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를 다시 돌아보며
    [기고] '비정규직 이슈 회사' 이미지
        2021년 02월 08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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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그룹은 비정규직이란 단어와 많은 인연이 있다.

    1990년대 국내 패션 의류 회사로 한참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을 때 대부분의 패션 회사는 국내 공장에서 의류를 생산했다. 이랜드는 패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직영 생산공장 하나 없이 외주화(OEM) 신화를 만든 회사다. 당시 혁신적인 경영 방식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패션 회사의 생산은 이랜드와 같이 외주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랜드는 90년대 중반 유통사업 부문에 진출, 국내 최초의 도심형 아울렛 이천일아울렛을 설립 패션, 모던하우스, 파머스렛 3개의 큰 축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그 당시 상상도 못 할 의류 가격과 유럽풍 스타일의 모던하우스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공짜 노동들이 바탕이 되었다는 된 사실을 회사는 알고 있을까?

    당시 유통은 관리자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당시 93년 노조 설립 후 그룹 본사에만 있던 관리직 중심의 노조는 유통 현장직까지 가입으로 이어져 97년 57일간 첫 파업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유통에서도 노사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해 겨울 IMF가 터지고 직원들은 임금동결, 순환 무급휴직 등으로 노동조합이 어렵게 체결한 단체협약은 빛도 보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조직 확대는 꿈도 꾸지 못한 채 구조조정이라는 커다란 태풍 앞에 조합원 지키기로 조합 운영을 전환한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노동조합은 회사의 극심한 탄압과 차별을 견디며 이랜드 노동자의 권리향상을 위해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회사는 유통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스트 인적 자원이라는 회사를 내세워 계산대 도급화를 진행한다. 노동조합은 도급화에 반발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2000년 다시 한번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으로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탄생했다.

    이랜드노동조합은 당시 그룹의 단일노조였고 패션과 유통, 외식사업부가 동시에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사업 쪼개기 전략으로 사업부별 특성을 외치며 개별교섭을 주장하는 회사에 교섭 틀 자체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회사는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노무법인을 앞세워 노조파괴 사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전형적인 노조파괴 공작으로 조합을 압박했고 노조는 257일간의 투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되고 노동조합을 사수했다.

    257일 투쟁으로 회사도 노동조합도 후유증은 상당했다. 파업은 끝났지만, 회사는 이때부터 비정규직과 노조 탄압이란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노동조합은 투쟁 성과에도 조직적 타격이 커서 조합원 수는 급감했다. 장기파업의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나타났지만 남은 조합원은 더 단결하여 노동조합을 지켰다.

    2004년 회사는 인수·합병으로 뉴코아를 인수하고 또다시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유통 강자로 성장했지만 다시 한번 거대한 비정규직 사태가 휘몰아쳤다. 회사는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 도입을 앞두고 회사는 대량해고를 감행했고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는 공동투쟁으로 대응했지만 다시 한번 큰 아픔을 겪는다. 핵심 간부들은 해고되고 홈플러스로 매각된 노조를 제외한 이랜드에 남은 노조는 와해 직전의 조직력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의 조합으로 남았다. 직원들의 뇌리에서 노동조합의 존재감은 상실되어갔다.

    이랜드, 지금은 바뀌었을까 

    여기까지가 예전 얘기였다면 다시 돌고 돌아 지금은 이랜드는 변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며 영업실적도 하락하는 상황에 킴스클럽 5개 점을 엠패스트라는 사내벤처 회사로 법인 분리 매각한다. PB브랜드 영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링크&플랫폼이란 법인분리 회사로 매각한다는 매각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속만 바뀐 체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사내하청? 도급? 시작?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제 이랜드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과 이랜드 매장에 입점해있는 간접고용노동자로 바뀐 것이다. 법인 분리로 매각된 회사로의 이동할 시 위로금 지급, 성과급제도 개선, 동일 직군 체제 등 그동안 배제되거나 대상이 아닌 제도가 이동하면 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얻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잃는 것도 많다. 연차 및 각종 복지혜택 등은 사라진다.

    왜? 이랜드에서는 안 된다는 것들이 이동하면 된다는 걸까? 이랜드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직원들이 자기만족을 느끼며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근데 왜 꼭 신설회사로 이동해야 가능할까? 회사는 현재 자금이 들어가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얻는 그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장사꾼은 절대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않는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고용 유연화라는 큰 소득을 얻지 않을까? 간접고용이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이랜드도 이제 변했으면 한다. 고용이 안정된 상태에서 일한만큼 제대로 보상하는 시스템이 갖춰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크게 성장하는 회사로 바뀌지 않을까?

    비정규직 이슈 회사라는 이미지 굴레에서 벗어나 진짜 이랜드가 모두가 존경하는 국민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 뉴코아, 이랜드 두 노조가 함께하는 공대위가 결성이 되었다. 공대위는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 단결된 힘으로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필자소개
    이랜드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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