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이주노동자 사망
    대책위, 고용 농장주 고발
    "비닐하우스 기숙사 등 철저 수사···고용노동부 및 지자체 책임도 커"
        2020년 12월 30일 10: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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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자던 이주노동자 A씨가 귀국을 앞두고 사망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들은 A씨를 고용했던 농장주를 30일 고발했다. 이 단체들은 사망한 당시 경기도 일대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으나 난방조차 되지 않는 등 기숙사의 열악한 환경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운영 기준에 미달한 기숙사를 제공한 농장주 B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고발장에서 “비닐하우스가 소재한 경기도 포천에 한파 경보가 내려졌음에도 심지어 난방이 되지 않는 상태를 방치했다”며 “힘든 노동을 하며 얻게 된 질병과 강도 높은 노동 속 진료와 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근무 환경,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숙소 등으로 인해 취약해진 피해 이주노동자의 신체 상태가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그 추위를 막아줄 어떠한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 방치된 탓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인이 사망한 기숙사가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라며 “무허가 건물이라고 무조건 기숙사 운영기준에 미달한다고 할 수 없으나 샌드위치패널로 만들어져 화재에 취약한 점,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은 점, 전기사용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기공급량에 따라 전기공급장치가 오작동되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기숙사의 구조와 설비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조(기숙사의 구조와 설비)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우, 농업 노동 환경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쌓여서 발생한 사회적 비극”이라며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피고발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임시 가건물을 기숙사로 제공하고 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여 결국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대책위

    앞서 경기도 일대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져 한파 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20일, 캄보디아 국적의 30살 이주여성노동자 A씨가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2016년 3월 15일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해 농장에서 일해 왔다. 고인이 피를 토한 흔적이 있는 침실에는 출국일이 불과 20여일 남은 귀국 비행기 티켓도 함께 발견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한 채 발견된 비닐하우스 구조물은 그가 일한 농장 한가운데에 세운 비닐하우스에 조립식 패널을 세워 마련한 임시 건물이다. 고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전기, 난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망 전날엔 차단기가 계속 내려가는 등 난방이 되지 않았다고 고인의 동료들은 증언했다. A씨를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은 모두 근처 다른 노동자의 숙소에서 잤던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및 합병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을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진=대책위

    대책위는 이날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와 의정부고용노동지청, 포천경찰서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영하 16도에 이르는 한파 속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혼자 잠을 청하다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추위 속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의 문제,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숙식 환경 속에서 고강도 노동을 지속해야 했던 노동 환경의 문제, 질병이 있었다 하더라도 적시에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인이 근무했던 농장의 운영에 불법이 있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열악한 숙소와 무허가 건물 등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론도 뒤따른다. 실제로 2만 명에 달하는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이 A씨가 사망한 기숙사와 유사한 형태의 비닐하우스, 샌드위치 패널,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만든 임시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대책위는 “농지 가운데 설치한 조악한 임시 건축물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고용허가제 담당 고용노동부, 불법 용도변경 등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도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노동부는 즉각 사업주에 대한 고용허가를 취소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닐하우스, 농막,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불법 임시건축물의 기숙사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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