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신임 총리,
향배 관련 세 가지 포인트
[일본통신] 내각 명단 - 연내 조기총선 결행 여부 - 한일관계 개선 전망
    2020년 09월 16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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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스가 요시히데(71) 관방장관이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자민당은 14일 오후 2시부터 도쿄의 한 호텔에서 양원(중의원/참의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재 선출 투표를 실시했다.

국회의원과 지방 표 합산으로 발표된 개표 결과(유효투표 534표)에서 스가 후보가 377표(70.6%)를 얻어 총재로 당선되었다. 지역 당원과 대중적 인기로 기대를 모았던 이시바 후보는 기시다 후보 89표(16.7%)에도 뒤지는 68표(12.7%)를 얻는 데 그쳤다. 스가 신임 총재의 임기는 아베 전임 총재의 잔여 기간인 내년 9월까지로 16일 아베 내각의 공식 사퇴 후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됐다. NHK에 따르면 스가 총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중·참의원 양원 본회의 총리 지명 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 총리직을 확보했다.-편집자)

자민당 총재선거 개표결과(사진 왼쪽부터 이시바, 스가, 기시다)

1년짜리 바지사장

스가 정권의 향배를 가늠할 첫 번째 계기는 16일 발표되는 내각 명단이다. 신임 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지지 파벌의 몫을 줄이거나 배제할 수는 있지만 각료 인사에서 그렇게 하고도 무사했던 사례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거의 유일하다. 스가 총리에게 그 정도의 인기와 실력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스가 총재는 그간 파벌 타파를 주창해 온 터라 일부 무파벌 지지그룹을 제외하면 당내 기반도 취약하다. 현재로서는 지지 파벌들의 논공행상이 될 공산이 크다.

스가 정권의 향배를 가늠할 두 번째 계기이자 실질적인 가늠자는 연내 조기총선을 결행할지 여부다. 13일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니가타현 연설회에서 차기 정권에 대해 국민에 신임을 묻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중의원의 조기 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소파 소속 고노 다로 방위상도 9일 미국 싱크탱크 주최 온라인 연설회에서 내년에 연기된 올림픽 개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아마도 10월 중에 중의원 해산 총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신임 총재 기자회견 (9월 14일)

최근 여론조사에서 스가 총리 지지율이 오르고 있고 내각 출범 후 얼마 동안은 기대감으로 높은 지지율이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지난 10일에 의욕적으로 출범한 통합야당(입헌민주당)이 아베 총리 사임 이슈에 묻혀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어 10월 중 해산 총선거를 치르기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다. 지난 14일 자민당 총재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재는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해 “고민되는 문제”라며 조기 해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해산의) 특정 조건이 무엇인가 보다는 전문가 의견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전히 수습국면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없으면 어렵지 않을까”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새 총리의 신임을 묻는다는 명분에 선거 판세도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정계의 관심은 선거 판세보다 조기 총선으로 자민당 내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스가 총리가 당내 기반을 확보해 자기 색깔을 내게 될지에 쏠려 있다. 조기 해산 총선거는 잘하면 파벌 구도를 흔들어 바지사장 신세도 면하고 장기 집권도 꿈꿀 수 있어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 총리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자민당 파벌정치의 역학관계

해산 총선거가 어떻게 파벌 역학구도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지금의 자민당 파벌이 과거(적어도 90년대까지)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자민당은 파벌 연합체적 성격이 강하고 총리는 내각의 실질적 수장이라기보다 당내 지분을 가진 오너(파벌의 영수領袖)들이 합의 추대한 바지사장에 가까웠다. 가끔 인기 있는 총리가 등장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권한의 행사는 어디까지나 다수파의 의지 안에서만 가능했다. 이러한 파벌정치를 가능하게 만든 배경에 선거제도가 있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제도는 1994년 선거개혁 4법 성립으로 소선거구(비례대표병립)제로 변경되기 전까지 한 선거구에서 2~6명씩(표준적으로는 3~5명)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다. 중선거구제에서는 정당보다 인물이 중시되고 일당 우위 정당시스템 하에서 우위정당(자민당) 후보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선거제도의 효과는 공천을 얻는 것(정당)보다 유력 정치가로부터 선거유세와 선거자금 지원을 받는 것(파벌)을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자민당 국회의원은 파벌 구성원으로서 당내에서 정책적으로 전문화(족의원)되어 부문별 이해를 대변하고, 지역에서 광역/기초의원을 ‘계열’로 포섭해 지역적 이해를 대변하면서 파벌 강화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자민당의 소위 ‘이익배분 정치’는 이익의 총량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는다. 1993년의 정계개편과 ‘비자민・비공산 연립정권’의 출범은 55년 체제와 더불어 파벌 시스템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이었다.

1993년 8월 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로 지명된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신당 대표.

1994년의 정치개혁, 특히 소선거구제와 정당조성법(정당교부금제도)의 도입과 정치자금 규제 강화는 정당투표를 촉진해 당의 공천권을 강화하는 한편 파벌의 돈줄을 죄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처럼 90년대의 정치개혁은 파벌의 힘을 약화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고이즈미, 아베 사례가 증명하듯 당총재가 공천권과 정치자금 배분권을 무기로 당내 파벌 구도를 흔들고 당내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한일관계 개선될까?

세 번째 관전 포인트. 스가 총리 시대에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는 개선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고 장기적으로도 불투명하다. 우선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스가 총리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의지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색깔을 담을 기반이 없고, 향후 기반을 갖춘다고 해도 부정적인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는다.

일본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보도(2019년 7월 2일) “반도체 노려 한국경제에 큰 타격”

<아사히신문>이 지난 2~3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정책 중에서 가장 평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외교・안전보장이 30%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경제 24%, 사회보장 14%, 헌법개정 5% 순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신임 총리가 한일관계를 포함한 외교정책을 변경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외교 현안에서 한일관계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월 각각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한일관계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은 한국이 31.4%, 일본이 16%.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한국이 54.8%, 일본은 무려 72%나 됐다. 한국보다 일본이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가 훨씬 낮음을 알 수 있다.

<일본경제신문사(니케이)>가 작년 1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정부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이 양보하면서까지 관계개선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응답이 69%로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면 양보도 가능하다’의 21%를 압도했다. 특히,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응답자가 아베 내각 비지지층에서도 63%(지지층 77%)에 달해 관계개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스가 총리의 약점으로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그런 점에서 “아베 외교를 계승하겠다”는 스가 총리의 최근 발언은 노선을 분명히 했다기보다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외교가 약점인 스가 총리가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전임 총리의 최대 업적을 뒤집을 가능성은 현실적이지 않다. 당장은 관계개선을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한국측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소개
일본 거주 연구자. 현대일본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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