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불법은 불법인데 결론은 적법하다?
    By tathata
        2006년 09월 29일 04: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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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가 철도공사의 KTX승무서비스에 대해 ‘적법도급’ 판정을 내린 가운데 노동계와 일부 법률가들도 “사실상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적법도급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여부를 판정하는 데 있어서 인사노무관리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라는 두 측면을 주된 기준으로 삼고 조사했다. 이 두 소요 가운데 하나라도 결여되면 적법도급이라 할 수 없다.

    노동부는 “인사노무관리상에 있어서 (철도유통의) 독립성이 일부 침해됐지만, 종합적으로는 도급적 요소가 더 많다”고 발표했다.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은 “공사가 유통의 인사노무권을 침해한 부분이 있어 불법(파견)적인 요소가 있으나, 인사노무와 사업경영 모두의 영역에서 독립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적법도급”이라고 밝혔다.

    ‘일부’ 침해요소는 불법파견의 ‘결정적 요소’

       
    ▲ 눈물 흘리는 전 KTX여승무원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노동부가 인정하고 있는 인사노무관리상의 ‘일부’ 침해요소는, 사실상 불법파견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지적이다.

    노동부가 지적한 △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교육시 공사가 제작한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 △공사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확인 과정이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점 △공사에서 손망실된 기자재에 대해 여승무원에게 직접 변상조치한 점 등이 그것이다.

    즉,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에 직접 개입하고 있음을 노동부가 지적한 것이다. 노동부가 실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하여, 교묘히 핵심적인 사항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공연맹은 “오늘 서울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만 가지고도 오히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을 불법파견했다는 명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의 업무지휘가 먼저, 유통은 이를 시행만

    노동부가 적법도급의 근거로 들고 있는 내용들도 실제로는 공사의 업무지휘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직접적인 업무지휘는 공사에게 있으며, 유통은 공사의 지휘를 전달하고 수행하는 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공사의 ‘열차운용계획표’에 따라 유통이 승무원의 교번표를 편성하여 배치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으나, 승무원의 근로시간과 근로조건은 공사의 ‘열차운용계획표’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또 열차팀장이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상태를 평가하여 ‘시정요구서’를 작성하는 것은 공사가 직접적으로 노무지휘를 행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지만, 노동부는 유통이 ‘시정요구서’를 가지고 여승무원에게 징계조치를 직접 취하고 있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유통이 4대보험의 가입 주체이고,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사업주로서 의무를 이행한 점도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적법도급의 근거로서 채택되기에는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파견 ․ 도급업체가 소속 노동자에게 4대보험을 가입토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례라는 것이다.

    강문대 변호사는 “공사가 여승무원에 대해 실질적인 노무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의 요건을 충분히 결여하고 있다”며 ‘위장도급’이라고 말했다. 강선희 노무사도 “불법파견 여부를 판정하는 주된 기준인 사용-근로관계에서 명백하게 공사가 여승무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외주위탁 길 터줘

    노동부의 이번 판정은 공공서비스 영역의 외주화를 사실상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문대 변호사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의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적법도급으로 판정함으로써 공공기관은 앞으로 위탁도급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렇게 되면 파견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불법파견을 적법도급이라고 포장해 준 노동부는, 정부정책에 ‘고속역행’하고 있는 철도공사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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