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버리고 6.15 정신으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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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30일 12: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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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안의 정파 가운데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좌파 조직인 <전진>이 30일 당 대표단의 방북을 앞두고 ‘조선노동당에게 보내는 남한 사회주의들의 편지’(편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핵무기 개발과 보유가 인류 문명과 인민의 생존권에 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데도 전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절박한 심정으로 조선노동당에게 전한다

    이들은 “남한의 사회주의자들은 이제까지 북을 고립 ․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야욕에 맞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워왔”다면서, 하지만 이는 “조선노동당과 이북 정부가 내세우는 ‘사회주의’가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이상 ․ 원칙과 일치해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북의 체제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편지’는 또 “핵무장은 결코 제국주의의 간섭과 침략 위협으로부터 인민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인민은 핵무기를 갖고 서로 으르렁대는 두 나라 국가기구의 상호 인질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이 남한 인민은 물론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의 인민들도 소외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북 정부는 미 제국주의에 맞설 무기를 만든다면서 정작 남한과 동아시아 인민의 더 강력한 무기를 녹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들의 제국주의적 세계지배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인민을 소외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모든 인민이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 6.15 선언이라면서 “군비 확장과 무력행사가 아니라 인민을 향한 정치적 결단만이 제국주의에 균열을 내고 고립시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이북 정부는 다시 ‘6․15 정신’으로 돌아와야” 하며 “핵이 아니라 남한, 그리고 동아시아 인민과의 연대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른바 ‘선군정치’에서 묻어나오는 군사주의의 화약내가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대중정치로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조선노동당에게 보내는 남한 사회주의자들의 편지> 

    지난 10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에서 최초의 핵실험을 벌였습니다. 미국의 전쟁 책동에 맞서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귀국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압니다. 이번의 핵실험이 비핵화 원칙의 폐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방도라는 너무나 심오한 해석도 들립니다.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인류 문명과 인민 생존권에 반하는 행위

    우리 남한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입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니, 반대합니다. 우리는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가 그 자체로 인류 문명과 인민의 생존권에 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데도 전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에 전달코자 합니다.

       
      ▲ 평양 시가지 풍경
     

    남한의 사회주의자들은 이제까지 북을 고립,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야욕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워왔습니다. 그것은 조선노동당과 이북 정부가 내세우는 ‘사회주의’가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이상․원칙과 일치해서는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북의 체제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도발에 맞서 북의 존립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북 인민들의 삶, 그들의 권리 때문입니다. 이북 체제의 현실이 어떻든 그것을 유지할지 바꿀지 결정할 권리는 오직 그곳 인민에게만 있다는 게 우리의 신념입니다. 이북 인민의 자주권을 원천적으로 짓밟는 강대국들의 그 어떤 시도도 우리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국주의가 낳은 현대전의 두 가지 얼굴

    그러나 핵무장은 결코 제국주의의 간섭과 침략 위협으로부터 인민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도대체 핵무기의 뿌리가 무엇이고, 그 본질이 무엇입니까?

    제국주의는 현대전을 낳았습니다. 현대전은 한 마디로 총력전입니다. 현대전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이 없습니다. 인민 전체가 전쟁 수행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게 되고 또 포화와 살육의 한 가운데에 노출됩니다. 지난 세기의 가장 참혹했던 전쟁 중 하나를 직접 경험한 한반도의 우리들만큼 그것을 잘 아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현대전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갖습니다. 하나는 대량살상입니다. 전투 요원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생명이란 생명은 닥치는 대로 살상하는 독가스와 무차별 공중 폭격, 그리고 민간인 학살 말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얼굴도 있습니다. 그것은 인민의 능동성입니다. 인민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고 혹은 그것을 중단시키기도 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소련이 전쟁 초기의 엄청난 후퇴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치 독일을 물리친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중국이 일본 침략자들에게 주요 도시를 다 내주고도 끝내 승리를 쟁취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저 조그만 나라 베트남이 어떻게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거꾸러뜨릴 수 있었습니까? 전 세계 인민의 힘 덕분 아니었습니까?

    이 대목에서 다시 묻겠습니다. 핵무기의 본질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현대전이 낳은 두 가지 현실 중 대량살상의 측면을 극대화해서 인민의 능동성이라는 측면을 압살하려는 제국주의의 최후, 최악의 시도 아닙니까?

    인민은 핵무기 갖고 으르렁대는 두 나라의 상호 인질

    핵무기는 2차 대전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대량살상전의 결정판입니다. 현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독가스와 무차별 폭격, 민간인 학살을 하나로 합친 게 핵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핵무기 앞에는 인민이 없습니다. 이제 희생자로서의 인민은 존재해도 주인공으로서의 인민은 없습니다. 인민은 핵무기를 갖고 서로 으르렁대는 두 나라 국가기구의 상호 인질이 될 뿐입니다. 제국주의의 모순이 낳은 유일한 희망에 결정타를 먹이려는 제국주의의 가장 사악한 시도, 그게 바로 핵무기입니다.

    그런데 이북 정부는 다름 아닌 그 핵무기로 미국의 핵전력에 맞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의 핵실험은 이미 남한 인민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남한의 민심이 무엇인지 압니까? 드디어 동족이 세계 최강대국과 맞대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환호라도 하고 있을 줄 압니까? 물론 미국의 전쟁 책동을 경계하고 규탄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과 미국 사이의 핵 인질이 됐다는 참담함이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습니다. 누가 이토록 인민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렸습니까? 제국주의 부시 행정부입니까, 아니면 이북 정부입니까?

    눈을 더 크게 떠봅시다. 그럼 일본의 인민이 보일 것입니다. 저 나라는 한때 전 세계 반핵운동의 본산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나라에서 활개 치는 것은 미 제국주의와 손을 잡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우익의 발악이며, 들려오는 것은 핵무장의 아우성뿐입니다.

    일본의 모든 인민이 다 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친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거기에는 침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쓰디쓴 마음으로 침묵하는 다수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을 침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까?

    이북 정부는 미 제국주의에 맞설 무기를 만든다면서 정작 남한과 동아시아 인민의 더 강력한 무기를 녹슬게 합니다. 핵분열이나 융합으로 대신할 수 없는 승리의 근본적 요소, 인민의 양심의 힘 말입니다.

    미국이 불안해 하는 6.15 정신으로 돌아오라

    돌이켜봅시다. 미국이 한반도의 움직임에 가장 당혹해 했던 때가 언제였습니까? 북의 핵 개발 계획이 한 발 한 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던 시점들이었습니까? 아닙니다. 2000년 남북의 정상이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6․15 공동선언’에 합의할 때였습니다.

    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악수를 건네는 순간 그 손을 마주잡은 것은 단지 남한의 한 노회한 보수 정객만이 아니었습니다. 5천만 남한 인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맥없이 쳐다보아야만 했던 것은 누구였습니까?

    겉으로는 그 장면조차도 자신들의 세계 전략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허세를 떨면서도 내심 불안해했던 게 누구였습니까?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는 것입니다. 군비 확장과 무력행사가 아니라 인민을 향한 정치적 결단만이 제국주의에 균열을 내고 고립시킬 수 있습니다.

    이북 정부는 다시 ‘6.15 정신’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핵이 아니라 남한, 그리고 동아시아 인민과의 연대에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이른바 ‘선군정치’에서 묻어나오는 군사주의의 화약내가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대중정치(아니, ‘군중정치’하고 할까요)로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 6.15 공동선언 1주년 – 화해.협력 분위기 정착 (사진=연합뉴스)
     

    화약냄새 나는 선군정치에서 대중정치로

    그 때에만 북의 인민들도 숨 쉴 틈을 벌고 자주적인 미래를 향해 힘을 추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몇 년 새, 북의 계획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간혹 전해오는 이북 농촌의 모습을 보면 남한 사람들보다 더 적나라하게 시장의 살풍경한 경쟁에 노출돼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 남한 사회주의자들이 보기에 지금 조선노동당을 비롯해서 북의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핵 군비 경쟁이 아닙니다. 먼저 인민의 살림부터 챙겨야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과 쿠바의 선택들을 비교하여 그들이 이뤄놓은 성과와 오류들 위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면 분명 후발 주자의 이점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우리 남한의 진보 세력이 21세기의 대안을 토론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쿠바까지 찾아가야만 합니까? 왜 쿠바보다 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북에서 제국주의 문명을 뿌리부터 거부하는 유기농업혁명 같은 소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도 우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선군정치’라는 비정상적인 체제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당의 정치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조선노동당에게 간곡히 촉구합니다. 당이 다시 상황을 장악해야 합니다. 1980년 이후 30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당 대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당의 집단지도체제를 복구해야 합니다. 적어도 당 안에서만은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하고, 그 통로를 통해 인민들의 목소리가 나라를 이끌게 해야 합니다. 지금 조선노동당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에 맞서 싸우자, 하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겠습니다. 우리 남한 사회주의자들은 정의와 평화가 만발한 인간의 새 봄을 그리는 모든 인민들과 함께 미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에 맞서 한반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이북 인민의 자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앞장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마주할 어떠한 탄압도, 고난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승리를 향한 길이려면 우선 지금 당장 이북 정부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비핵화 원칙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수천, 수만 기의 핵전력을 가진 자들에 맞서 몇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작은 문제제기일 수는 있어도 동시에 도덕적 우위의 커다란 후퇴일 뿐입니다.

    하지만 핵무장의 능력을 갖추었으면서도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제국주의자의 가슴을 때리고 인민의 영혼을 흔드는 결단입니다.

    우리 남한 사회주의자들은 조선노동당에 호소합니다. 참으로 중대한 역사적 기로 위에 서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에 맞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민중 전체의 연대에 함께 합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우선 핵실험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하는 과감한 결단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십시오.
    그것만이 인민을 믿고 그 인민의 역사를 믿는 자들의 선택입니다.

    2006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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