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들고 국회 잠입하는 방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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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29일 10: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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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테러리스트다. 조직이 나에게 국회 테러를 지시했다.
    이런 썅. 국회 출입증 하나 안 구해주고 다짜고짜 테러를 하라면 날더러 어쩌란 소린가? 무기를 들고 무사히 국회에 잠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무기들고 국회에 잠입하는 방법

    배우 문성근이 답한다 “대한민국에서 넥타이 하나면 못 들어가는 데가 없어”
    얼마 전 봤던 <퍼즐>이란 영화 중에서 내뱉었던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은행 강도를 계획하는데, 이들이 은행에 의심받지 않고 잠입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넥타이를 매고 우물쭈물하지 않으면서 은행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 다시 우리 불쌍한 테러리스트를 위해 코치를 해주자면.

       
      ▲ 넥타이 안 매고 여의도 국회 건물에 들어가는 일은 아주 어렵다.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 가운데 넥타이를 매고 있는 사람 찾아보기도 아주 어려운 건 마찬가지.  

    국회도 그렇다. 정문에서 경찰들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입구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가 있지만 넥타이를 매고 앞만 보며 뚜벅뚜벅 걸어가면 웬만한 무기는 다 가지고 들어올 수 있으니 걱정 마시라. 신분증 따위가 없어도, 넥타이 하나면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어떨 땐 넥타이 하나에 쉽게 무너질 거면서, 사람 위압하는 검색대며 금속탐지기는 왜 갖다 놨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있다. 괜시리 국회 관광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기가 죽는다.

    자이툰 파병으로 국회에 테러를 하니 뭐니 할 때도, 애매한 의경들만 밤새 잠도 못자고 매일매일 국회 어딘가에 묻혀있을지도 모르는 폭탄을 찾아 탐침으로 국회 마당 사방팔방을 찌르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언제나 무사통과였다.

    설마 테러리스트가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른 채로 나타날 거라 생각한걸까? (뜬금없이, 어릴 때 배운 간첩 식별법이 생각난다. – 산에서 신사복을 입은 채로 나타나는 사람 –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무렵 산에 갔다가 초입에 깔려있던 수많은 양복쟁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다 간첩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북괴가 남한의 사회불안을 틈타 간첩을 이리도 많이 보냈구나!-_-;)

    허나, 결혼식 갈 때도 나름 예의를 지킨답시고 긴 청바지에 깃 달린 반팔티를 입고 가는 게 다인 나는 국회 들어가기가 참으로 험난하다.(평상시엔 반바지, T셔츠다)

    국회 들어가기가 너무 힘든 보좌관

    넥타이 맨 사람들은 출입증 안 보여주고도 쑥쑥 잘 들어갈 때, 나는 양손에 짐을 다 들고도 주섬주섬 출입증을 꺼내 보여줘야 했었고, 심지어 어떤 날은 출입증을 보여줬음에도 손에 들고 있던 스티로폼 판넬(국정감사장에서 의원이 사진을 제시할 때 뒤에 빳빳하게 덧대기 위한 용도)이 시위용품이란 이유로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더 심한 건, 일부 경위 분들의 하대이다. 대놓고 반말을 하시는 건 아니지만, 거 있잖은가? 반말처럼 하는 존댓말ㅡㅗㅡ 평소 넥타이 맨 분들이나,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그렇게도 깍듯하던 양반들이 나 한텐 그러시니 더욱 서럽다

    뭐… 도저히 국회에서 일할 것 같지 않은 차림새인 젊은 놈이 어정거리고 나타난 것이니… ‘좋다! 신분증 정도는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단 말이다.’ 하지만, 왜 하대를 하냔 말이다. 허나. 내가 양복을 안 입었다고 그 양반들이 나를 하대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닌데 왜 그러냔 말이다?(간만에 ‘근성체’ – 주: 인기 만화작가 김성모 화백이 자주 쓰는 필체. 무조건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이란 말이다?)

    미안하지만.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의원 보좌관들이 젤 두려워하는 건 민원인의 방문. 다른 의원실과 달리 민주노동당 의원실에는 소위 ‘여직원’의 일을 하는 ‘여직원’이 없는지라, 손님이 오면 아무나 눈 마주치는 보좌관이 그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

    양복 안 입은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오면 눈 안 마주 치려 노력한다. 경험적으로, 양복을 안 입었을수록 민원인일 확률이 높고, 요점을 제대로 설명 못할 확률도 높다. 눈 잘못 마주쳤다가 30분을 꼬박 그대로 날릴 수도 있는데?

    넥타이를 매지 않은 민원인

    고대 남미의 한 부족은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기 위해서 머리가 말랑말랑한 어릴 때 귀족 자제에게는 네모난 머리틀을 씌웠다고 한다. 자연 귀족 자제의 머리는 머리가 자람에 따라 틀 모양과 같은 네모난 모양으로 자라났고, 누구라도 머리모양을 보고 한눈에 그가 귀족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한다.

    갑자기 사는 게 허무해진다.
    남자가 고추를 내놓고 다녔을 그 무렵과 고추를 꽁꽁 가리고 다니는 요새가 뭐가 달라진 걸까? 남미의 머리틀과 한국의 넥타이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신분증을 머리에 붙이고 다니냐 목에 매고 다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둘 다 언뜻 보면 비실용적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 실용적이다.

    생각은 또 튄다.
    역사는 과연 발전하는가? 인간이, 인간 사회라는 게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송두율 교수가 21세기 초입에 새로 책을 내고는 머리말에 미로하나를 그려놨었다. "역사는 발전하는 게 아니라 미로를 헤매고 있다." 송 교수의 설명이었다.

    나름 똑똑하단 소리를 듣던 선배는 송 교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며 귀 얇은 후배에게 “허무주의에 빠지지 말라”라 했지만. 퍼뜩.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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