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착오적 '대북접촉' 연루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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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04일 07: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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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이란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다. 사람들은 그 생각들에 준해 이러 저러한 세상사들을 이해하고 판단한다. 정치는 그러한 생각들을 파도 삼아 타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에 다름 아니다.

    정치는 ‘상식’에 바탕 둔 실천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지적-도덕적 탁월성은 상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수단의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파 혹은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에게 있어 상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상식은 소수의 지배세력이 다수의 피지배세력을 조종하기 위한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난 이러한 관점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부당한 지배마저 정당화하는 거짓과 그것을 진실인양 여기게 하는 적지 않은 편견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상식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실 역시 상식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실은 거짓과 편견에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거짓 혹은 편견의 주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속살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 ‘양심 보다는 상식’에 따르라

    지난 수십 년간의 한국 현대사에서 그랬듯이, 지금도 상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야기꺼리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북한 문제’이다. 최근 한달 동안 북핵과 간첩단(조작) 사건으로 정가를 포함해 온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해법을 둘러싼 제 정치-사회 세력들 간의 입장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8월 9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단 워크숍에서 나는 “대북 대미 관계 등에 있어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면) 다수 국민의 상식에 바탕을 둔 정치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대북 대미 관계 등이 파괴력 있는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지 못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가 다른 문제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실용적’ 접근의 차원에서 ‘평화적’ 해결을 선호하는 다수 국민의 합의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진보 및 보수 정치 혹은 사회운동 세력들에게는 북한이 선인지 아닌지가 자신들의 이념과 양심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핵과 전쟁(위기 고조) 등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 누가 진보든 보수든 간에 정치세력이라면 당연히 자신들의 불안을 해소해주고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을 제일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상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정치 사회운동 세력들이 여전히 이념과 양심을 중시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러한 상식에 부합되는 한에서만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 문제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공방이 과연 이러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나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시대착오적인 대북 접촉

    보수 정당은 물론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을 볼 때에도 그러하다. 난 도대체 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간첩단 사건 등의 시비를 낳을 대북접촉에 연루(의혹을 받는 행동을 하게)되었는지 모르겠다.

    <로동신문> 이상의 정보를 얻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난 그들을 ‘비상식적인 인사’들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럼 혹시 정보 취득까지는 못가더라도 남한 내 이러 저러한 동향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 민족공조를 위한 정치활동이라고 판단했던 것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난 그들을 ‘몰상식한 인사’들이라고 지탄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우선 그들이 할 수 있는 정보 교류가 인터넷 서핑과 합법적인 취재 수준을 넘어선 것일 수 있었겠느냐 라는 의문 때문에 그러하다.

    또 변화한 정보 및 정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할 때, 얼마든지 간첩단이라는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으면서 공개적이고도 합법적인 교류 방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하다. 결국 난 이 사건이 다수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과 상관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안 당국의 조작 가능성과 그와 관련한 소위 ‘간첩단’ 사건에 대한 비판적 조망은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과 이러 저러한 지면에 실린 다른 필자들의 글을 참조하시길)

    일본의 천재 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정치 천재란 민심을 대표하는 자가 아니라 민심을 만드는 자’라고 말한 바 있다. 민심은 상식이 하나의 거대한 집단적 의사로 집중되면서 만들어진다. 천재가 되든 아니든 간에 정치에 있어 상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수든 진보든 상식을 중심으로 민심을 얻기도 하고, 만들어가기도 하는 참다운 정치 경쟁이 오길 바랄 뿐이다.

       
    ▲ 국정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들 (사진=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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