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로?
    정치권 찬반, 진영 가로질러 나뉠 듯
    민주 “환영”, 국민의힘 ‘내분’, 정의 ‘예타 면제 비판’
        2020년 11월 20일 03:3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이 난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년 보궐선거를 염두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결과가 뒤집히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대해 “정치공항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신공항 사업은 노무현 정부 이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결정을 번복해왔다.

    동남권신공항을 공약했던 이명박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와 밀양을 모두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가덕도와 밀양도 아닌 김해신공항을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김해신공항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여권에선 이를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해석했고, 이는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검증위 일부에선 김해신공항을 재검토한다는 것일뿐 백지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으로 국민의힘 내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 “아마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하든지 부산시장 선거에서 덕을 보려고 무리하게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주요한 국책 사업 변경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과정에 불법이 있으면 다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이 사업의 변경이 적절한지 반드시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자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민주당보다도 먼저 가덕도신공항특별법까지 발의했다. 특별법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등 가덕도신공항 추진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예타 조사는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전 경제성, 정책성, 과학기술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기준에 따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 없다면 면제될 수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와 논의 없이 부산지역 의원들이 특별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며 “이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감사원 청구 역시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와 김해공항 모습

    민주당, 국민의힘 PK의원들 특별법 발의에 환영
    “우리도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고려 중”

    민주당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도리어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 결과를 두고 야당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거론하고 나섰다”며 “그동안의 동남권 신공항 추진 과정을 잘 아는 야당이 검증 결과를 폄훼하는 것이야말로 또다시 지역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03년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일관되게 가덕도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으로 지역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와 밀양 모두를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안전성조차 담보할 수 없는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해야 한다”며 “이번 검증 결과는 잘못된 정치적 결정을 바로잡고 동남권 신공항으로 가기 위한 올바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부산지역 의원들의 예타 면제를 골자로 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발의엔 적극 환영을 표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당론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특히 특별법 발의의 이유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덕신공항을 추진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별법 내용을 잘 참고하여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그 내용 중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그 결과를 준용한다’는 대목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 등을 주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정애 정책위 의장이 대표발의하기로 하고, 그 초안을 법제실에서 이미 검토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합법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원칙으로 야당의 특별법 내용까지 잘 반영하여 책임 있게 발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민주당, 예타 면제된 MB 4대강 비판하더니…미워하다가 닮아간다”

    정의당은 예타 면제까지 하며 가덕도신공항을 강행 추진하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MB정부 4대강 사업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국책 토건사업 등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대해 수없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랬던 민주당이 약 10조의 국민혈세가 투여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예타 면제를 끼워넣는 사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타 면제된 MB 정부 4대강 사업을 그렇게 비판하더니 이제는 MB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미워하다가 닮아간다는 말이 딱 민주당을 두고 한 말 같다. 모양새가 MB를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유독 선거를 앞두고 법적 근거와 무관한 예타 면제가 정권을 불문하고 남발되고 있다. 예타 조사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기에 집권여당이 화룡정점을 찍겠다는 것”이라며 “예타 조사가 보궐선거의 재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가덕도공한 추진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전날 상무위원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지난 종합심사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가덕도신공항을 ‘묻지마’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라며 “도대체 ‘묻지마 4대강’과 ‘묻지마 가덕도’에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수요예측부터 다시 시작해 환경파괴문제, 비용편익 분석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며 “집권여당의 ‘묻지마 가덕도’ 추진에 깊은 우려를 다시 보낸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위의 검증 결과가 번복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검증위의 이번 결정으로 2016년 전문가 검증결과가 다시 뒤집어지면서 동남권 신공항이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서 출발한 정치공항임이 재확인됐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국민갈등과 예산낭비 조장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치인과 정권에 따라 전문가 결정조차 뒤집힌다면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총리실의 재검증이 맞다면 이전 정부에서 엉터리 결정에 참여한 전문가와 행정관료들을 공개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문재인 정부는 100조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등을 추진하며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이번 결정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더 이상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의 정치적 판단으로 국책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정치인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이고 상설화된 국책사업감시위원회 등을 설치해 국민을 위한 국책사업이 진행되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