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영우
법원, 미국 송환 불허 결정···비판 쏟아져
정의당 “’대한민국은 성범죄자들의 천국‘ 인식 각인시키는 어리석은 결정”
    2020년 07월 06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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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웹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즉각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을 판단하기 위한 세 번째 심문을 열어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범죄인인도법에 따라 법원의 인도 거절 결정이 이뤄지면 지체 없이 구속 중인 범죄인을 석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손 씨는 오후 12시 50분경 풀려났다.

재판부는 “손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한국에서의 (성 착취물 관련) 수사엔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손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손 씨의 미국 송환을 요구해온 여론을 의식한 듯 “범죄인을 더 엄중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게 인도조약 취지가 아니다”라고 “범죄인의 국적을 가진 한국 또한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환 불허 결정이) 손 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손 씨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가 미국 송환 결정 불허 이유로 ‘한국의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내세운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사이트를 이용한 해외 범죄자들이 수십년의 징역형을 받은 반면, 한국 법원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한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미국 송환 결정 불허 판단에 반발이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 씨를 기소,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손 씨의 강제 송환을 요구해왔다. 법무부는 서울고검에 손 씨에 대한 인도심사 청구 명령을 내렸고, 서울고검도 인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송환 절차에 나섰다. 이에 손 씨 측은 과거 검찰이 ‘범죄수익은닉 관련 혐의’를 수사해놓고 기소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이 혐의에 대한 고소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면 한국에서 처벌을 받겠다는 주장을 해왔다.

진보정당들, 법원 강력 비판
‘성범죄자 천국이라는 인식 전 세계에 각인’, ‘사법부는 아동 성착취 사건의 공범’

여당과 진보정당들도 손 씨의 미국 송환 결정을 불허한 법원의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성범죄자 처벌에 대한 우리나라 사법 제도의 한계가 또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오늘 법원의 판단은 성범죄자에 대해 단호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준 것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성범죄자들의 천국이라는 인식을 또 다시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법원과 국회는 스스로 크게 부끄러움을 느껴야한다. 누가봐도 악랄한 범죄 행위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가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회는 손씨와 같은 성착취 범죄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률의 재개정 절차에 즉시 착수해야 할 것이며, 법원 역시 합당한 양형 기준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한국 법원에서 범죄 수익에 대한 재판을 받는다고 해도 최고 징역 5년 또는 벌금 3000만원으로 형량이 결정된다”며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최장 징역 20년의 형량이 선고될 수 있는 길을 법원이 막은 것이고, 손정우가 유포한 20만개가 넘는 영상의 공급처도 알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대규모의 아동 성착취 동영상 유포 사건의 공범이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 대변인은 “‘n번방 사건’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돼도 성인지적 감수성 없는 법관이 판결을 한다면 사회의 진보는 만들어질 수 없다”며 “대법관추천후보위원회는 ’웰컴 투 비디오‘ 손정우에 대해 송환을 거부한 강영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하라”고 촉구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아동 성 범죄자에 대한 면죄부를 줬고, 아동 성 착취 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해 부적절한 선례를 남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정우 씨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지난 판결들을 돌아보면 법 집행자의 감수성이 시대적 감수성과 괴리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법부는 현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 정우씨에게 사법부가 직접 면죄부를 주었다는 오명과 사법정의에 대한 불신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추가수사와 강력처벌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성의당은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손 씨의 미국 송환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 씨가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1년 6개월 형을 선고한 것은 그의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수준이다. 송환을 하지 않게 되면 아동디지털성범죄자를 솜방망이 처벌로 풀어주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 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생후 6개월의 영유아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통했다. 32개국 해외 수사기관들이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 이 사이트에서 적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20만 개로 8테라바이트에 달했고, 2018년 2월 기준 100만 건이 넘게 다운로드 됐다. 검거된 유료 사용자들은 전 세계 32개국의 310명으로, 이 중 한국인이 223명에 달한다고 한다. 성착취를 당하다가 구출된 피해 아동의 수는 무려 23명이나 됐고, 구출된 아동 중엔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 손 씨가 한국 법원에서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1년 6개월이고,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은 40억원이 넘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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