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 합작 사기극과 싸우는 평균 67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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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02일 05: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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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하는 정기용 선생이 그 천국 같은 아름다움에 기절할 뻔 했다는 무주군 안성면 일대의 110만평 땅을 부자들 놀이터(골프장)로 만들기 위해, 이곳을 그림처럼 지켜온 천사 같은 주민들이 강제 이주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십수 년간 숱하게 들어온 전형적인 개발과 환경 사이의 갈등이다. 도시에서의 개발논쟁이 더 많은 보상에 기울어 있다면, 농촌에서의 그것은 생존을 건 절대 절명의 싸움이다.

    자본에 포획되지 않은 원초적 욕망

    관광레저기업도시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후, 2년째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평균연령 67세의 무주군 안성면 주민들 역시 존재를 걸고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덕유산 자락 원초적 풍요, 그리고 이 땅을 지켜온 선조들의 숨결까지를 건 존재적 논리는 그 어떤 개발논리보다 강력하다.

    자본에 포획되지 않은 이들의 원초적 욕망은 자본의 축적을 향한 한국사회의 병적욕구가 세상의 모든 욕구를 삼켜버리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에 낯선 전율을 전한다.

       
    ▲ 골프장 유치등으로 고향을 등지게 된 무주의 주민들
     

    전경련이 참여정부 출범 후 잽싸게 머리 굴려 들이민 기업도시 프로젝트는, 당초엔 낙후한 지역을 선정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그럴싸한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경련이 누군가? 재벌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사업을 몰고 갈 가능성은 처음부터 짙게 점쳐졌고, 그 가능성은 즉각 입증되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약간의 면피용 비난을 설파한 후)의 똘똘 뭉친 공조로 기업도시특별법이 국회를 가볍게 통과(2004. 12)하고, 건설교통부는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실무 작업반에 삼성, LG, 현대, 롯데, 금호 등의 실무자와 전경련 기업도시팀장등 기업관계자 11명을 참여시켰다.

    정부가 법안 제정과정에 재벌기업들을 참여시킨 것은 기업도시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친재벌 정책임을 노골적으로 인정하는 일이었다.

    전경련을 위시한 재벌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기업도시의 첫 삽도 뜨기 전, 기업의 편의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특별법의 개정안까지 도모하였고, 이는 지난 8월 국회에 상정되기에 이른다.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기업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요건 중 기업도시 조성비의 20% 이상을 자기자본 및 투자자금으로 확보하도록 하였으나 이를 10%로 축소. 개발계획 승인 시 농업진흥지역이 자동적으로 해제되거나 전용허가, 수산자원보호구역의 의제사항 모든 기업도시의 유형에 적용’ 

    한마디로 더 많은 기업이 더 적은 부담과 절차상의 편의를 안고 기업도시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하려는 조치이다.

    저수지 물을 빼, 수달 죽이는 개발 하수인 – 무주군청

    언제나 마름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그렇듯 무주군청은 주민들을 가장 앞장서서 기만하는 주체이다. 물론 이들은 기업도시 주민설명회도 하고 사업신청 전에 주민들의 동의서도 받았으나 개발지역이 아닌 곳의 주민들을 차로 실어다가 설명회하고, 주민동의는 이장이 가지고 있던 막도장으로 눌러 찍거나, 골프장 얘기는 쏙 뺀 채, 한 번 신청이나 해보게 해달라면서 면직원들이 밤에 찾아와 협박조로 도장을 받아갔다.

    개발지역의 현지주민의 거의 대부분이 결사 항전에 나선 마당에, 담당 직원은 문서위조의 위험을 무릅쓰고 98%에 이르는 주민동의서를 만들어 문화관광부에 기업도시 신청을 냈던 것이다.

    또한 무구군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대한전선은 뻔뻔하게도 골프장 이외의 어떤 또 다른 도시구성을 위한 시설 투자에도 뜻이 없음을 당당히 밝힌다. 당초 계획서에 들어가 있던 개발 컨셉 <슬로 밸리 무주>(생태체험장, 시니어커뮤니티, 실버타운, 학교건설) 사라졌다. 짜고 친 사기 고스톱 판이라는 게 드러났다.

    책임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주민들 동의서가 날조된 것이며, 신청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덕유산 국립공원을 관통도로 두개가 버젓이 계획서에 들어가 있어도 그들(대한전선과 무주군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신청서류 자체에 치명적 날조가 있었다면 충분히 감사원 고발감인데도 문화부가 나서하기엔 ‘급’이 안 맞는다며 결국 무주군수에게 담당 직원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라는 공문만 한 장 보내겠다는 답이 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무주군 안성면은 국립공원인 덕유산을 끼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종인 복주머니란, 미치광이풀, 맹꽁이, 솔나리,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매의 서식지이도 하다. 개발독재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군청직원들은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을 저수지의 물을 빼내어 말려 죽이는 파렴치한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이 증언이다.

       
    ▲ 물빠지고 수달도 없어진 저수지의 을씨년한 풍경을 실은 신문
     

    센스도, 카리스마도 없는 정권이 하는 짓들

    ‘친환경’, ‘생태’는 도시적이고 이기적인 관념의 소비 흐름 ‘웰빙’과는 또 다른 현대사회의 필연적 귀결이다.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개발주의가 지배했던 20세기의 폐해를 점검하며, 생명의 근원인 지구와 화해를 모색하는데 여념이 없다.

    환경은 21세기를 관통하는 지구 전체의 공통된 화두이며 문화는 환경과 함께 이 세기를 뚫고나갈 키워드이다. 머지않아 (실은 지금도 피상적으로는), 한국정부도 친환경이니 복원이니 하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곳곳을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데 엄청난 예산을 들이게 될 것이다.

    개발족에게 덜미잡힌 이 센스도, 카리스마도 없는 참여정부는 10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고 (혹은 내다보면서도 당장은 모른 척 하고)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 자연환경을 개발의 흙더미 속에 파묻겠다고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개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생명과 살림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이 지역주민들은 많은 가구가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고 이를 점차 확대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환경 파괴적이지 않은 개발을 모색하고 있기도 했다.

    초식동물 사파리, 혹은 물 공원 등이 지역주민들이 모색해 온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다. 그 어떤 것이 된다 해도 이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두면서 천천히 마을 주민들의 고민과 노력이 한데 담긴 방식의 개발을 원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이들에겐 개발의 궁극적 지향이 생명이어야 함을 저절로 아는 현명함이 있다.

    “사람 하나 죽이면 살인이지만 오래된 천년, 오백년 된 땅의 흔적을 없애는 일은 살인의 수천 배 되는 나쁜 짓입니다. 회복할 수 없는 큰 범죄입니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마을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 이야기다.

    정기용은 오히려 정부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가꾸어 온 주민들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국가 중엔 풍경세를 걷어 농민들에게 실제로 주고 있기도 하다. 농사를 짓는 것이 농산물을 키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들고 매년 국토를 가꾸는 작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주의 기업도시 사업은 논리도 명분도 이익도 없는, 파렴치한 참여정부가 재벌들의 술수에 놀아난 넌센스의 종합선물세트다. 잘못은 언론에게도 있다. 기업도시특별법이 통과될 무렵 잠시 들끓었던 언론은 이번에 한술 더 뜨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을 땐 약속이나 한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몇 년 전 이슈가 된 뉴스거리라 김이 빠져서인지 아니면 무주에서든 영암에서든 아직 아무도 분신 한 번, 단식 한 번 안해서 아직 쓸 때가 아니라는 건지. 선정주의를 먹고 사는 언론이라지만 이 나라를 참여정부와 함께 말아먹을 작정이 아니라면 너무 늦기 전 당신들의 무기로 참여정부에 비수를 던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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