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6조 정부 예산안,
    공공병원 설립에는 ‘0원’
    의료산업화 정책은 강도 높게 추진
        2020년 11월 03일 03: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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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556조원)에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삭감 또는 전무한 반면, ‘의료산업화’ 의지만 담겨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 참여연대, 양대노총 등 173개 노동시민단체들은 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삐뽀삐뽀 공공의료119’(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단체들은 “2021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코로나19 보건위기 상황에서 편성된 것으로 당연히 공공의료 강화가 핵심이어야 하지만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오히려 2020년 대비 감액됐다. 특히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이 ‘0’원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로 국민들은 방역을 위해 일상을 포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책임만 강조할 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적·정책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의료산업화에 방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지난달 1일 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 총예산은 90조1,5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7조 6,267억 원) 증가했지만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공병원 예산편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공공의료119는 “공공의료 확충을 비용 대비 수입이 1을 넘어야 한다는 수익성 중심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미 국가재정법 상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무회의를 거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공공병원을 확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핑계를 대는 것은 시민 모두를 기만하고 국가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복지부 예산안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거점 공공성 강화 사업, 감염병 병원 구축, 공공전문진료센터 사업 등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예산도 전부 삭감됐다.

    지역거점 공공성 강화 사업은 1,337억 원으로 올해보다 314억 원 삭감됐다. 질병관리본부 소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은 올해보다 200여 억 원 증가해 300억 원이 편성돼 호남권의 조선대학교병원, 중부권의 순천향대학교부속천안병원, 영남권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공사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부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곳은 민간병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기대되지 않아 감염병 전문 병원 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감염병 전문 병원의 경우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 의료 기관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취약지 등의 전문의료인력 양성엔 6억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53%정도가 삭감된 액수다.

    공공의료19는 국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비롯한 공공의료 예산 증액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공공병원만이 사실상 제 역할을 하며 환자들을 전담 치료했고,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이 지금보다 절실한 때가 없다.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중장기적으로도 절실한 국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이 없는 대전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불과 10명 안팎일 때도 병상이 포화 상태였고, 진주의료원이 폐쇄된 서부경남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타 지역 공공병원으로 원정치료를 가야했다. 대구·경북은 적십자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은 후 대구의료원을 중심으로 공공병원이 78%의 환자를 감당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시점인 3월 중순엔 확진자 23%가 입원도 못하고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도권 역시 8월 중순 하루 2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상이 포화되어 자택 대기환자가 발생했다.

    민간병원을 매입해 인구1천명 당 최소2개의 공공병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의 인구 1천명 당 공공병상은 1.3개다. OECD 평균은 인구 1천명 당 3개의 공공병원을 갖고있다. 이들은 “연간 2조6천억원을 5년만 투자하면 약 4만 병상을 확충할 수 있다. 2021년 정부 예산 555.8조원, 지난해 순증 43.5조원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라며 “오로지 정부와 국회의 의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예산은 턱 없이 부족한 반면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의약품 의료기기 안전효과 규제완화,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화 정책은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공공의료19는 “전 세계적 팬데믹 위기 속 국회와 정부는 주어진 골든타임을 활용해 시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 그 시작은 내년도 공공병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공병원 확충 0원인 채로 예산이 통과된다면 시민들의 강한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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