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44일 농성, 그리고 감옥행
    By tathata
        2006년 10월 13일 06: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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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대교 주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건설연맹 조합원 3명이 농성 44일째인 지난 13일 자진해산을 결정, 땅을 밟았다.

    김호중 건설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의장 등은 이날 오후 1시경에 올림픽대교 주탑에서 내려와 가족과 동료 조합원들을 맞았다. 그들은 덥수룩한 수염과 바랜 투쟁 조끼를 입은 남루한 모습에,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 올림픽대교 75미터 고공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단과 ILO권고안 이행을 요구하며 건설노조 조합원 3명은 44일간 농성했다.
     
     

    김호중 의장은 먼저 “건설노동자에 대한 공안탄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려와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서, “현장에서 투쟁을 돌파하기 위해 내려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근영 남양주지부장은 “땅을 밟게 돼 기분이 좋고, 21개월 된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냄새를 맡을 수 있어 행복하다”며 딸 지호를 안고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그는  “언론사가 제때에 객관적으로 보도했으면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갈협박으로 사용자의 돈을 뜯어냈다고 보도해놓고, 고공농성을 하자 그때서야 언론이 노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비꼬았다.

    임차진 경기건설노조 조합원은 “밤이 되면 주탑안에서는 바람소리, 차소리가 거센데 그 소리가 마치 건설노동자의 한 맺힌 통곡소리로 들렸다”며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힘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중 나온 건설연맹 조합원들은 “고생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

       
     ▲ 왼쪽부터 임차진 경기건설노조 조합원, 허근영 남양주지부장, 김호중 토목건축협의회 의장이 올림픽대교에서 내려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31일부터 ‘건설노조 탄압과 ILO권고안 이행’을 요구하며 75미터 높이의 올림픽대교 주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검찰이 원청회사로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전임비를 지급받은 것이 ‘금품수수, 공갈협박죄’에 해당된다며 경기건설노조 지도부를 구속시키자, 이들은 “사용자와 맺은 단체협약마저도 불법으로 간주하고 탄압하고 있다”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 허근영 경기건설노조 남양주지회장이 딸 지호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이들은 추석기간 동안에도 올림픽대교에서 보내고, 경찰이 최근 음식물 등 반입물품을 제한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에 그들이 농성을 푼 데에는 고공농성을 통해 건설노동자에 대한 탄압의 현실을 언론 등을 통해 알려낸 성과가 일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올림픽대교 고공농성이 지속되자 조중동을 제외한 언론들은 그들이 ‘왜’ 농성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원청회사를 협박하여 진술을 받아내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도 알려졌다. 또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맺은 단체협약은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44일이라는 긴 농성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검찰은 경기건설노조의 지도부였던 이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구속하는 등 강경태도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그들이 처음 올라간 당시와 현재 상황에는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호중 의장이 “공안탄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려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는 이유는 이렇게 싸우지 않고서는 건설노동자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며 “이는 고난과 탄압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림픽대교에서 내려온 이들은 곧바로 경찰차에 후송되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수배령이 내려진 임차진 조합원을 제외한 허근영 지부장과 김호중 의장은 이날 밤께 집으로 귀가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나온 1백여명의 건설연맹 조합원의 올림픽대교 행진을 막아 1시간 반가량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합원들은 “얼굴이라도 보게 해달라”며 요구했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의 조합원만 기자회견에 참여하게 했다.

       
    ▲ 경찰이 올림픽대교로 행진하려는 조합원들을 저지하자, 조합원들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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