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10명 중 5명 이상 최저임금 미만 받아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실질적 강제노동 상황에 놓여"
    2020년 08월 12일 08: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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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대부분이 하루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경우도 10명 중 5명 이상이었다.

민주노총, 이주노조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6월 두 달간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10개 국가 이주노동자 655명이 작성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설문 참가자의 종사업종은 제조업 604명, 농축산업 29명, 건설업 8명, 어업수산업 11명, 서비스업 3명이고, 국적은 네팔 202명(30.8%), 인도네시아 114명(17.4%), 캄보디아 76명(11.6%), 필리핀 72명(11.0%) 등의 순이었다. 성별은 남성 624명(95.3%), 여성 31명(4.7%)이다.

노동시간 관련한 조사에서 응답자 647명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시간으로 나타났다. 최장 16시간까지 일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16시간 근무자는 2018년 3월 입국한 스리랑카 어업 노동자로, 하루 16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월급은 180만원에 불과했다.

정확한 휴일은 답한 응답자(627명)의 8.7%가 주 1회 이상 쉬지 못한다고 했고, 이중 6명은 한 달에 한 번도 쉬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동시간, 휴일, 임금을 모두 답한 노동자 600명 중 최저임금 이상 받고 있는 경우는 58.8%(353명), 최저임금 미만 받고 있다는 답은 29.0%(174명)이었는데, 실제 노동시간과 휴일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계산을 한 결과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56.2%(337명)에 달했다. 최저임금 이상 받는 응답자는 43.8%(263명).

숙소에 대한 질문에선 응답자 635명 중 회사 제공 숙소(기숙사) 거주 545명으로 80%를 넘었다. 이 중 절반 이상(283명)은 숙소비 지불하면서 생황하고 있었고 숙소비는 최고 48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545명에게 숙소 상태에 대해 물었을 때, 주야간 노동자들이 같은 방을 쓰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26.4%)하거나, 작업장의 소음과 먼지, 냄새에 노출돼 있는 경우(26.4%)도 있었다. 욕실이 실내에 없다(15%)는 응답도 있었고, 11.2%는 소화기,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비 시설 없다고 답했다.

사업장 변경과 관련한 질문에선 31%(116명)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가 가장 많았고, ‘월급이 너무 적다’는 이유도 26.7%(100명)나 됐다. 이 밖에 ‘사장, 관리자, 한국인 동료의 욕설, 폭언’(15.8%), ‘일이 너무 위험해서’ (13.9%),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아예 받지 못해서’(8.8%), ‘사장, 관리자, 한국인 동료의 외국인 차별’ (7.5%), ‘산재를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아서’(5.1%), 사장, 관리자, 한국인 동료의 폭행(2.1%) 등의 응답도 있었다.

사업장 변경 경험이 있는 374명 중 29.7%(111명)는 ‘회사에서 협조해주지 않아서’ 사업장 변경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용자의 허락 없인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렵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실질적 강제노동 상황에 놓여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사업주 동의 없이 사표조차 낼 수 없는데,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이주노동자를 두고 사업주에게 얽매이게 해 놓은 것”이라며 “이 때문에 임금, 퇴직금과 같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임금체불 당해보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고용허가제 위헌소송의 근거 자료로 제출될 것”이라며 “정부와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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