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쿠데타' 발언 맹공, 속으론 웃으면서?
        2006년 09월 22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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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치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87년체제도 저물어간다는 2006년 9월, 정치권에 때 아닌 ‘쿠데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의 20일자 논평이 발단이 됐다. 유 대변인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던 도중 뜬금없이 "태국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반응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외국의 쿠데타를 사례로 쿠데타 위협을 가하는 공당의 대변인 논평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이게 말인지, 소인지, 돼지인지…"라고 말했다.

    뒤늦게 발언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 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기초로두고 한 말이니 원뜻대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1일 "자극적 용어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주의를 줬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2일 ‘쿠데타’ 논란에 화력을 집중했다. 열린우리당은 쿠데타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작권 환수 반대 투쟁에서도 드러나듯이 수구냉전 세력의 발호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그 논리적 귀결은 평화개혁 세력의 구축 필요성이다. ‘수구냉전 대 평화개혁’의 퇴행적 대립구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연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헌정질서를 뒤엎을 수 있다는 망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쿠데타’ 발언을 규정했다. 이어 "수구 냉전세력이 실질적으로 한나라당 큰 영향을 미쳐서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며 "한나라당이 극우 냉전세력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스스로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제1야당 대변인이 쿠데타를 옹호하고 선동하는 발언을 했다"며 "황당하고 끔찍한 발언"이라고 했다. 원혜영 사무총장은 "공천자금 수수나 성추행 사건, 수해골프, 국감피감기관의 골프 등 도덕적 해이와 달리 쿠데타 사주발언은 국기를 흔드는 발언"이라며 "이것이 개인의 생각인지 아니면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집단적 사고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치떨리는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며 "유기준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유 의원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유 의원을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달 자문위원장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민주세력이 성장했으나 아직 쿠데타 문화를 청산하지 못했다"며 "엄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발언이므로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쿠데타 발언은 심각한 발언"이라며 "당 지도부는 이런 발언을 묵과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우 대변인은 "쿠데타와 관련된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성이 있다"며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 국민행동본부,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 등의 쿠데타 선동 발언을 소개했다.

    우 대변인은 "이들이 전작권, 사학법 집회 때마다 노정권 타도를 외치고 군부쿠데타를 선동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국민을 상대로 한 논평에서 쿠데타 선동 발언을 했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규정하고 향후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쿠데타 선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상황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통적 지지세력을 묶어내기 위한 ‘에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유 대변인의 발언은 자질과 정신상태를 의심케하는 망언"이라면서,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마치 즐기듯이 이 문제를 오래 끌고 쟁점화하는 것도 당장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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