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청문보고서 갈등
    이면합의서, 학력위조 논란 팽팽
    여당, 단독 보고서 채택 강행 입장
        2020년 07월 28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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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관련한 ‘이면합의서(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 사본과 학력위조 문제를 둘러싸고 거대양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부적격 판단을 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여러 가지 점에서 부적격”이라며 “국정원장은 안보기관의 수장이지,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기관이 아니다. 개념 설정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과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던 대북송금 문제는 판결문에 의하더라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북한 측과 내통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학력 위조 의혹과 관련해선 이철규 같은 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서 진위 여부를 가려준다면 협조하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여당 측에서 학적부 확인을 하는 감사를 거부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서 “응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교육부 감사를 제기하면) 또 다른 논란이 될 것이고 어떤 조건을 전제로 한 채택 여부에는 응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더군다나 교육부 감사를 한다고 해서 야당 쪽에서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채택 의견에 반대 의견을 넣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박스 안은 이면합의서 의혹 제기하는 주호영 의원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에서 공개한 이면합의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정보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4.8 이면합의서’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며 “확인도 안하고 임명할 경우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이게 진짜 문서라면 북한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북한이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할 경우 ‘이거 공개할 테니 우리말 들어주라’며 협박카드로 쓸 수 있다. 박 후보자는 약점 잡힌 것”이라며 “민주당이 문 대통령 판단에 도움을 주는 국정조사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박지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3년간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이면 합의서에 박 후보자가 서명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서 위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직 공무원이 제보한 문건이라며 박 후보자의 위조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을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청문회 때 이것을 문제 삼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서류가 진실이라면 원본은 평양과 우리나라에 한 부씩 아주 극비 문서로 보관되어 있지 않겠나”라며 “(청문회에서 공개한 문서는) 사본이고 다만 베이징에서 2000년에 이런 문서를 만들 때 관여한 사람이 여러 사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증언 등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비공개 청문회에서 2000년 3월 17~18일 상하이 2차 접촉 당시 북한이 협력 지원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는 ‘현금 지원은 안 된다’고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상해에서 2차 회담 회담 당시에 북측에서 10억 달러 또는 그런 것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 박지원 후보자가 ‘그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현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데에 방점이 찍힌 얘기”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에선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서와 관련해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당시 그런 게 있었다면 나중에 대북 송금 특검 때 나왔을 거다. 어디선가 조작된 내용이라고 본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는 밝힐 수 있다면 밝혀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수사 의뢰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느 시점에 만들어진 건지 모르기 때문에 조작이 됐다고 하더라도 지금 수사에서 그 범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박 후보자의 국정원자 적격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유보했다. 그는 ‘박지원 후보자는 적임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정치력이 뛰어나고 능력 있는 분인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지만, 지금 상황이 6.15 때 박지원 후보자와 상대했던 (북측) 분들은 다 돌아가시거나 현역에서 은퇴를 했고 당시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은 많이 다르다. 김정은 정권은 옛날의 인연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당장 자기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만 가지고 평가한다”며 “게다가 우리가 합의를 못 지킨 중요한 이유가 미국 측에서 UN 제재를 들면서 반대한 것 때문이다. 남북 간의 협상이 다시 제대로 이뤄지려면 미국을 설득해서 북측에 내놓을 카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미국에 의심을 사지 않고 미국을 설득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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