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한겨레보다 한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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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03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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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11월 1일자에 ‘북한, 제재 종식 위한 회담 기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주요 내용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남북과 미중일 각국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최상훈 기자와 존 오닐 기자가 공동명의로 쓴 이 기사는 “노무현 정부의 개각이 개입(정책)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것 같다”면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송민순 장관의 임명으로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조하는 부시 행정부의 접근법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송 씨는 미국을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호전적인 나라로 묘사해서 ‘반미적인 논평’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한미 양국에서 분노를 자아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 뉴욕타임즈 인터넷판
 

이 기사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면서 송민순 장관 임명을 비중 있게 다뤘다. 관련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송 씨는 지난 달 건국 이후의 햇수를 고려할 때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전쟁을 치른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해 논란의 초점이 되었다. …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의 임명은 미국에 반항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의 많은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수정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노 대통령이 그럴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개각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평소대로 사업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라고 말했다.”

한겨레가 이 기사를 소개하면서 붙인 제목은 “NYT, 송 외교 내정, 부시에 맞서는 것”이었다. 조선일보의 제목은 “송민순 외교장관 지명 노대통령, 부시에 반기 – 뉴욕타임즈 보도”였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금융제재의 해제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금융제재 해제를 약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중국은 유엔안보리가 승인한 제재를 포함해 금융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일본 역시 제재를 풀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포용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반미적인 언사를 한 바 있는 신임 외교장관의 임명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송 장관 임명을 미국에 대한 반기로 보는 이는 NYT가 아니라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고, 외교장관 임명에 대한 기사의 시각은 박 교수의 것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6자회담 이후 관련국들의 동향을 소개하면서 송민순 외교장관 임명이 노대통령이 부시에 반기를 들었다는 기사가 들어간 내용의 기사를 냈고, 기사 제목은 “북한, 제재 종식 위한 회담 기대”였다.

그런데 이게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거치면서 마치 뉴욕타임즈가 외교장관 임명을 미국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 있다는 식의 제목을 단 기사로 변질됐다.

뉴욕타임즈가 사설로 자기 입장을 낸 게 아닌데, 한겨레가 “NYT, 송 외교 내정, 부시에 맞서는 것”이라는 제목을 단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뉴욕타임즈가 이번 개각을 부시에 반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비슷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마찬가지긴 하지만, “송민순 외교장관 지명 노대통령, 부시에 반기 – 뉴욕타임즈 보도”라는 제목을 붙인 조선일보가 한수 위로 보인다. 소제목이기는 하나 그렇게 ‘보도’했다는 것이지, NYT가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제목을 통해 기사의 내용을 미리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의 기사제목 달기, 특히 외신 기사를 소개하는 제목 달기는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뉴욕타임즈의 니카라과 대선 기사에 들어있는 오르테가 지지자의 인터뷰를 근거로 “NYT, 니카라과대선 좌파 오르테가 지지”라고 제목을 달아도 할 말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남는다. 조선일보는 송민순 외교장관 지명을 미국에 반항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혹시 한겨레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걸까?

아무튼 미국이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나라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를 말했다는 이유로 미국한테 졸지에 반미주의로 찍혀버린 송민순 씨는 얼마나 억울할까.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기왕에 반미주의자이자 부시에 반기를 든 상징으로 낙인찍혔으니, 그 길로 쭉 가는 것도 괜찮을 듯싶기도 하다.

21세기의 반미 아이콘인 차베스는 국제사회에서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고, 20세기의 반미 아이콘인 오르테가는 니카라과 대권을 넘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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