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 회장, 3연임?
    채용비리 논란에도 유력
    사실상 연임 확정 의구심 제기···KB금융 노동자들, '압도적' 연임 반대’
        2020년 09월 11일 0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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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증손녀 채용비리 의혹 등이 제기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의 최종 후보자군에 포함됐다. 이번에도 회장으로 선출되면 3연임으로 ‘윤종규 장기집권’이 실현되는 셈인데, 일각에선 다른 후보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윤 회장 선출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계는 채용비리 논란 등을 책임지고 회장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오는 11월 주주총회를 앞둔 KB금융은 지난달 2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자군 4명을 확정했다. 윤종규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회추위는 4명의 후보자들에 대해 16일까지 심층평가를 하고 투표로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 자격검증을 거친 후 25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확정된 최종후보자는 11월 주총에서 회장으로 선임된다.

    복수의 경제지들은 윤종규 회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고 있다. 높은 경영실적과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인데 노동‧시민사회계의 견해는 다르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 때
    KB금융이 성차별, 학력차별 등의 채용비리 건수가 가장 많아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1일 논평을 내고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도전은 그간의 사태들을 고려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금융 내 채용비리와 2연임 당시 회추위 셀프연임 논란 등에 대한 지적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 당시 KB금융은 성차별, 학력차별 등의 채용비리 건수가 가장 많은 은행이었다. 특히 윤종균 회장은 은행장 시절 증손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단체들은 “해당 문제가 있었지만 기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의혹들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채용비리에 대한 피해자 구제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지닌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과 도덕성에 있어 윤종규 회장은 적격 후보가 아니므로 탈락감”이라며 “채용비리로 수많은 청년들을 기망하고 금융소비자를 외면한 금융회사는 그 어떤 신뢰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종규 회장은 2연임 당시 ‘셀프연임’ 논란도 있었다. 차기 회장에 도전한 윤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됐던 점이 문제가 됐다. 회장을 선임하는 사외이사를 차기 회장이 되고자 한 후보자가 뽑은 셈이다.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졌고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 개선됐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해소되지 못했다. 사외이사 거수기는 현재 금융회사 수장들이 장기 집권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사실상 윤종규 회장 연임이 확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들은 “최종 후보자군 면면을 살펴봤을 때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져 윤종규 회장의 들러리로 볼 수밖에 없고, 여전히 회추위가 윤 회장과 친분 있는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번 KB금융 차기회장 후보 절차는 짜인 각본에 따른 요식행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계는 윤종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책임한 KB금융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윤종규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 노동자들도 3연임 반대 압도적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은 시민사회계뿐 아니라 KB그룹 내에서도 나온다. KB금융그룹 소속 직원 10명 중 8명이 그의 3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7880명 중 79.5%(6,264명)이 “3연임에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2일에 이뤄졌다.

    반대한 직원들의 구체적인 이유로는 “단기성과 위주로 업무강도가 심화되었다”는 응답이 32.2%(2,019명)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하다”라는 응답도 30.6%(1,918명)이 뒤를 이었다.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와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각각 3위와 4위로 나타났다.

    KB노협은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최고경영자로 있던 6년간 친인척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극단적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이 벌어졌다”며 “또 노사합의를 위반하거나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령 직원 창구 일선 발령, 신입직원 기본급 인상 제한, 주 52시간제 꼼수 운영 등 근로조건이 악화된 것이 이번 설문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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