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중대재해법에 또 협박
    정의당 “목숨 갈아 넣어 돈 챙긴 60년대 사고”
        2021년 01월 06일 07: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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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유착의 오명을 쓰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라는 보도자료를 6일 냈다. 원청인 대기업이 도급을 축소해 하청인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거나, 국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등의 ‘협박’에 가까운 주장이 대부분이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은 “국민 생명 갈아 넣어 부 창출했던 60~70년대 사고”, “천박하고 속물적인 본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전경련은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중대재해는 하청에서 발생했는데, 원청만 처벌 ▲국내 중소기업 수주 큰 폭 감소 우려 ▲중대재해 발생 시 전문성 있는 근로감독관 대신 경찰이 수사 ▲준법 대상을 알기 어려울 만큼 준수 의무가 광범위하고 모호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으로 다른 나라 국부 창출에 기여 등을 중대재해법의 문제로 언급했다.

    전경련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법 내용이 ‘대기업 때리기’라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또는 법인이 제3자에게 용역이나 도급, 위탁한 경우에도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제3자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원청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 발생의 직접 당사자인 하청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로 면책이 되는 반면 간접 당사자인 원청만 처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준수한 경우에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때엔 처벌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전경련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원청이 하청의 안전관리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가 원청에 없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특히 이로 인해 원청이 도급을 축소해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도 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법 도입 시 원청은 하청의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사업확장을 주저하거나 도급을 축소하여 결과적으로 하청의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2019년 국내 중소기업 중 수급을 받는 기업의 비중은 42.1%에 달하며 수급기업의 매출액의 대부분(83.3%)은 위탁 기업에 납품하는 것으로 창출돼 수급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인과 경영자에게 중대재해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경우 국내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재계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에 늘 ‘기업이 외국으로 이전해 우리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식이 논리를 펴왔다.

    전경련은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경우 국내 기업의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아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유인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여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도 중대재해법 제정이 임박한 것에 대해 ‘마지막 읍소’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반발했다.

    경총 등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마지막 읍소’라는 제목의 공동입장문을 내고 “경영계가 그동안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지만 여야가 제정에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중대재해법에 이미 안전·보건의무를 다한 경우엔 면책조항이 포함돼있음에도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을 구체적 명시하고, 해당 의무 다했을 때는 면책해달라고 요구를 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이라는 가짜뉴스에 가까운 일각의 비난에 힘을 보태기 위한 주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또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가 막아야 할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

    중대재해법 제정에 온 화력을 쏟고 있는 정의당은 전경련, 경총 등의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전경련의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경련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할 따름”이라며 “아직도 국민의 생명을 갈아 넣고 기업의 부를 창출했던 60~70년대 사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전경련이 말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초래할 5가지 문제점은 취지를 호도하고 박약한 논리를 감추기 위해 지난 60년간 해왔던 그 수법”이라며 “‘앓는 소리’ ‘몰염치’ ‘협박’ ‘왜곡’ ‘억지’를 동원한 한심한 주장이고, 대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은 정책을 제시하면 기업 환경 악화를 언급하면 국내 투자 기피, 해외 이전을 거론하며 협박도 여전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와 대기업의 성장에 산재도 눈감아주고 세금포탈, 환경파괴, 온갖 불법과 탈법 눈감아줬던 어두운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아직도 그 시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전경련은 우리 시대에 존재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의 뇌리에는 국정농단의 수금 기관으로 극우세력의 불법집회 돈줄로 경제단체가 아닌 불법단체를 자임한 전경련의 모습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의 통로로 사용되며 해체 요구까지 나왔었다.

    정 수석대변인은 “전경련 등 재계가 막아야 할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라며 “더 이상 한심한 소리를 그만하길 촉구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의당 노동본부도 별도 논평을 내고 “원·하청의 불공정한 지배관계에 근거하여 힘없는 중소기업을 볼모삼은 협박을 그쳐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하청에 책임을 떠넘길 생각인가”라며 “해외로 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책임 회피을 해서도 안 된다. 언제까지 이런 협박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부속품처럼 사람을 갈아 쓰는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노동자를 공동체를 이루는 동반자 보다는 장시간·저임금·저비용의 도구로 생각하는 천박하고 속물적인 본성을 드러낸 전경련의 입장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재계는 여전히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면제하고 처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과도한 주장을 하는 것을 그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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