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당분간 냉각기 거치며
    차분히 반전 모색하는 게 유일한 해법”
    정욱식 "트럼프-김정은, 일종의 데이트 폭력 형상"
        2020년 06월 22일 1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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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남북관계와 관련해, 대북 전문가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일종의 데이트 폭력을 가해왔다고 비판했다.

    정욱식 대표는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김정은한테 좋아한다, 믿는다, 더 나아가서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해놓고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괴롭혔다. 일종의 데이트 폭력과 비슷한 형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사랑한다면서 더 괴롭히는 상황들이 반복되니까 북한은 나름대로 결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의 판단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한테 특별히 무엇을 바란다기보다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나름대로 결산한 결과 당분간은 상종하지 않겠다는 내부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북한이 독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냉각기를 거쳐서 차분히 반전을 모색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 대표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반미로 몰거나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취급하는 반면, 북한에 대해선 신뢰할만한 정보도 없지만 최근 북한의 행태에 대해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다는 추정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리의 지적 문화 풍토, 지적 능력의 한계가 이런 상황들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냉각기를 거쳐야 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 독기를 빼내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약속했거나 합의했던 내용을 지금이라도 잘 이행해야 한다. 북한이 설사 대남전단을 뿌리더라도 우리가 거기에 맞대응할 필요가 없고, 트럼프가 두 차례 약속했던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이 문재인 정권에 가장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작년 7월 25일 평화의 악수를 하고 뒤돌아서서는 외세와 연합훈련을 하고 최신형 엄청난 무기를 도입한 이중적 행태”라며 “합의했던 부분과 정반대로 갔던 부분들이 ‘근친 증오’의 원인이라고 한다고 한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서서히 북한의 독기를 빼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통일부 장관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이라며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할 수 있는 안보실장부터 전면적인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이 필요하다. 이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 있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안보실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북미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는 쪽지를 건넸다는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는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담긴 존 볼턴 전 백안관 안보보좌관 회고록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그 내막을 역추적해 보면 쉽게 말씀드리면 남북한이 폼페이오와 볼턴한테 당한 상황이다. 이 사람들은 평론가가 아니라 미국 국무부 장관이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라며 “이 사람들은 트럼프의 대북외교는 실패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아니라 실패하게 만들겠다는 거다. 남북한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 중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흐름 자체야 실무자로 참가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굉장히 조심해서 봐야 한다”며 “미국의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인 볼턴의 시각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한반도 정책에 무지한 사람을 평가하며 대북정책에 낙제점을 준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통령이 사실 파악을 잘 못하거나 커다란 그림 없이 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볼턴이 그런 얘기를 한다면 그분 자체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걸 보좌하는 역할이 본인의 역할이었다”며 “자기가 해임됐다고 해서 보복성으로 그런 얘기를 하고, 대통령 의도 자체를 자기가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미국 관리로선 굉장히 옳지 않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언론에선 볼턴 회고록을 반트럼프 캠페인을 크게 이용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서 초강경으로 돌아서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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