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정조사 추진’
    ‘헌정사·법조사의 흑역사’
    추미애 도발, 윤석열 반발···정치권의 블랙홀 이슈, 본격적 대리전?
        2020년 11월 25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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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판사 불법사찰, 언론사 사주와 회동 등의 사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들은 법무부의 감찰 결과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낙연 “국정조사 추진 검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법무부가 밝힌 윤석열 총장의 행위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라며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 검찰 내부에 여전히 잔존하는지 진상규명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 그에 필요한 일을 민주당도 함께 해야 한다”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향후 절차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며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신속히 진상조사로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총장은 검찰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도 했다.

    김태년 같은 당 원내대표도 판사 불법사찰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으로 탄핵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불법 사찰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이자 중대 범죄 행위”라며 “더욱이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수사 이끌었던 사람이 윤석열 총장이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 불법 사찰은 단순히 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관련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분류 자료를 울산 선거개입 및 조국 전 장관 사건에 활용했을 경우 사법처리도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 또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법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판사의 판결 성향 외에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 됐는지 여부를 수집했다.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느냐는 법원에서도 굉장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비밀로 유지하는 자료를 검찰이 알게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판사들 중엔 사법농단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법원의 내부 자료들, 특히 인사 관련된 비밀자료들을 다량 보유하게 되면 이후 이것을 활용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왔다”며 “만약 물의 야기 법관 분류 등을 (당시 압수수색해서 확보한) 자료를 활용해 파악한 것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다. 압수수색한 자료를 다른 용도로 쓴 것이라면 형사 사건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의 발표를 사전 보고를 받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에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한 일”이라며 “어차피 징계위원회가 정직 이상 처분을 하면 대통령이 청구를 받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진행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윤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의) 용인 여부를 두고 크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국정조사와 특별수사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의 전·현직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추 장관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공수처 출범, 윤석열 배제하면 형사사법의 정의가 바로 서느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징계사유의 경중과 적정성에 대한 공감 여부와 별개로, 과연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추 장관을 비판했다.

    조 의원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추미애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몹시 거친 언사와 더불어 초유의 수사지휘권, 감찰권,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며 “이 모든 것이 검찰개혁에 부합되나.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윤석열을 배제하면 형사사법의 정의가 바로 서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기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여당이) 연일 집중하는 것은 공수처요, 윤석열이니 지난 전당대회 직전 제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며 눈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라고 한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채동욱 사퇴시킨 박근혜 정권과 뭐가 다른가”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징계청구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주요 사건 수사에서 정부의 뜻과 다르게 행동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댓글 수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엉뚱한 이유를 들어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퇴하게 만든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금 전 의원은 “스스로 검증하고 임명한 검찰총장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징계를 하는데 향후 공수처가 생기면 공수처장 후보자의 중립성과 적정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담보할 수 있느냐”며 “검찰개혁은 특정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담보하게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업무에 개입해서 정치적 논란을 초래하는 일을 앞으로 어떻게 방지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야당들도 추 장관의 발표에 부정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갈등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며 일제히 문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율사-법조인 긴급회의’를 열고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직무정지를 시킨 일은 우리 헌정사나 법조사에 흑역사로 남을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추미애 장관의 폭거도 문제지만 뒤에서 묵인하고 즐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본인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임하라”며 요구했다.

    윤 총장에 대한 여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윤미향 의원 사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 그동안 국민의힘이 주장해 온 국정조사 요구는 묵살해 오던 여당이 이번만큼은 신속히 움직인다”며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추 장관과 여당이 합심해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모습이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추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신속히 진상을 밝히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법사위 개의 요구는 막아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의 ‘선택적 정의’가 이제 너무나도 지겹다.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추미애 장관”이라고 직격했다.

    정호진 “청와대 책임있게 입장 표명해야”

    정의당 또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은 진상이 규명돼야 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 외에 징계 사유에 대해선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밝힌 감찰 결과에 있어 울산사건 및 조국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그러나 그 밖의 감찰 결과는 기존에 거론됐던 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은 검찰총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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