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외교·안보 철학 파산으로 이종석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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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6일 08: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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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할지는 언론들도 몰랐나 보다. "전쟁 중에는 장수가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면서 이 장관에 대해 "북한 상층부와 통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고 "임기 말까지 함께 할 생각"이라고까지 했던 노 대통령이 왜, 하필 지금 교체를 결심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26일자 조간신문들은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 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질’인지 ‘분위기 쇄신’인지 ‘국내 정치용’인지 등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한겨레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이 장관이 대북 정책 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 장관이 갖는 포용정책의 상징성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는 데 대해 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야당이 어차피 연말 즈음 이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등 공세를 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3면 <정책혼선 여론 무마·대북경고 ‘이중포석’> 기사에서 이 장관 사의의 1차적 요인을 지적했다. 경향은 "표면적으로는 야당 등의 ‘인책 경질’ 공세의 수용으로도 비친다"면서 "하지만 속내는 역설적으로 ‘돌파’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야당의 인책 요구가 실질적으로 겨냥한 포용정책의 기조 변화는 아닌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란다. 경향은 그 이유로 "책임론이 제기된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외교장관으로 기용하는 데서 그런 의도는 확인된다"고 봤다.

나아가 경향은 이 장관의 사의가 "북한에 대한 메시지와 일부 ‘인적 쇄신’의 측면이 있다"고  봤다. "북한과의 유일한 통로"라고 할 만큼 이 장관에게 신뢰를 보냈고, 핵실험 직후에도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고 재신임 의사를 비친 바 있는 노 대통령이 이 장관 교체를 결심한 것은 북한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10월26일자 3면  
 

그러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이 장관의 교체를 ‘경질’ ‘문책’ 인사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겉으론 야공세 탓…속은 ‘포용 사수’ 부담>(5면) 기사에서 "정부 내에선 이 장관의 퇴진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미숙하게 대응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며 "특히 이 장관이 핵실험 직후 노 대통령이 ‘대북 포용 정책의 조정’ 가능성을 얘기한 뒤에도 지나치게 포용정책을 고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노무현식 ‘포용’과 엇박자>(1면) <북핵 혼선 중심에 ‘이종석’이 있었다>(4면) 기사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에선 ‘이번 인사는 문책의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은다" "이 장관의 사의를 노 대통령이 받아들인 건 문책의 성격도 가미돼 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10월26일자 1면  
 

중앙이 분석한 경질 배경은 세 가지.

먼저 "이 장관의 남북 관계에 대한 접근법"이 달랐다는 것. "노 대통령식 포용 정책의 원칙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 실리를 얻어내는 남북대화로 압축"되는데 "이 장관의 햇볕 정책은 경제적 지원을 통해 정치 협상을 끌어내려는 연계론에서 시작함으로써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북 핵실험 이후 일사불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등의 문제를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혼선을 빚고 있고, 그 중심에 이종석 장관이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구조"를 들었다. "남북경협기업·통일단체·시민사회단체 등 대북 관계 주체들과 통일부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이 장관의 사의에 언론이 이목을 집중하는 것은 단지 그가 ‘왕의 남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냐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후임 인선을 통해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 유지, 혹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문들은 대체로 대북 포용 정책 기조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일부 신문은 포용과 압박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는 <북한 핵문제 풀 외교안보팀 짜야> 사설에서 "이종석 장관 교체를 대북 포용정책 대폭 수정과 연결시키는 것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며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응을 두고 정치적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문책성 인사는 아닌 셈"이라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10월26일자 사설  
 

경향도 사설 <외교안보팀 개편 대통령의 자기 반성부터>에서 이 장관이 자신의 사임 이유로 ‘정쟁’을 든 만큼 "이번 개편이 문책성이 아니라 분위기 쇄신용이라는 뜻"이라고 봤다.

경향은 사설에서 "외교안보팀을 바꾼다고 해서 외교안보 현안들이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라면서 "외교안보가 어려움에 처한 데는 노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핵실험을 전후해 계속 헷갈리는 발언으로 국민과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경향은 "정부가 외교안보팀 개편을 계기로 난맥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노대통령부터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확실한 구상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새로 구성할 외교안보팀은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실제 적용에서는 교조적이지 않고 전략적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독불장군식 인물들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조선일보 10월26일자 4면  
 

조선도 노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했지만 경향과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노 대통령의 대북 정책 자체를 바꾸라는 주문이다.

<파산한 외교·안보, 대통령이 철학을 바꿔야> 사설에서 조선은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일각인 일본과는 지난 수십년 만의 가장 험악한 분위기"가 됐고 "’동북아 균형자’라는 원대한 구상을 내걸고 미·일과 거리를 두는 그만큼 간격을 좁히겠다고 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보다 오히려 데면데면하기만 하다"면서 "한마디로 대통령의 외교 안보 철학이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몰아갔다.

또, "대통령의 잘못된 철학을 정책화하고 집행해온 사람들을 서로 자리만 바꾸는 식의 회전문 인사"를 할 경우 "북한과 국제사회에 ‘한국은 북한 핵실험 전에 걸어온 실패 코스를 다시 한 번 밟으려나 보다’는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0월26일자 사설  
 

동아 중앙, ‘한미 동맹’ 강화해 줄 사람 요구

<사의 밝힌 이통일·윤국방 ‘옮겨 심기’ 안 된다> 사설에서 동아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판단 착오와 한미동맹 파탄 등 총체적 정책 실패를 생각하면 문책인사가 진작 있었어야 했다"며 새 외교안보팀은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외교안보 노선을 국익 위주로 재조정할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 10월26일자 사설  
 

중앙도 <외교안보팀 개각을 걱정한다> 사설에서 "’미국과는 각을 세우고 북한은 감싸자’는 게 현 외교안보 라인의 정책 기조인 것"이었다고 진단한 뒤 "이러니 한·미 동맹은 금이 가고, 국제적으로는 고립되고, 북핵 문제 해결도 요원해지는 최악의 안보 상황에 한국이 몰리게 된 것"이라며 새 외교안보팀은 "한미 동맹을 소중히 가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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