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에 맞는 패널만 모아놓고 갈등조정?"
By tathata
    2006년 11월 01일 0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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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상반된 입장을 가진 패널들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물며 토론에서 찬반양론을 수치로 표현할 때에는 양측의 패널을 동수로 구성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중앙일보>는 31일 <표류하는 비정규직 법안 해법은…‘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에 못 막을 필요 없다>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중앙일보>는 공동으로 “매월 한 차례 갈등 조정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첫 월례 포럼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비정규법안에 대한 논쟁을 주제로 삼았다.

이 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사람은 총 6명. 최재항 한국경총 본부장,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인곤 노동부 비정규직 대책팀장, 박진 KDI 교수, 김재훈 서강대 법대 교수,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홍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 2명, 노동계 2명이지만, ‘내용적으로는’ KDI와 비정규법안을 제출한 노동부가 사실상 사용자의 편에 서 있었다. 기사에 나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에 명시 2(찬성): 4(반대)」,「기간제 근로자 고용사유 법안에 명시 2:4」수치에서도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중앙일보>가 입맛에 맞는 패널들을 ‘중립’을 가장하여 압도적으로 많이 모아놓고 찬반의견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토론의 기본조차 왜곡하는 것이다. 비정규법안이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과 파장을 고려한다면 노동자 측의 패널의 과반이 되어도 모자랄 판인데도 말이다.

이 기사는 각 패널의 의견을 종합하여 ‘나름대로’ 결론도 도출했다. “불합리한 처벌을 없애자는 법 취지를 잘 살린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안에) 명시할 필요 없다”, “추가 보완조치 없이 고용사유제한을 법안에 명시하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 쪽 주장에 치우친 패널들의 수적 우위는 결론마저 ‘다수결’로 몰고 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명문화되지 않아도 되고(기사 제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에 못 박을 필요 없다"), ‘고용사유제한’은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고용회피를 유발하는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노동계 패널로 참석한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은 “다수의견 중심으로 결론을 도출하다보니 소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토론의 중간과정은 생략한 채 결론만 부각시켜 노동계의 의견은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중앙일보>는 ‘갈등 조정 포럼’으로 갈등을 왜곡하지 말고, 갈등의 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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