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그린뉴딜, 변형된 토건예산”
    탄소중립 관련 약한 물·SOC사업, 예산에 대거 포함
        2020년 11월 04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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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이 552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취지와 목적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 사업 예산은 “변형된 토건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판 뉴딜 사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존 사업의 재탕 등을 통한 부풀리기가 극심하고,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안전망 강화 3개의 분야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21.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2025년까지 114.1조원을 쏟아 붓는다.

    정의당은 “신규사업의 규모는 3조 119억원으로 전체 사업비 14% 수준에 그친다”며 “사업수를 기준으로 삼아도 그린뉴딜(28.9%)과 디지털뉴딜(27.9%), 안전망 강화(42.9%) 각 분야별로 신규사업 비율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 사업 예산의 경우 사실상 토건예산에 가깝다는 평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넷제로’라고도 불린다. 이날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여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 대통령의 선언과는 달리, 그린뉴딜 사업 예산엔 기후위기 대응과는 무관한 물 관련 사업이나 SOC사업 등이 담겼다.

    물 관련 사업의 경우 기존에도 추진되던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탄소중립과는 큰 관계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물 관련 사업을 그린뉴딜에 포함시키고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정의당은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지만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 그 연장선에 있을 뿐 그린뉴딜과는 무관한 사업”이라며 “그린뉴딜 정책을 이런 식으로 추진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토건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 사업으로 포장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뉴딜 사업엔 대규모 공공시설을 환경친화적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사업들이 포함됐다. 노후 시설물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8,680억원)’, ‘스마트 그린 산단’(8억원), ‘명품 그린청사사업(18억원)’, ‘스마트 그린도시(526억원)’ 사업 등이다.

    정의당은 이러한 사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 큰 효과가 없는 반면 예산이 과도하게 많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석탄발전소 1개를 폐쇄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감소시키는데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부의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의 의미보다는 SOC 건설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는 변형된 토건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사업 목표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2050 탄소중립화를 선언했지만 구체적으로 해당 시기·사업별 목표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 이럴 경우 사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지거나 당위성이 없이 일반적인 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하여 확실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일부 미세먼지 관련 사업도 그린뉴딜 사업에 포함됐다. 정의당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대기유해물질로 동시에 관리할 수 있지만 일부 사업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는 무관한 사업”이라며 “‘어린이 통학차량 LPG 전환지원 사업’(300억원)과 화물차 LPG 전환지원 사업 등은 미세먼지 저감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온실가스 감축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필요성이 높아진 공공병원 건립 예산은 한 푼도 담기지 않았다. 특히 내년도 전체 공공의료 예산은 전년도 대비 5.5% 증가했으나, 정부 총지출 증가율(8.5%)엔 미치지 못했다.

    정의당은 공공병원 건립 및 공공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공병원을 건립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감염병 등에 대비한 공공병상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확보율은 인구 1천명당 기준 1.3개로 OECD 평균인 3개보다 한참 떨어진다. 정의당은 1천명당 2.0개 수준으로의 확대를 위해 총 13조원, 연간 2.6조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학급당 학생수 개선 사업비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규직 전환 지원’ 사업비 ▲전 국민 상병수당 도입 등을 5대 증액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규제자유특구사업, 외식·숙박 등 4대 할인쿠폰 사업,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정보경찰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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