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대의원 토론회,
    찬성파만 참석 반쪽 그쳐
    임시대의원대회 앞두고 긴장 팽팽
        2020년 07월 21일 10: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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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임시 대의원대회(대대)를 앞두고 대의원 찬반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반대파 불참으로 찬성파 대의원들만 참여해 대의원들에게 합의안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통과를 호소하는 자리에 그쳤다. 찬성파 대의원들은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최선이 아닌 차선”,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평가했으나, 과반의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이미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대대를 이틀 앞둔 민주노총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대의원 찬반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사정 합의안에 찬성하는 대의원인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 오종훈 언론노조 위원장, 황병래 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노사정 합의 폐기를 요구하는 대의원들은 불참한 대신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합의안은 대대에서 부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찬반토론회 모습

    찬성파 대의원들은 이번 노사정 합의가 미조직 노동자와 취약계층, 중소영세사업자 등 보호를 위해 민주노총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이라면서, 부족한 내용은 향후 교섭과 투쟁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파 대의원들은 재난시기 해고금지, 총고용 보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요구와 거리가 멀고, 자본의 특혜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강신만 부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시기에 취약계층과 노동자, 중소기업들이 수도 없이 무너지고 있는데, 파업이나 다중이 모이는 집회도 쉽지 않아 100만 민주노총이 선택할 길이 많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병래 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은 “많이 부족하고 아쉽지만 이번 노사정 합의는 100만 민주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선언의 시작이고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협약은 사회적 신뢰를 기초한 이후에 전망을 만들어내는 협약”이라며 “전무 아니면 전부라는 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오종훈 위원장은 “합의문 자체가 최선이 아닌 차선이며, 완성이 아닌 미완이라는 전제로 서명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 합의문은 말 그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할 목표와 방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가령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관련해 일부에서 ‘모든 취업자’라는 말 때문에 추상적이라고 한다. 합의안만 놓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후속교섭과 강고한 투쟁이 있기 때문에 이 합의문은 의미가 있다”며 “교섭이나 투쟁, 어느 하나만 주장해선 되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합의안 이행점검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사노위에서 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노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사노위에서만 이행 점검을 하는 게 아니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행 점검을 한다”며 “정부 부처 간 이행점검을 직접 할 경우 각 산별노조가 더 힘을 가지고 세밀한 부분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고, 오히려 그것이 경사노위를 견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대의원들 기자간담회(사진=노동과세계)

    반면 반대파 대의원들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40일간의 교섭기간 중 채 일주일을 남기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도출한 합의안은 그 내용과 절차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와 원칙에서 벗어난 것들”이라며 “핵심이었던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은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 외에 고용유지라는 추상적 언어만 난무할 뿐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장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 등이 고용유지 조치로 포장돼 있으며 이에 따라 자본이 각종 ‘고용유지조치’를 시행하면 노동은 이에 적극 협력하도록 되어있다”며 “자본은 모든 지원금을 받아 챙기고도 ‘휴업을 포함한 고용유지조치’를 사용자의 의무인 ‘해고회피노력’이라 포장할 것이며, 이후 대대적인 해고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의 근로시간 단축과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 등의 합의 내용을 독소조항의 하나로 평가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 마련, 상병수당 검토 등 일부 의미 있다고 평가되는 합의 내용 등에 대해선 “노사정 합의와 무관하게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되던 것을 최종안에 포함시킨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노사정 합의가 무색하게 폐업, 정리해고,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다. 한국게이츠, AVO, STX 조선, 밀레니엄힐튼 호텔, 이스타항공, 아시아나 KO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단식과 농성으로 절규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시급히 투쟁에 부응해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마감하고 동지들과 함께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대의원동지들의 압도적 부결을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7일부터 ‘노사정 합의안 폐기와 대대 안건 부결’ 성명에 서명한 대의원은 과반인 810명이다.

    한편 찬성파 대의원들은 합의 내용보다, 노사정 대화 자체에 대한 불신과 거부로 반대하고 있다는 날선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강신만 위원장은 “이번 논쟁의 기저엔 ‘노사정 교섭 틀은 자본의 이해를 반영할 뿐’이라는 근본주의적 철학이 깔려 있다. 대의원들의 선택에서 이는 중요한 지점”이라며 “실제 하는 대상과의 교섭을 주체적 역량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황병래 위원장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의를 완벽하게 했어도 반대자들이 노사정 합의에 찬성했을까 싶다. 이 부분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점에 따른 것이지 세부 사항에 따른 반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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