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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법 개정안과 정의당의 태도
    [기자생각] 민주당의 들러리 정당이 되지 않아야
        2020년 12월 10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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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작년 패스트트랙 과정을 통해 통과된 법을 시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을 하는 안이다. 9일 국민의힘이 개정안 반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10일 새 임시회가 소집되어 본회의 표결 처리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173석의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해 무소속 상태인 의원 3명, 친여 성향이 강한 열린민주당 3석이면 필리버스터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3/5 의석수)에 이르러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이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원내에 입성한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도 찬성 입장이다.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하지 않고 있는 원내정당은 정의당뿐이다.

    정의당은 9일 저녁에 이어서 10일 오전에도 전략협의회를 진행하여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참석자는 대표단와 의원단,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이다. 9일 회의에서도 대표단과 의원단 내에서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10일 회의에서도 찬반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입장 정리를 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8일 밤 늦게 상임위를 통해 공수처법 개정안, 노동관계법 개정안, 공정경제 관련 법안 등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9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제외한 다수의 법안들을 표결로 처리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강경 반대이지만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큰 쟁점 없이 표결에 참여해 함께 통과시켰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동계에서는 ‘노동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9일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1시 30분에 소집되어 진행된 환노위의 의결 과정에 대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도둑질하는 것처럼 한밤중에 후다닥 통과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전 원내대표 배진교 의원이 속한 정무위원회는 더 심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소위에서 배진교의 찬성이 필요해 공정거래위 전속고발제 폐지에 찬성했다가 소위를 통과한 이후의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를 뒤집어버리는, 최소한의 신의로 내던지는 폭거를 저지르기도 했다. 배 의원은 이런 행태에 대해 “”재계의 압박에 민주당이 손을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거푸 민주당에게 정의당의 현 원내대표와 전 원내대표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당 대변인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에게 협박성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강은미 원내대표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항의를 했고 정무위 처리 과정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거야 ‘악어의 눈물’과 비슷할 뿐이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통과된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되돌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으니.

    그리고 이제 공수처 개정안만 남은 상태이다. 각 정당의 입장도 비교적 정리됐다. 그런데 정의당은 여전히 고민 중, 논의 중이다. 처지와 상황은 이해되지만 지금, 여기서 모호함은 무능과 무기력의 징표일 뿐이다.

    입장 정리를 해야 할 정의당의 처지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상황과 쟁점을 먼저 재정리를 해보자.

    첫째, 작년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정치적 연대에 정의당은 신의를 지켰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제정에 정의당은 다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찬성했다. 하지만 위성정당 추진으로 개정 선거법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또 지금 작년 제정된 공수처법을 말을 바꾸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민주당이다. 공수처법 ‘개정’에 대한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의 정치적 합의와 공감대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작년 패스트트랙의 정치적 합의와 무관하며 오히려 민주당의 일방독주일 뿐이다.

    둘째, 작년 제정된 공수처법에 포함된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은 국민의힘 등 반대파들과 합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자발적으로 포함시킨 내용이다. 자신들 스스로 포함시킨 내용을 또 스스로 바꾼다. 그럴 거면 남 핑계를 대면 안 된다. 공수처는 검찰 못지않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구이고 권력기구이다. 그래서 이 강력한 권력기관이 특정 정치권력의 충견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가동되어야 한다며 민주당 스스로 ‘비토권’을 넣었고 이를 포장 선전했다. 비토권은 거부권이고 반대권이다. 말장난하면 안된다.

    셋째, 정의당이 강조하고 있는 중대재해법 제정 및 전태일 3법 추진, 공정거래위 전속고발제 폐지와 CVC 관련 등 경제민주화 법안 등에서 권력을 가진 여당이면서 국회의 압도적 다수의석 권력을 가진 민주당은 어떤 입장이었나? 이런 노동-경제 관련 이슈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의 거리는 좁혀진 적이 없고 계속 벌어져 왔다. 정권 초기 문재인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민주노총 등 노동계 또한 마찬가지로 그 먼 거리와 큰 차이를 새삼 체감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진보적이라는 시민사회단체와 NGO 중에서 이런 쟁점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넷째, 정의당의 처지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지지층의 문제일 것이다. 정의당 지지층은 조국 사태 등에서 시작해 최근의 공수처법 개정안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해 친정부적 성향과 반정부적 성향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특정한 쟁점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정하면 다른 입장의 당원들이 비판하거나 탈당을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또 다른 쟁점과 당론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의당 지도부가 항상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당론 정리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를 보면 늘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이 긍정 일변도, 부정 일변인 것에 비하면 정의당 지지층은 긍정·부정이 혼재되어 있는 편이다. 아마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정의당 지지층의 입장도 찬성과 반대가 섞여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의당 지도부의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찬반이 갈리면서 김종철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는 ‘찬성’에 기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청년 출신의 부대표와 의원들은 ‘반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우려스럽다. 이 법안에 대한 태도는 하나의 법안에 대한 입장을 넘어 문재인 정부, 민주당에 대한 진보정당 정의당의 거리를 측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당직선거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김종철 대표가 당선된 것에는 선명한 진보야당의 길, 민주대연합으로 표현되는 민주당 2중대 노선과의 결별, 민주당-국민의힘 거대양당에 대한 강한 거리두기와 제3당으로의 정립 등에 대한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는 평이 다수였다. 비-민주당, 반-국민의힘에서 더 나아가 반-민주당, 반-국민의힘의 제3당 노선을 뿌리내리는 것이 필요한 배경이다.

    공수처라는 새로운 사정기구, 권력기구 그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뉠 수 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점하는 국회이기에 아마도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정안 처리를 통해 민주당 입맛에 맞게 구성된 공수처가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어떻게 운용될지는 이후 냉엄한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정의당의 입장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캐스팅보터나 변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정의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반대-기권-자유투표 등의 입장은 그들이 어떤 방향과 지향, 정치적 포지션을 할 것인지를 국민 앞에 보여주는 분명한 징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표결은 민주당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초라한 진보정당의 모습을 반복할 뿐이라고 본다. 민주당과 일부 겹치는 지지층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것에 집착할 경우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원내에 입성했던 정당들과 어떤 정치적 정책적 차별성도 없을 것이다. 소위 민주당 지지층의 일부를 기반으로, 우리는 민주당보다 조금 더 정직하고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강경할 뿐이라는 이미지만 남길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중 상당 부분이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독재와 수구의 과거 행적과 반성 성찰이 없는 친자본 친기득권의 보수에 대한 비판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주당의 정책, 행적, 주장,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열광적 지지층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최악이어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선택적으로 지지했던, 그런데 지금 이 정부의 일방독주와 유아독존의 정치, ‘노동존중’을 시늉과 립서비스로만 활용하는 행태에 점차 비판적이 되고 지지를 철회하는 다수 국민들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유투표와 기권을 선택하라. 찬성은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면서 민주당의 들러리 정당이라는 점만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이 쟁점에 대한 정의당의 결과적 당론만이 아니라 대표단과 의원단 등 개별 지도부의 입장들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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