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예정지역과 노동자들의 목소리
[에정칼럼] 폐쇄 및 전환 과정의 해결해야 할 난점들
    2020년 07월 27일 0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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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석탄발전소는 하루바삐 폐쇄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그 발전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석탄발전소 폐쇄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니 자신들이 생존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30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그 중에 24기를 LNG 발전소로 대체하겠다고는 방침을 밝혔다. LNG발전소 대체가 꼭 필요한 것인지, 소위 ‘좌초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것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기서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석탄발전소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체 석탄발전소 60기 중에서 30기가 집중되어 있는 충남의 당진, 태안, 보령, 서산 지역이 특히 그렇다.

이미 서천에서 2018년에 30년 이상 가동한 서천 1, 2호기 석탄발전소를 폐쇄한 바 있으며, 올해 12월까지는 보령 1,2호기를 폐쇄할 예정이다. 서천 1,2호기를 폐쇄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다른 발전소로 전환 배치하면서 고용을 유지했지만, 청소와 경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나이 많은 여성들이 주였던 청소 노동자들이 특히 그랬다. 한국 사회가 매번 그렇듯, 희생은 가장 약한 자가 치룬다.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 그리고 이보다 적극적인 충남도의 조기 폐쇄 요구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몇몇 사례를 통해서 노동자들과 주민들에 대해 미치는 탈석탄 정책의 영향에 대해서 추정해볼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해 한국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많지 않다. 당장에 정부가 예고한 탈석탄 예정 지역에서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파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21-22일, 필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공동 연구원과 당진, 태안, 보령 세 지역을 방문하고 몇몇 지역 인사들을 만나서,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예비적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래에서는 그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째, 탈석탄 정책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계층적으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특히 대안 모색과 관련하여 그렇다. 일정한 연한이 지난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경우에,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의 고용을 위협받을 수 있다. 대략 2만여명으로 추계되는데, 이 중에서 하청기업 등에 소속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대략 1만명이다.

그런데 폐쇄되는 석탄발전소의 일부를 LNG발전소로 대체할 경우, 원청기업인 한전 발전자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 배치를 통해서 고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주로 발전소에서 발전설비 운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LNG 발전설비 운전 업무로 전환 배치가 비교적 쉽다. 반면 석탄 연료를 공급하고 석탄재 및 대기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설비의 운전과 정비를 담당하는 ‘연료환경 부문’ 하청기업은 LNG발전소 전환의 경우에 관련 업무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탈석탄 정책에 따른 고용 상실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거나 대비하지 않았으며, 야당들이 이를 언급할 경우에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만 사용해왔다. 사회운동과 언론이 이 문제를 주목하더라도 주로 발전사업의 정규직을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더 심각한 고용 불안에 직면할 수 있는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주목하지 못했다. 이제 탈석탄 정책을 실질화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 이외에 보다 다양하게 계층화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말 태안의 석탄발전소 2기가 폐쇄될 경우에, 한 하청기업의 노조는 사업장에서 1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환배치도 어려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노조는 4조2교대 근무를 5조3교대로 근무 방식을 바꿔서, 잔업 수당 등으로 인한 급여가 일부 줄더라도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시간 줄이기가 이 문제에서도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임시적인 방편일 것이다. 계속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면 이런 근무 시간 조정만으로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늘어나는 일자리 업종으로 이동해가는 구조적인 변화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업종으로 이직 및 재취업 등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서 탈석탄 정책에 맞서고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때 그들의 저항을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셋째, 석탄발전소의 ‘그림자 노동’의 존재도 발견하게 되었다. 석탄발전소 앞에 가면 ‘원룸 임대’라는 광고판을 내건 건물들을 많이 본다. 일부는 가건물로 만든 합숙소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원룸을 임대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3-5년 마다 한번씩, 3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오버 홀(가동중지 정비) 시기에 투입되는 플랜트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석탄발전소를 하나씩 폐쇄된다면, 그러한 정비 작업 자체가 사라져서 그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다. 3개월 동안 대략 2,000명 정도가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도 무시되기 쉬운 노동자들이다.

넷째,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역에 뿌리내린 이들로서 그들의 고용 불안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인터뷰에 의하면,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역 공채’라는 이름으로 지역 출신자들을 상당수 고용해왔고 그들은 해당 지역에 정착하여 오랫동안 거주해왔다. 정규직의 상당수가 서울 등에 집을 두고 직장을 오가고 있는 경우와 대비된다. 따라서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상실은 지역의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의 쇠퇴 등의 부정적인 영향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구인 10만명 규모가 무너지면서 겪는 충격도 예상된다.

다섯째, 탈석탄 정책으로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는 영향은 발전소 주빈지역 지원금이 제공되는 공간적 범위인 5km를 기준으로 구분될 수 있다. 지금까지 매년 수억 원에서 수천만원을 지원받던 인근 지역 주민들이 그 재정 지원이 사라졌을 때, 큰 손실감을 경험할 것이다. 또한 발전소 근접 지역에서는 발전소에 출입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업과 숙소 임대업, 그리고 발전소 기업들에 대한 기자제 납품업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수익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손실을 경험하는 이들은 5km보다 더 좁은 범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km 밖의 주민들은 사실상 발전소 폐쇄 여부에 무관심할 수 있다. 다만 기초지자체의 지역자원신설세 등의 수입이 사라지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탈석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노동자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노동자 및 지역주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일도 지원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과업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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