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주 미만’의 주수제한
    국민의힘, 사실상 낙태 불법화 법안 발의
    민주당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하던 국민의힘의 퇴행
        2020년 11월 23일 08: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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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비판해오던 국민의힘에서 낙태를 사실상 전면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국민의힘의 첫 입장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여성 인권의 시간을 되돌리는 일을 중단하라”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낙태죄 관련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신 ‘6주 이내’ 임신중지는 허용하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엔 의무상담을 받아 최대 10주까지 허용하는 내용이다. 예외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태아와 여성의 생명 또는 건강에 중대한 위험이 있어 임신을 중단해야 할 때도 20주 이내로 제한했다. 인공임신중절시술을 원치 않는 의사의 ‘거부권’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아동보호기관장 등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6주 미만’의 주수제한이다. 앞서 정부 입법예고안은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하면서 “낙태죄 존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조해진 의원 안은 이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6주 미만은 “태아의 심박동이 감지되기 이전”이다. 조 의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여성의 건강권을 모두 고려한 조화로운 방안”이라며 “낙태의 전면적인 금지가 아닌, 태아의 심박동이 존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생명권을 최대한 보호하도록 하되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정안에 조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강기윤·김기현·김미애·김영식·박성민·박수영·서정숙·성일종·신원식·윤한홍·이달곤·이채익·전봉민·정점식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까지 무려 16인의 의원이 참여했다.

    여성들은 조 의원 법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본소득당, 녹색당,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유니브페미 등은 10여개 여성단체와 정당들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여성 인권의 시간을 되돌리는 일을 중단하라”며 법안 발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정부가 헌재의 결정을 뒤집고 낙태죄를 존치하는 입법안을 제출한 후 한 달이 넘도록 침묵하다가 나온 국민의힘의 개정안의 내용은 ‘여성은 국민이 아니다’라는 선언이자 악법”이라며 “국가가 할 일은 임신중지에 대한 허락이 아닌, 여성이 건강한 의료행위로 인공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대표는 “우리는 처벌의 역사로 돌아갈 수 없다. 청소년을 포함 모든 환경의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임신중지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위해 싸워왔던 시민들의 목소리 짓밟는 국민의힘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6주’ 주수제한 규정, 사실상 전면 불법화
    “여성의 몸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없어”
    “임신과 출산에 고민할 의지 없는 의원들, 마구잡이식 법안 발의로 숟가락 얹기”

    ‘6주’ 주수제한 규정은 사실상 임신중지를 전면 불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신주수 계산은 마지막 생리 시작 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임신 사실을 인지하는 시기는 5~7주가 경과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생리 주기가 일정한 여성에게만 해당한다. 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의 경우 임신 사실을 인지하는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조 의원을 비롯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여성의 몸과 임신, 출산 등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법을 발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저는 13주 2일차 임산부다. 임신을 확인했던 날이 5주 2일차다. 6주차를 기준으로 낙태죄를 존치한다는 것은 헌재 판결의 취지를 뒤집어엎는 일”이라며 “여성의 임신과 출산, 재생산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할 의지가 없다면, 그럴 능력도 없다면 최소한 마구잡이 식 법안 발의로 숟가락 얹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용 의원은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으로 국민은 임신과 낙태, 출산을 둘러싼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재생산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했다. 국민 논의 수준은 이렇게 높아졌는데 정치권만 낙태, 임공임신 중지, 여성에 대한 낡은 접근을 계속하고 있다”며 “쉰내 나는 정치라는 국민들의 비판에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지혜 상임대표 또한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 역시 여성의 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인공임신중지가 의료행위인지도 모르는 의원들은 제발 자중해달라”고 말했다.

    의사가 임신중지 시술을 거부할 권리를 규정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 단체들은 “제때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적절한 의료행위를 받을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용 의원은 “의사의 진료거부는 전쟁 시 적군에게도 해당하지 않는, 권리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제1야당은 입을 모아 의사의 거부권을 말하고 있다”며 “유럽에선 의사의 진료거부권으로 인해 인공임신중지 시기 놓치는 일 많아서 유럽 전역으로 낙태 여행을 가는 일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국민의힘의 6주 주수제한 개정안은 물론, 14주로 주수제한을 둔 정부 입법예고안도 반대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낙태죄 완전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7일간 받은 법안 발의 철회 요구 서명을 공개했다. 단 일주일 동안 5831명이 참여, 3097개의 개인 의견이 제출됐다. 이들은 서명에 담긴 여성들의 목소리를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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