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징역형···'유의미'
    '형량 너무 낮아, 봐주기'
    심상정 "법 위의 삼성 확인한 형량"
        2021년 01월 19일 01:4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6억여원 뇌물공여·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벌 총수 범죄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관행인 이른바 ‘3-5 법칙’을 깨고 법정 구속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평가가 있는 한편, 죄의 무게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집행유예를 예상했는데 가슴을 쓸어내린 판결이 나왔다”며 “법 앞에 평등이라는 상식과 공정의 작은 실현이라고 본다. 이 판결이 지닌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용이라고 하는 삼성 총수조차도 그 많은 변호사와 전관들을 동원하고도 (죄를 지으면) 실형을 살아야 한다는 법 앞에 평등과 정경유착이 더이상 재벌 대기업 경영에 중요한 방법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알린 판결)”이라며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출발선”이라고 덧붙였다.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며 집행유예의 근거를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받았던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이유에 대해 “솔직한 느낌은 (재판부가) 그동안 집행유예를 만들어내기 위해 온갖 비판을 감수했지만 국민들의 상식상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고 본다. 도무지 자신들이 준비했던 방향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존속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재판부 요구에 따라 형량을 낮추기 위해 만든 재판을 위한 사회 저명인사들의 클럽 정도였고, 총수가 마음먹으면 하루아침에 없어질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얼마나 지속가능성이 있고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86억여원 뇌물공여·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에 비하면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심이 선고한 5년형에서 감형돼서 2년 6개월의 형에 그친 것은 그 죄의 무게와도, 국민의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86억여 원에 달하는 뇌물로 국정농단의 한 주역을 담당했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 2년 6개월은, 식당 금고에서 8000원을 훔치고 교통카드를 주워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한 청년의 선고 형량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더군다나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건넨 86억여 원은 편법승계를 위한 것으로,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6조 원으로 추산되는 이익을 취한 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재판부가 횡령액을 전액 반환했다는 이유를 들어 판사 재량으로 형을 반값 할인해준 것은 여전히 법 위에 삼성이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계도 실형 선고 자체에 대해선 긍정 평가하는 동시에, 집행유예 대신 최소한의 실형 선고에 그쳤다며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징역 2년 6월의 형벌은 너무 가벼워 유감”이라면서 “다만 이 사건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재벌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하던 과거의 악습을 끊어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일으킨 국정농단과 86억원 상당의 횡령·뇌물공여의 중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에 대한 최소한의 단죄”라며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으나 해당 범죄가 우리 경제질서에 미친 영향과 기업을 동원한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됐던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 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주의21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는 않았으나, 그 형량이 검찰의 구형 수준(징역 9년)이나, 제1심 선고 수준(징역 5년)에 턱없이 미달한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재판부는 범죄 후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신설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기업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기업 총수가 자신도 대상이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범행 후 정황에 해당하여 형법상 양형 조건 가운데 하나로서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향후 재벌 총수의 배임 횡령 등 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법원은 계열회사를 상대로 한 총수의 범죄에 대해 이미 법령상 규정에 따라 유효하게 작동했어야 하는 준법감시 조직을 무력화한 이후 별도의 법외 준법감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이유로 그 형량을 감경해 주려는 하급 법원의 양형 관행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