대변인은 7일 "(DJ가) 지금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되는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노대통령, DJ와의 직거래는 일거양득의 묘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정권재창출은 중요하다. 반노니 비노니 해도 한나라당보다는 여권이 재집권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재집권의 방법이다.

노대통령은 두 가지를 제시했다. 명분있는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지역연합적 통합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을 함에 있어 ‘지역’의 요소를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결국 노대통령의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지역연합적인 통합이 되더라도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근 친노직계 의원들이 "우리가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과의 직거래는 또 다른 면에서 노대통령에게 일거양득의 묘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노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노대통령 배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민주당을 주변으로 몰아내는 효과도 있다. 역시 노대통령 배제를 주장하는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당내의 비토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DJ-노대통령 vs 고건, 또는 민주당

최근 천정배 의원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민생우선정치, 화합정치, 개혁정치의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개혁정치라는 노대통령의 성과와 화합정치라는 김 전 대통령의 성과를 계승하는 토대 위에서 민생우선정치를 펴보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크게 보면 당내 통합론자들이 DJ노선의 회복을, 친노직계가 참여정부의 비판적 계승을 각각 강조하는 현실에서, 정치적 직관력이 뛰어난 천 의원의 이런 비전은 향후 여권의 대권 게임이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DJ – 노대통령’의 지평 위에서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이런 구도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은 민주당 의원들과 고건 전 총리 정도다. 여당의 김근태 의장도, 정동영 전 의장도, 천정배 장관도, 적어도 명분론에서는 이런 구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노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움직이면서 ‘평화세력’의 구심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고 전 총리가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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